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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사전 신청만 17만 명 ‘토스’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진짜 이유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2023. 02. 27

1월 30일 토스모바일은 17만 명에 달하는 사전 가입 신청을 받으며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왜 토스는 뒤늦게, 그것도 대부분의 사업자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알뜰폰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비즈니스로 꼽힌다. 16%대 시장 규모에 비해 매출액 점유율은 5%대로 적고, 대부분의 사업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핀테크 유니콘 토스가 통신사업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토스모바일과 덩달아 알뜰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요금 경쟁을 위해 정부가 시작한 사업

알뜰폰 서비스는 2010년 처음 시작됐다. 이 사업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요금 인하에 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면서 편리성이 크게 늘었지만, 유선전화 요금만 내던 때에 비해 통신 요금이 따라 증가했다. 가족 개개인이 휴대폰을 가지게 되면서 이른바 ‘가계통신비’ 부담도 커졌다.

당시 통신 요금 인하는 늘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의 대표 공약으로 반복됐지만 통신 요금은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기에 실질적인 요금 인하는 쉽지 않았다. 늘 전국 규모의 망 설치와 관리 그리고 급변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부담이 뒤따르면서 통신사들도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통신 요금 인하를 위한 수많은 정책이 쏟아졌는데, 그중에서도 또 하나의 사업자를 더해 경쟁을 높이면 자연스레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략은 꽤 오랫동안 힘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이미 탄탄한 통신 3사가 버티고 있으니 비슷한 망 품질의 전국망을 처음부터 다시 설비하면서 요금까지 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당시 정부는 네 번째 이동통신망을 새로 까는 대신 기존의 망을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에 집중했다.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저렴한 요금을 목표로 하는 ’알뜰폰‘이라는 사업명으로 통신 시장에는 또 다른 경쟁 구도가 마련됐다.

알뜰폰의 강점은 이름대로 비용에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기존 통신 3사에게 망 사용 권한을 저렴하게 도매로 구입한 뒤 가입자를 유치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정부가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와 계약하는 도매대가(망 사용료)를 조정해 실제 통신망 이용자들이 더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도매대가를 한 차례 내려서 알뜰폰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으론 정부가 나서서 민간사업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성장보다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경쟁보다 규제와 압박을 통해 일방적인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다. 알뜰폰 사업 역시 도매대가를 내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만큼 실질적인 사업적 가치가 부족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4 이동통신사업자를 발굴·지원하겠다고 나선 데에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사업은 사실상 또 하나의 유통 구조를 거치는 형태다. 그런데도 저렴한 요금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알뜰폰 사업자가 마케팅과 보조금, 광고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처지에서 알뜰폰 서비스 가입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통신 속도를 비롯한 네트워크의 품질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요금제의 구성이 다르고, 부가서비스나 혜택이 적다는 것을 빼면 통신 그 자체의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뜰폰 도입 초기에는 해외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편이 있었는데 이 역시 대부분 해결된 상황이다. 또한 해외에서도 각 국가의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현지의 이동통신을 저렴하게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신 3사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구입하기에 가장 편리한 창구이고, 멤버십 혜택이나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결합 상품과 직접 구입한 단말기로 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서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 등을 활용하면 전체 서비스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의 경쟁력이 뛰어나고, 고를 수 있는 요금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무선랜에 늘 접속해 있어서 네트워크 사용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요금 절감 효과를 준다.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며 느리지만 알뜰폰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월 9일 과기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준 이동통신 시장의 점유율은 SK텔레콤이 39.9%를 차지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2.9%, 20.8%였다. 알뜰폰의 점유율은 16.4%로,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여전히 알뜰폰 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포화 상태의 통신 시장이 사물인터넷과 듀얼 USIM 등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변화하는 통신 시장, 차별화가 핵심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용자들이 알뜰폰을 쓰는 형태다. 과거 알뜰폰 시장은 ‘저가’에 집중했다. 키즈 폰 혹은 효도 폰으로 포장되는 어린이와 노인들 중심의 저렴한 요금제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는 각종 기기의 셀룰러 데이터 활용이 늘어나며 알뜰폰 사업자들의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류는 이동통신 3사에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 점유율에서 SK텔레콤의 40%가 무너졌다는 소식과 함께 알뜰폰 확대가 언급되지만, SK텔레콤 측은 “핸드셋(휴대전화) 가입률은 변화가 없다”며 점유율에 대한 우려를 부정했다. 알뜰폰 성장이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폰 외의 비즈니스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도입된 eSIM(물리칩 대신 다운로드만으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식별 장치)을 이용하거나 2개의 USIM을 사용해 업무 폰과 일상 폰으로 분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 추가로 이동통신을 가입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럴 때 알뜰폰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본 전화는 이동통신사를 이용하고, 데이터는 알뜰폰으로 나눠 쓰는 ‘알뜰족’이 늘어나는 것이다.

토스모바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중심에 뒀는데 토스모바일의 요금은 이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토스모바일은 요금제에서 남은 데이터를 포인트로 환급해주고, 토스의 여러 서비스를 통신과 결합해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저렴한 요금 대신 기존 이동통신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통신을 기반에 두고 여기에 어떻게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플랫폼을 만들지를 고심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망 설비에 대한 부담이 없고,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회수하기 위한 마케팅과 광고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알뜰폰의 근본적인 경쟁력이기도 하다. 저렴하게 공급받은 통신망을 극단적인 저가 요금만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다음 알뜰폰의 가야 할 방향이다. 통신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지표인 ARPU(Average Revenue Per User·가입자당 요금)를 높이려면 더 나은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리브엠은 2030 세대가 가입자 중 60%를 차지한다.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에 최초로 5G 요금제를 도입하고, 스마트워치 상품을 제공하는 등 시장의 수요에 발맞춰왔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는 진짜 ‘알뜰폰’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토스모바일에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험에 달려 있다. 저렴한 요금 중심의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토스까지 같은 전략으로 뛰어들었다면 시장에도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토스가 금융 시장에 가져온 변화의 바람이 통신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알뜰폰 #토스 #리브엠 #통신3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토스홈페이지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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