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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왕현정 KB증권 절세연구소장 “세금 한 푼이라도 덜 내려면 손품·발품 팔아야”

문영훈 기자

2023. 02. 09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 상세본은 무려 216페이지에 달한다. 매해 달라지는 세제를 파악하려면 이 정도는 가뿐히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 걸까. ‘세테크’ 시대를 맞아 왕현정 KB증권 절세연구소장에게 절세의 출발점이 어딘지를 물었다. 



고금리·고물가가 불러온 경기침체로 한두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세테크(세금+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세제가 매해 바뀌는 통에 개인 맞춤형 절세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개통을 이틀 앞둔 1월 13일, 왕현정 KB증권 절세연구소장에게 ‘절세 꿀팁’을 물었다. 왕 소장은 2005년 세무사 자격증을 획득한 뒤, 18년간 금융권에서 세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세무 전문가다. 지난해 9월에는 KB증권이 발족한 절세연구소의 장을 맡아 절세 방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왕현정 소장은 “절세는 자산관리의 핵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세금은 이론이 아니라 실전”

자산관리에서 절세가 왜 중요한가요.

납세의무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4대 의무 중 하나잖아요. 그만큼 세금은 많은 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산관리의 첫 번째 스텝은 가용 소득을 늘리는 겁니다. 허투루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죠. 그러려면 내가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절세 상담은 고액 자산가들이 받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상담 비중만 보면 고액 자산가에 치중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득과 무관하게 절세에 대한 상담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절세 계좌 등 절세 상품은 금융 소비자 전체를 위해 만들어져 있고요. 소득이 적더라도 세금에 대한 관심을 놓으면 안 됩니다.



세금 공부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책을 보고 이론을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세금은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니까요. 우선 내 월급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계약 연봉과 12개월 동안 받는 월급, 그러니까 실수령액은 왜 차이가 나는지, 조세와 4대 보험과 같은 준조세로 빠져나가는 돈은 어떤 비중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월급 명세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공제액이 눈에 띌 겁니다. 그렇게 내 수입이나 재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세금 지식을 사회 초년생 때부터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연말정산, 어떻게 하면 ‘13월의 폭탄’이 아니라 ‘13월의 월급’이 될 수 있을까요.

내게 맞는 연말정산 공제 항목부터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연말정산은 손품과 발품으로 완성됩니다. 국세청 홈택스 자료만 내려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대체로 국세청 홈택스에 집계된 금액은 실제 지출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지만 간혹 누락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가령 중고차, 도서 구입, 공연 관람, 전통시장 지출 등은 소득공제 대상이지만 일반 사용분으로 처리되는 식이죠. 이를 꼼꼼하게 확인해 잘못 처리된 내역은 별도 증빙 자료를 회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최근 연말정산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가 있다고요.

해외 주식 거래로 100만 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 가족을 부양가족공제 대상으로 넣는 경우입니다. 이때 추후 미납 세금과 함께 가산세를 부담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2025년으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전까지는 국내 주식은 비과세이지만 해외 주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식이나 배우자 명의로 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노동 지형이 달라지면서 프리랜서나 1인 창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유의할 점이 있나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이 되면,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연간 수입은 대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개인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경비는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인정받을 수 있는 비용 항목을 미리 체크한 뒤, 연초부터 영수증을 잘 챙기고 사업 연관성을 메모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직장 1년 차 때 ISA 만들자”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의 차이가 항상 헷갈립니다.

쉽게 설명하면, 연금저축과 IRP는 당장 현재의 세금을 깎아주는 절세 계좌이고 ISA는 미래의 세금을 줄여주는 절세 계좌입니다. 모두 자유 입금 형태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 계좌 모두 만들어두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좌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선 만 55세까지 인출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하에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IRP가 가장 적합합니다. 올해부터 최대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연금저축 계좌는 연 600만 원으로 세액공제가 낮은 대신 IRP 계좌 보다 비교적 해지가 용이합니다. 중요한 건 연금저축과 IRP 모두 중도해지 시 세액공제 혜택을 일시에 환수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납입한 원금에 대해서도 16.5%의 세금을 뗍니다. 항상 연금 계좌 해지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목돈이 필요한 일이 많은 사회 초년생에겐 연금 계좌보다는 ISA가 더 유용합니다.

왜 그런가요.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측면에서 ISA만 한 절세 계좌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죠. 계좌에서 늘어난 수익 중 주식 매매 차익은 전액 비과세되고, 이자 등 금융소득은 현재 소득에 따라 200만 원 혹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됩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은 직장 1년 차에 ISA 계좌에 가입하는 걸 추천합니다.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일 때는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 아무리 연봉 수준이 높다고 하더라도 가입 시점 소득이 기준이기 때문에 1년 차에는 웬만하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회 초년생이 알아둬야 할 절세 팁이 있나요.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초임 평균 연봉 수준은 3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현실적인 급여만 놓고 보면 최고의 절세는 ‘짠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시 신용카드 소득공제만 바라보고 소비를 늘리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최대한 종잣돈을 모은 뒤 앞서 말한 ISA 계좌를 개설해 절세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려야 합니다. ISA 외에도 비과세 통장으로 6월 도입을 앞두고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있습니다.

추가로, 월세를 내는 청년 가구라면 부동산 계약 단계부터 주소 전입이 되는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주소 전입이 불가능한 경우, 연말정산에서 월세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월세 부담이 클수록 세액공제를 내다보고 부동산 계약을 맺는 것이 좋습니다.

“고액 자산가는 증여·상속 동시에 고려”

반대로 은퇴를 앞둔 분들이 참고해야 할 절세 지식이 있나요.

퇴직소득과 연금소득이 중요합니다. 과거엔 은퇴 후 퇴직금을 이용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노후 자금의 ‘파킹통장’이라 불리는 IRP 계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명하게 퇴직금을 이용하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퇴직소득세 납부를 유예하고 투자금 자체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상황이라면 퇴직소득세 역시도 투자금의 일부로 이용해 불리는 것이죠.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나누어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 퇴직소득세에서 30%를 감면받게 되죠.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금 설계를 하고, 여타 소득과의 균형점을 찾아 노후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속과 증여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많습니다.

재산이 30억 원 이상인 분들은 증여와 상속을 동시에 고민하는 게 좋습니다. 증여할 때는 증여 대상이 많을수록 증여세가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10억 원을 자녀 1명에게 줄 때와 손자, 손녀 등으로 확장해서 증여할 때를 비교하면 후자의 경우 세금이 낮아집니다. 또 부동산, 주식 등 향후 미래가치가 높아지는 게 확실한 경우라면 상속보다는 증여를 택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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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현정 절세연구소장이 꼽은
2023년 주요 세제 개편 사항 5

① 연금 계좌 세제 혜택 확대
- 연금저축 납입액은 4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IRP 등 퇴직연금 포함 시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났다. 또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 과세했으나, 올해부터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② 종부세 부담 완화
-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기준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된다. 1주택자 대상 종부세 과세 기준은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라간다. 부부 합산 기본공제의 경우 12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확대된다. 지역과 무관하게 2주택자는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③ 전월세 관련 공제율 증가
-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 세액공제율이 늘어난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의 경우 12%에서 17%, 5500만 원 이상의 경우 10%에서 15%로 상향 적용된다.
- 전세금 또는 월세 보증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가 연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늘어난다.

④ 부동산 증여 시 커진 리스크
- 이월 과세 적용 기간이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확대된다. 이월 과세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특수 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2023년부터 부동산을 증여받는다면, 10년 이상 보유한 뒤 팔아야 증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⑤ 보다 편리해지는 가업 승계
-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의 범위가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에서 5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시 상속세·증여세를 납부 유예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된다.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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