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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서비스 대기만 1년, 돌보미 공급 확대 시급

문영훈 기자

2024. 06. 24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기 전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양육에 대한 부담이다. 정부는 2007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개선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2월 여성가족부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아이돌봄서비스의 정부 지원 가구 수를 8만5000가구에서 올해 11만 가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들은 “대체로 이용에 만족한다”면서도 “긴 대기 시간, 돌봄서비스의 들쭉날쭉한 질 등을 지적하며 서비스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일대일 공공 서비스뿐 아니라 공동 육아 시설 이용 확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통해 공공 육아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돌보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어”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육아 부담이 꼽힌다. 정부는 2007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3개월 이상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봄서비스는 아이만 돌보는 기본형(시급 1만1630원)과 아동 관련 가사 업무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종합형(시급 1만5110원)으로 나뉜다. 기준 중위 소득 범위에 따라 최대 85%의 비용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신청자가 많아 일부 지역에서는 6개월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신혼부부 인구가 많은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이 모(44) 씨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돌보미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2020년부터 3년간 서비스 이용 가구 수는 5만9963가구에서 7만8212가구로 약 2만 가구 늘었지만 돌봄 인력은 2만4469명에서 2만8017명으로 3500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 육아휴직도 못 쓰는 상황에서 아이돌봄서비스 대기는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네요.” 맘 카페 등에서 이러한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중위 소득 150% 기준이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구별 중위 소득이 150%를 넘으면 아이돌봄서비스 유형상 ‘라형’에 해당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2024년 기준 3인 가구 중위소득 150%는 월 707만1186원이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홍 모(40) 씨는 “지난해 이용할 때는 ‘나형’에 해당돼 60%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소득이 오르며 올해는 돌봄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금인데 소득 기준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면접비를 지급하면 원하는 돌보미를 고를 수 있지만 대기자가 많은 상황에서 원하는 돌보미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돌보미에 따라 서비스 질이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이 씨는 평일 2시간만 돌봄이 필요했지만 돌보미는 60시간 이상 근무를 요청해 받아들여야 했다. 이 씨는 “60시간 이상 근무해야 4대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여름엔 날이 더워서 어린이집 하원은 못 돕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결국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보통 아이를 잘 돌봐주시지만 인수인계 과정에서 아이 이유식 시간을 놓치는 등 변수도 있다”며 “해야 할 일을 체크할 수 있는 체계를 앱 등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 장려 등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인천 강화군에서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아이 돌보미가 효자손으로 아이를 폭행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2월 아들을 갖게 된 박 모(34) 씨는 “정부에서 돌보미 신원을 조사하고 교육을 한다고 해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갓난아기를 맡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아내 육아휴직이 끝나면 나도 휴직하고 싶지만 회사에 전례가 없어 사용할 시, 복직할 때 내 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 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물었을 때 1위(20.1%)를 차지한 대답은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20.1%)였다.

육아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에 의뢰해 2023년 12월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수도권 거주 30대 기혼자 대상 저출산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가장 큰 이유’로 육아 비용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24.5%였다. 주거 비용(28.5%)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경력 단절 우려(16.8%), 사교육비 등 교육(12.2%) 역시 돈 문제다. 현재 2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31) 씨는 “식비에 기저귀, 옷까지 아이에게 드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지난해까지는 나라에서 주는 부모 급여 도움을 받았는데, 지원 기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 돌봄서비스 제도권 들여 해결하라”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HD현대 직장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HD현대 직장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봄서비스 돌보미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돌보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거나 기존 민간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돌보미 공급은 돈 문제”라며 “정부가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확대에 의지가 있다면 사실상 최저 시급에 준하는 임금을 높여 돌보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공공 돌보미 시급은 1만110원으로 최저 시급보다 250원 더 높은 수준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 아이돌봄서비스는 구조의 경직성 때문에 인력 충원이나 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기존 민간 아이돌봄서비스 인프라를 이용해 바우처를 지급해 돌봄 수요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포함해 ‘아이 돌보미와 민간 육아 도우미에 대한 교육 및 자격관리제도 도입’ ‘민간 육아 도우미 제공 기관 등록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되며 자동 폐기됐다. 정 교수는 “국가가 아이 돌보미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민간 돌봄서비스를 관리하면 부모에게 높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대일 돌봄 대신 일대다 보육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생률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일대다 보육 시스템에 집중하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가정보다 보육 시설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애착 형성이 필요한 영유아기 때는 부모가 직접 기를 수 있도록 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높이는 등 제도를 개편하고, 그 이후엔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육 시설을 이용하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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