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평형대가 7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쓴 서울 강남 신축 래미안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퍼크.
최근 서울 한강 벨트(강남 3구와 용산·마포·성동·광진·강동·동작·영등포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이 급등했으며, 3월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거래량 또한 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 건을 넘기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에는 다소 주춤했으나 5월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8000건 이상의 거래가 예상된다. 6월에는 1만 건 돌파가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도 평균 95.6%로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은 100%를 넘기고 있다. 이는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 부동산 가격이 더욱 들썩이는 배경에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도 한몫한다. 이러한 인식은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2003~2008) 시절 전국 아파트값은 33.8%, 서울은 56.6%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 때는 각각 38.3%, 56.9%로 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강력한 규제를 동반한 정책이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 정부는 “집값을 잡을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으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계속되자 믿음은 불신이 되었고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가 됐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무주택자들 사이에선 ‘벼락거지’란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반면 보수 성향의 정권에서는 비교적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2008~2013)에선 서울 집값이 3.2%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2013~2017)는 전국 기준 9.8% 상승에 그쳤다.
이러한 흐름은 ‘진보 정권=집값 상승, 보수 정권=집값 안정’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지만, 이는 인과관계를 무시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도식이라는 지적도 많다. 집값 상승이 규제를 유발한 것이지, 규제가 집값 상승을 초래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1988~1993)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1기 신도시 포함, 200만 호 공급과 함께 토지공개념제도 등의 규제를 내놓았다. 반면 김대중 정부(1998~2003) 시절에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를 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카드를 내놨다. 그 결과 주택 시장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살아난 투자심리가 과열되면서 잠자던 강남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으로 곤혹을 치르는 원인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가격이 폭등한 잠실은 토허제 재지정에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민간 아파트 공급 감소, 추경·금리인하 등 상승 요인 많아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발언과 함께 공급 확대를 주요 기조로 내세운 바 있다. 주택 공급 공약은 △공공주도 유휴 부지 활용 △신도시 건설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재건축·재개발 절차 완화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확대를 통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공급 확대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서울 집값은 기대심리와 불안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시장에 미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은 ‘지금 아니면 강남에 진입하지 못한다’ ‘지금 아니면 집을 영영 못 산다’는 불안심리,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성장과 경기침체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서울 강남과 한강 벨트 아파트로 쏠리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도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4만 호 수준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지만, 내년부터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간 아파트 입주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지방은 공급 과잉과 미분양으로 침체가 이어지는 중이라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지방 시장을 회복시키는 ‘투 트랙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초기 대책으로는 △마포·성동 등 한강 벨트 일부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15억 원 초과 주택 대출 제한 △지방 미분양에 대한 취득세 중과 배제 △공급 확대 로드맵 발표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세금 규제가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지금 사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이다. 이에 대한 정답은 시장 예측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전략은 실행 가능성이 낮다. 가격이 하락하면 더 하락할 것 같고, 오르면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매수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자신의 재무 상황, 가족계획, 거주 목적 등을 기준으로 주택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주택자는 2026년 5월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을 고려한 절세 전략이 필요하며, 2주택자는 보유 가치 분석을 통해 갈아타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주택자는 상급지 이동이 가능하다면 고려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무주택자는 자금 여력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여유가 있다면 서울 핵심지 진입도 가능하며, 그렇지 않다면 서울 외곽 지역(강서구·노도강·금관구 등) 구축 아파트나 수도권 1·2기 신도시(분당·광교·동탄·검단 등)와 송도국제도시를 고려할 수 있다. 향후 공급될 3기 신도시 청약도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명정부 #부동산전망 #여성동아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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