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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검색어로 알아본 러닝 열풍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4. 11. 25

기온이 떨어져도 러닝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러닝 열풍, 얼마나 뜨거운지 검색어를 통해 알아봤다.

#러닝 #달리기 #마라톤 · 러닝 인구 1000만 시대

바야흐로 러닝의 시대다. 한강 변, 석촌호수, 청계천, 남산 둘레길, 양재천 변, 탄천 변 할 것 없이 러너들이 달린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달리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기의 증거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11월 한 달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러닝(런닝 포함)을 검색한 수는 5만을 넘어섰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러닝에 대한 기록을 남긴 누적 게시물 수는 376만, #러닝스타그램은 56만여에 달한다. 업계에서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는 설명이 놀랍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러닝에 열광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답답한 실내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 운동을 찾기 시작한 게 발단. SNS 인증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골프와 테니스가 먼저 주목받았다. 러닝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부터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특정 장소를 방문해야 하고 고가의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스포츠가 부담스러워지면서 ‘가성비’가 탁월한 러닝이 대세로 떠오른 것. 둘레길이나 한강 변처럼 적당한 코스만 발굴한다면, 신던 운동화와 낡은 운동복만으로도 입문할 수 있다는 점이 허들을 낮춘다.

#다이어트 #체력향상 #저속노화 · 러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효과

러닝 열풍은 건강과 직결돼 있다. 달리기는 가장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으로 체력, 지구력, 심폐기능 모두 발달시킨다. 허벅지와 햄스트링, 엉덩이 등 몸의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다이어트에도 최고의 효과를 자랑한다. 고강도 운동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 데다 운동이 끝난 후에도 일정 시간 칼로리 소모를 촉진하기 때문. 하루에 10분만 달려도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체중 70kg인 사람이 하루 10분간 달리기를 할 때 소모하는 열량은 100kcal로, 매일 반복하면 체중 감소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중장년층에게도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성도 줄일 수 있기 때문.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분 달리기를 했을 때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성을 3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달리기를 하면 뼈에 적당한 자극을 줌으로써 골밀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기여한다.

#스트레스해소 #우울감완화 · 러닝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최근에는 정신 건강에 미치는 순기능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항우울제보다 달리기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암스테르담 대학병원 연구진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환자 141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16주간 달리기와 항우울제를 처방한 결과, 달리기가 항우울제보다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주 2~3회, 45분씩 달린 것만으로도 정신 건강 지표가 개선됐고, 신체 건강 지표까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도 달리기가 좋다. 적절한 신체 활동으로 피로도를 높이면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낮춰준다.
건강한 사람도 달리기를 하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다. 전력을 다해 달리다 고통의 임계점을 넘어서면 마치 모르핀을 투여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부른다. 많은 러너가 달리기를 중독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가장 작지만 확실한 효과는 ‘자기효능감’이다. 덥거나 추워도 꿋꿋하게 운동화 끈을 매고, 길 위로 나서는 순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자신감이 상승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러닝크루 · 함께 달리는 사람들

하지만 매일매일 자신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생긴 모임이 ‘러닝 크루’다. 함께 달리면서 ‘런태기(러닝+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11월 기준 인스타그램에 #러닝크루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된 게시물이 61만8000건에 달한다. 판교에 거주하는 28세 직장인 김소연 씨는 최근 러닝 크루와 함께 탄천을 달리는 재미에 빠졌다. 원래는 여동생과 둘이 달리거나 시간이 맞지 않을 땐 혼자 달리기도 했는데, 동생의 제안으로 러닝 크루에 조인했다고. “혼자 달릴 때는 앱을 이용했는데, 여럿이 함께 달리다 보니 페이스를 끌어올리거나 자세를 교정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의외로 소셜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거주지 인근의 사람이 모이다 보니 또래 직장인들의 관심사나 최신 이슈를 공유할 수 있어 유용해요.”

포털사이트나 SNS,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 러닝 크루를 찾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강러닝, #양재천러닝처럼 지역을 특정하면 다양한 모임이 검색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임의 성격상, 요즘에는 당근의 모임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러닝 크루 등의 네트워킹을 소개하는 중. 아예 이런 모임을 조직해주는 홈페이지도 인기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러닝 클래스나 프로그램도 이 중 하나. 나이키는 매주 화요일 저녁 ‘나이키 서울 런 클럽’을 열고, 운동화 브랜드 호카도 월 단위로 러닝 세션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아식스, 프로스펙스 등의 브랜드에서 SNS를 통해 프로그램을 공지하고 참가자를 모은다.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가의 코칭, 제품 체험의 기회 등 다양한 베니핏이 포함되어 있어 마감이 빠르다는 점을 기억하자.

1 러닝복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새티스파이’. 
‌2 미국 데커스아웃도어가 전개하는 스포츠 브랜드 ‘호카’의 러닝화는 편안함과 감각 있는 디자인 덕에 인기가 많다. 
‌3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는 스포츠 아이웨어 브랜드 ‘디스트릭트비전’의 고글.



#러닝화 · 패션 카테고리의 핫 이슈가 되다

자연히 스포츠 업계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11월 한 달간 네이버에서 러닝화 검색량은 5만4000여 건, 런닝화 검색량은 8만8000여 건에 달했다. 브랜드마다 러너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은 당연지사. 나이키는 2014년부터 러닝 앱 ‘나이키 런 클럽(NRC)’을 서비스하며 러닝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러닝의 인기에서 부가적으로 수혜를 받은 브랜드는 아식스로 꼽힌다. 일본 브랜드인 만큼 동양인의 발 모양을 잘 분석해 착화감이 뛰어나다는 입소문 덕분이다. 이 외에도 호카, 데카트론 등 러닝에 특화된 브랜드의 인기가 함께 치솟았다.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에서 나이키의 검색량은 136만 건, 아식스는 39만여 건, 호카는 26만여 건, 데카트론은 20만 건에 달할 정도다. 기업의 수익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브랜드 호카를 운영하고 있는 데커스아웃도어의 주가는 지난 1년간 70% 넘게 상승했고, 러닝화 브랜드 온은 무려 74%나 급등했다.

#새티스파이 #옵티미스틱러너스 · 요즘 뜨는 브랜드 체크

새티스파이(@satisfyrunning)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한 프리미엄 러닝 컬렉션으로, ‘러닝복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원단을 자체 생산해 퀄리티를 높였다. 흡습성과 속건성이 뛰어나 장거리 러닝 시에도 쾌적하다는 게 사용자들의 평. 제품 개발과 생산에 엄격해 가격은 비싸지만 만족도는 높다. 제품 태그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동시에 힙한 느낌을 더한다는 평. 옵티미스틱러너스(@optimisticrunners)는 베를린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모던한 컬러와 심플한 디자인이 시크한 감성까지 유발한다. 창립자 팀 소어가 깐깐하게 연구개발을 지휘한다고 알려진 브랜드 소어(@soar_running)도 인기다. 기성복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운동복답지 않은 테일러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포인트다.

러닝에 필요한 소품도 어엿하게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중이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은 물론 눈으로 인한 반사광이 심한 겨울에도 선글라스는 필수라고 여기는 러너라면 디스트릭트비전(@districtvision)을 쇼핑 리스트에 추가할 것. 뉴욕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시각을 확보해주는 ‘카밀테크’ 기술력으로 이름을 얻었다. 기능성 선글라스가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모자로 입소문 난 브랜드도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아웃도어 브랜드 씨엘르애슬레틱(@cieleathletics)이다. 베스트셀러 모델 ‘고캡(GOCap)’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인기다.

#준비운동 · 겨울에 달린다면 필수

러닝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유독 따뜻한 겨울 날씨도 러너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도 유의할 점은 있다. 첫 번째는 준비운동이다. 추운 날씨로 굳어 있는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달리기 전에는 10분 이상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달린 후에는 마무리 운동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 업로드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것도 땀 흡수와 체온 유지에 용이하다. 차가운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와 장갑, 귀마개 등의 보온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러닝 #러닝크루 #러닝트렌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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