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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예능 샛별 Fashion Designer 황재근의 종횡무진 런웨이

기획 · 김유림 기자 | 글 · 임윤정 자유기고가 |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6.01.14 15:17:17

민머리와 특이한 모양의 안경, 양끝을 추켜올린 콧수염에 하이톤으로 쏟아내는 폭풍 입담과 특유의 웃음소리까지,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개성 강한 캐릭터로 요즘 핫한 예능 대세가 된 황재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같은 이 정체불명의 괴짜 디자이너는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자유롭게 모험 중이다.
복면가왕 예능 샛별 Fashion Designer 황재근의 종횡무진 런웨이


예능 프로가 인기를 얻으려면 캐릭터가 살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요즘 방송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디자이너 황재근(40)이다. MBC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존재를 알린 이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나 혼자 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까지 예능 대세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직구로 샀다”는 삼각 뿔테 안경에다 본드로 고정시켜 양 끝이 올라간 콧수염, 남들보다 반 박자 빠르고 반 톤 정도 높은 말투, 말끝마다 화음처럼 얹어지는 특유의 웃음소리까지, 신선한 캐릭터의 탄생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게 일부러 설정한 캐릭터는 결코 아니다. TV 속 황재근과 TV 밖 황재근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나긋하지만 빠른 속도로 자신의 얘기를 쏟아내는 그는 말끝마다 TV 속 자막을 보는 듯한 “꺄핥핥핥~” 하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자동 재생시킨다.

복면가왕 예능 샛별 Fashion Designer 황재근의 종횡무진 런웨이


가면 만들고 집 고쳐주고

최근 시작된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스튜디오에 연예인의 방을 옮겨와 각각 팀을 이룬 디자이너들이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재미있는 셀프 인테리어 팁을 전수함과 동시에 대결 구도를 펼치는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맨 김구라와 방송인 전현무가 MC를 맡았다. 여기서 황재근은 홍석천과 한 팀을 이뤄 ‘민머리 브라더스’로 불리며 비슷한 듯 다른 환상 케미를 선보인다. 방송에서 홍석천은 “20년 갈고닦은 캐릭터를 뺏긴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방송 전까지 (홍)석천이 형과 친분이 없었어요. 지금도 서로 맞추려고 노력 중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 두 사람이 닮았다고들 하는데, 둘 다 한국에는 좀처럼 없는 민머리에다가 섬세한 편이고, 미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고 하니까 그러시는 것 같아요. 방송 면에서는 제가 석천이 형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가 이번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MBC ‘마리텔’에서 그가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을 펼쳐 보인 덕분이다. 그 장면을 본 JTBC 성치경 CP가 그에게 바로 섭외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은 홍대 도예과 다닐 때 땄는데, 사실 장롱면허처럼 오래된 거예요. 당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던 터라 훗날 매장 인테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방학 동안 공부해서 딴 거죠. 이왕 인테리어를 시작했으니 특별한 저만의 색깔이 담긴 디자인들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갈 길이 머니 처음부터 너무 욕심부리지 않으려고요. 하하.”  
황재근은 MBC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4연승으로 화제를 모았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 등 그가 만든 독특한 가면 덕에 가수의 정체를 숨기면서 시청자의 눈을 붙들 수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인 그가 복면 제작에 손을 댄 건 그의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기질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저는 가면이 하나의 큰 액세서리라고 생각해요. 안경이 조금 커져서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패션과 액세서리를 굳이 나누자면 나눌 수 있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보면 결국 다 같은 거예요.”


복면가왕 예능 샛별 Fashion Designer 황재근의 종횡무진 런웨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통통 튀는 예능감을 선보인 황재근.

그는 매주 8개의 가면을 제작하고 있는데, 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특히 ‘복면가왕’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전 세대에 어필할 수 있으면서 개그 코드도 살릴 수 있는 가면을 만들려고 한다. 향후 황재근은 지금까지 무대에 올랐던 가면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복면가왕’이 황재근이라는 디자이너의 존재를 알렸다면, ‘마리텔’은 그를 예능 대세로 만들었다. 그 전까지 황재근이라는 이름은 알았어도 얼굴은 잘 몰랐던 사람들도 ‘마리텔’을 통해서 비로소 그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마리텔’은 특별히 선발된 스타와 전문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돼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 그렇기에 ‘마리텔’ 출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네티즌들을 잡아둘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와 소통의 능력이다. 황재근은 ‘백주부’ 백종원의 주방에 ‘입주’해 ‘복면가왕’ 가면으로 그곳을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는 네티즌들과의 소통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단박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재근과 기미 작가(윤희나)와의 호흡도 ‘마리텔’을 보는 쏠쏠한 재미다. “내 쇼를 망쳤다”며 입만 열면 구박인 황재근과 그런 구박에도 개의치 않고 요상한 런웨이로 꿋꿋하게 장난을 치는 기미 작가의 환상 호흡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기미 작가님은 카메라 앞에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달라요. 카메라 밖에서는 아주 철두철미해요.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시켜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오고요.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게 많아요. 기미 작가님도 그렇고 전 제작진이 실험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해요.”



“패션은 결코 예술이 아니다”

복면가왕 예능 샛별 Fashion Designer 황재근의 종횡무진 런웨이


그가 디자이너로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13년 온스타일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형식의 패션 디자인 콘테스트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올스타’에서 우승자로 뽑히면서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어떤 미션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뚝딱뚝딱 옷을 만들어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과연 그의 예술성과 진지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먼저 그의 범상치 않은 이력을 따라가보자. 홍익대학교 미대 도예과에 입학해 아티스트를 꿈꾸던 그는 대중과 좀 더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꿈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졸업 후 세계 3대 패션 스쿨인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로 유학을 떠나 한국인 최초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황재근은 디자이너로서 지금의 모든 것을 거기에서 보고 배우고 느꼈다고 말한다.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은 리파인 아방가르드(Refine Avant Garde), 우리말로는 ‘정제된 실험성’이에요. 디자인은 아트가 아니기 때문에 정제되고 객관화돼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아트에선 컵이 아니라고 우기면 컵이 아닌 게 되지만 디자인에서는 어쨌거나 컵이거든요. 내 스타일의 컵이라고 얘기하려면 컵의 기능성이든 형태든 뭔가 하나는 남겨둬야 하는데, 그걸 정제되고 객관화시키는 거죠. 저는 패션을 절대 ‘아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아티스틱할 뿐이죠. 바로 그것이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의 모토기도 해요. 입학할 때부터 교수님들이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것은 아트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방송 얘기를 할 때는 한없이 가볍다가 디자인 얘기를 할 때만큼은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황재근. 그는 작업실에서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옷은 수십 단계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요.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림만 그렸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모든 과정을 컨트롤해서 옷이 매장에 걸리고 소비자에게 팔렸을 때 비로소 끝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죠. 더욱이 아무리 완벽하려 해도 완벽할 수가 없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120%를 추구해야 90% 정도가 나와요. 100%를 추구하면 절대 90% 이상이 안 나오더라고요. 철저히 준비하고 항상 체크, 또 체크할 수밖에 없어요.”





인생이 의지대로 흘러갔으면…

남다른 스펙과 유명세, 겉으로 보기에 황재근은 화려한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아픔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벨기에로 떠나서는 학업을 우선시 하느라 그마저도 할 수 없어서 옷과 생활용품 등을 주워 쓸 정도로 돈을 아끼고 아꼈다고 한다. 여기에 유학 생활 내내 예상치 못한 악재가 계속 이어졌다. 1학년 때는 비자 기간에 문제가 생겨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고, 2학년 때는 몸이 아파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이듬해에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비행기 표를 살 돈이 없어 일본인 친구에게 겨우 돈을 빌려 귀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느라 시간이 지체된 탓에 그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장례식은 끝난 뒤였다고 한다.
“집은 예전 그대로인데 어머니는 안 계시고, 덩그러니 놓인 사진들을 보니 가슴이 무너져내렸어요. 아들로서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아리죠.”
정식으로 디자이너가 된 뒤에도 그의 길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연하던 해 자신의 첫 브랜드 ‘제쿤옴므’를 론칭했지만 아직까지 ‘상업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끊임없이 대부업체로부터 빚 독촉전화를 받는 황재근의 모습이 그려져 놀라움을 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받은 상금 1억원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다 썼어요.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 박람회도 여기저기 다녔는데 생각만큼 옷이 잘 안 팔리더라고요. 급기야 대출까지 받게 됐죠. 돈을 안 갚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말까지 들어봤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열심히 일해서 갚는 것밖에 방법이 없죠.”
돈이 없다고 해서 꿈마저 초라하진 않다. 황재근은 그동안 겪은 어려움을 밑천 삼아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려 한다. 쇼팽 음악을 듣고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영상을 감상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는 그는 “오늘을 고민만 하지 말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내일을 찾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적 씨가 불렀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처럼 인생이 제 의지대로 흘러가면 좋겠어요. 사실 그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나 싶은데, 제대로 중심을 잡고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젠가는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까요? 하하.”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장소협조 · 르돔




여성동아 2016년 1월 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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