명절을 앞두고, 또는 주말 이른 아침 온 가족이 함께 목욕탕을 찾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목욕탕에 대한 향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목욕탕이 카페 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트렌드도 이런 까닭에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레트로한 무드를 신기하게 받아들이니 가족 모두가 좋아할 만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목욕탕을 카페 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트렌드가 포착된다. 1928년 지은 공중목욕탕을 개조한 도쿄의 카페 ‘레본 카이사이유(レボン快哉湯)’나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겸 카페로 변신한 도쿄 네즈 지역의 ‘센토(銭湯)’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도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에서 한때는 지역을 대표했던 목욕탕이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타일의 냉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여름철에 찾아 목욕탕 카페의 참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rhythm_and_brew_s
리듬제주시에 위치한 카페 리듬은 ‘태평탕’이라는 이름의 목욕탕을 카페로 탈바꿈한 곳이다. 벽면에 남아 있는 타일이 만드는 레트로 무드에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더해 코지 분위기를 완성했다. 통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제주의 햇살과 카페 곳곳을 채운 크고 작은 식물이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시그니처 메뉴인 ‘쌀라떼’는 미숫가루에 가까운 곡물 맛이 매력적이다. 캐러멜시럽이 올라간 ‘리듬라떼’는 달콤한 커피파에게, 일주일마다 바뀌는 브루잉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 부산의 유명 로스터리인 ‘히떼 로스터리’의 원두를 사용한다는 점도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는 포인트다.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워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기에도 제격. 여행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팝업스토어나 파티 등이 비정기적으로 열리니 방문 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자.
ADD 제주도 제주시 무근성7길 11
OPEN 월~수요일 & 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목요일 정기휴무)
TEL 070-7785-9160
MENU 쌀라떼 6500원, 리듬라떼 65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1925gampo
1925 감포경주에 자리한 1925 감포는 올해 오픈 100년을 맞은 곳이다. 1925년에 지어진 목욕탕이 2025년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카페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찾아가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감포항 어촌 마을의 좁은 골목 안쪽, 적산 가옥들 사이에서 근대건축 양식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한다. 목욕탕의 골조와 기물을 최대한 보존해 1900년대 목욕탕이 가진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완성한 굴뚝부터 나무로 만든 사물함, 목욕탕 특유의 하늘색 타일 욕조, 곳곳에 전시된 목욕탕 콘셉트의 일러스트와 흑백사진까지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이 좋으면 플리 마켓에서 지역의 소상공인, 청년 생산자가 만든 공예품도 득템할 수 있다. 커피 위에 아이스크림을 둥둥 띄운 모습이 바다 위 부표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인 ‘부표라떼’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패션프루트와 망고가 들어간 탄산음료 ‘감포비취’도 상큼한 맛으로 인기가 많다.
ADD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감포안길 15-1
OPEN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TEL 0507-1388-7118
MENU 부표라떼 65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경주차 6000원

@dancingturtle.noam
댄싱터틀강릉의 댄싱터틀은 과거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만큼 화려한 첫인상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홀로그램 필름을 부착해 시선을 사로잡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여느 목욕탕에나 있던 유리문이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댄싱터틀이라는 이름은 이 자리에 있었던 ‘거북목욕탕’에서 유래했다. 1985년 문을 열어 2015년까지 30년간 운영했던 목욕탕의 이름을 흔적으로 남겨놓은 것. 특히 유독 눈에 띄는 곳은 건식 사우나로, 오래된 온습도계와 나무 가벽 뒤로 보이는 낡은 파이프가 세월의 자취를 보여준다. 대표 메뉴인 ‘댄싱커피’는 차와 커피를 섞어 열대 과일과 꽃향기를 느낄 수 있는 티 블렌딩 커피다. 매장 곳곳에서 댄싱터틀이 큐레이팅한 도서와 포스터, 엽서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구매도 가능하다.
ADD 강원도 강릉시 노암길 42
OPEN 월요일 & 수~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화요일 정기휴무)
MENU 댄싱커피 5000원, 아인슈페너 5500원

@bugangtang1973
부강탕서울 상도동에 있는 부강탕은 목욕탕으로 문을 연 50년 전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지금이나 한결같이 동네의 커뮤니티 장소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폐업했다가 새롭게 오픈하면서 여탕이었던 1층은 베이커리 카페, 남탕이었던 2층은 브런치 카페, 3층은 갤러리로 변모했지만 군데군데 옛 부강탕의 흔적이 잘 살아 있다. 1층 입구에 남아 있는 여탕의 유리문과 큰 욕조는 이곳이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2층에는 목욕탕 골조 뒤에 숨겨졌던 건축적 아름다움을 발굴한 스폿이 여럿 있다. 붉은 벽돌벽은 목욕탕 타일 뒤에서 50여 년간 건물을 떠받치던 굳건함으로 여전히 자리하고, 사우나의 배관으로 쓰였던 동 파이프는 일렬로 늘어서 그럴듯한 가벽으로 변신했다. 1세대 브런치 카페였던 ‘더플라잉팬’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브런치 메뉴와 베이커리, 다양한 디저트 모두 수준급이라는 평가. 특히 아몬드 크루아상과 임자도 소금빵, 퀸아망이 인기다.
ADD 서울시 동작구 상도로34길 7
OPEN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MENU 아이스아메리카노 5000원

@doasisofficial
도아시스도심 외곽에 터를 잡은 베이커리 카페는 대체로 넓은 공간과 멋진 조경을 필수적으로 갖추는 게 트렌드다. 양주시 덕정역 인근에 자리한 도아시스는 지역을 대표하던 ‘양주 스파월드’를 리모델링해 레트로 인테리어와 플랜테리어의 매력을 모두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입구에 있는 해태상과 ‘온탕’ 표지판은 이곳이 한때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욕탕 안은 물 대신 제주도에서 옮겨 심은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만큼 어린이 손님을 위한 의자는 기본, 수유실도 갖췄다. 카운터와 키오스크 양쪽에서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노년층과 MZ세대 모두를 만족시킨다. 크루아상과 소금빵, 퀸아망 등 50여 종의 베이커리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ADD 경기도 양주시 화합로1402번길 25-5
OPEN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
TEL 0507-1313-6172
MENU 더블에스프레소 6500원, 하와이안 오아시스 7800원, 소금빵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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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