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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기분이 태도가 되지말자, 반려견에게도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2. 20

옛말에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역할과 교육방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격언이다. 놀랍게도 이 말은 반려견과 보호자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반려견의 성격은 보호자의 심리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반려견의 성격은 보호자의 심리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성격, 감정이 반려견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을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과학적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2017년부터는 보호자의 심리상태나 교육방식이 구체적으로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반려견 교육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유기견, 행동문제로 버려지는 경우 제일 많아

“유기견 입양하려고요? 유기견이 버려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문제 행동 때문이에요. 동정심으로 무턱대고 입양하기보다 유기견의 이상 행동을 참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해요.”

반려견 행동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설채현 수의사가 한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반려견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매년 330만 마리의 반려견이 유기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5분의1은 안락사 된다. 미국에서도 반려견을 유기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문제 행동’이라고 한다. 문제 행동은 반려 생활에 애로사항이 될 수 있는 반려견의 행동으로 대표적으로 분리불안, 짖음, 배변장애 등이 있다.

미국에서는 유기견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관련 조사가 진행된 바 있는데, 관련해 2018년 ‘보호자 성격, 심리적 상태와 반려견 문제 행동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owner personality and psychological status and the prevalence of canine behavior problems)’이란 연구를 주목해볼만 하다. 이 연구는 표본이 크고 다양해 신뢰성이 높다. 연구는 1564개 반려견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암컷과 수컷의 비율은 각각 49%, 51%. 암컷은 88%, 수컷은 84% 중성화를 거쳤었다. 29%는 믹스견이었고 71%는 160종의 품종견이며 조사 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1인 가구(47%)였다. 보호자의 경우 신뢰도 있는 심리검사로 평가받는 ‘빅 파이브(Big Five)’ 성격 모델을 통해 성향을 파악했다. 연구는 보호자의 교육방식과 반려견 문제행동을 연관 지어 결과를 도출했다.

빅파이브 성격 검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검사는 성격을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개방성으로 나눈다. 혹 아래 연구 결과를 읽고 흥미를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직접 빅파이브 성격모델 검사를 해 연구결과와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파이브 성격 검사는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손쉽게 가능하다.



연구 결과 중 반려견의 문제, 교육방식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것들만 간추려 요약한 결론은 아래와 같다. 대체로 정서적 안정성과 성실성이 낮은 보호자의 반려견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성과 성실성이 낮은 보호자들은 비교적 감정적 대응이 많고, 반려견을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상할 수 있듯이 반려견은 마찬가지로 높은 불암감을 보였다. 보호자의 외향성, 친화성이 낮을수록 반려견은 낯선 자극을 경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이는 보호자의 성격이 반려견의 사회화 과정에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짖음, 분리불안, 공격성은 대체로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적용했을 때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보호자의 감정이 투영된 한 번의 교육이 반려견의 전체적인 성격을 변화시키진 않는다. 생활환경, 보호자의 양육태도, 교육방식, 타고난 성격 등 다양한 변수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자면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보호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어야 반려견의 문제 행동 빈도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의 타고난 성격을 변화시키기는 어렵기에 보호자의 도움이 있어야 행복한 반려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 반려견이 선천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높은데, 보호자가 생활환경을 미흡하게 조성하고 양육태도나 교육 방식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최악의 시너지를 예상할 수 있다. 뉴스 속 물림사고가 남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보호자 심리상태가 반려견에 영향 끼쳐

반려견의 선천적인 성격은 바꾸기 어렵다. 보호자가 성격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야 행복한 반려생활이 가능하다.

반려견의 선천적인 성격은 바꾸기 어렵다. 보호자가 성격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야 행복한 반려생활이 가능하다.

최근 독일에서 개발된 반려견 성격검사 ‘베젠테스트’가 유행이다. 보호자들 중에는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반려견의 기질을 평가하고 훈련방식에 적용하기도 한다. 베젠테트스는 반려견이 먹고 있는 음식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강제로 뺏었을 때 화를 내면 나쁜 개, 아무 반응이 없으면 좋은 개로 평가한다. 또 산책 중에 놀라게 했을 때 짖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면 나쁜 개, 아무 반응이 없으면 교육이 잘 되어있고 문제가 없는 개로 평가한다.

나는 이 테스트의 정확성에 의문을 갖는다. 먹고 있는 치킨을 빼앗아 가는데 화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길가다 누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화들짝 놀라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 테스트는 결국 ‘서열’과 ‘우위’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테스트이기에 결과를 토대로 나의 반려견을 문제견으로 만들고, 예민하고 키우기 어려운 개로 치부하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보호자의 성격 때문에 반려견에게 문제행동이 생겼다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보호자 또한 반려견을 양육할 때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아무 때나 무턱대고 화를 낸다면 반려견은 예측이 못한 상황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몰라 항상 불안감에 떤다. 반려견이 산책 중 기분이 좋아 줄을 조금 당겼다고 해서 혼이 난다면 반려견에게 두려움과 무기력증만 심어줄 뿐이다. 다른 반려견을 보고 짖는다고 혼을 낼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그 상황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들겠다고 사람이 많은 강남역에 강제로 데려가지 않듯이 말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사람에게 하지 못할 행동은 반려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믿을 만한 국내외 자료를 통해 예비 반려인들을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반려 생활을 시작한다면 자연스럽게 유기견도 줄어들고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부디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반려견문제행동 #반려견성격 #베젠테스트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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