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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GenZ 대표 커플앱 ‘썸원’ 만든 황민하 모니모니 대표

문영훈 기자

2023. 02. 04

커플 앱 ‘썸원’을 들어본 적이 있나.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Z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20대 초반 커플 사이에서 대표 앱으로 자리 잡은 ‘썸원’을 만든 황민하 모니모니 대표에게 요즘 시대의 사랑법을 물었다. 

2015년 ‘뉴욕 타임스’에 실린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이렇게 해라(To Fall in Love With Anyone, Do This)’라는 제목의 칼럼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1996년 사회심리학자 아서 아론이 진행한 실험을 현실에서 해봤더니, 실제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론의 실험은 서로 모르는 남녀를 조용한 공간에서 마주 보게 한 뒤, “가장 소중한 기억이 뭔가요?” “상대방의 장점 5가지를 말해보세요” 등이 포함된 36개의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아론은 해당 실험을 담은 논문에서 “긴밀한 관계로의 발전은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시작된다”고 결론 내린다.

이게 비단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만 해당하는 일일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속 얘기를 할까.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썸원’은 가장 긴밀하다고 여겨지는 커플에게 하루에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향기는 무엇인가요?” “‘나’라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갖는 편견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에 매일 답하는 콘셉트다. 많은 질문에 답변할수록 커플이 공유하는 앱 속의 ‘반려몽’이 자라난다.

서로에 대한 질문으로 관계의 발전을 꾀한 아서 아론의 실험과 추억의 게임 ‘다마고치’를 합친 듯한 ‘썸원’은 Z세대 사이에서 메인 커플 앱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분석 업체 ‘다이티’가 안드로이드 이용자 28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24세 미만 커플앱 유저 순위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1월 시점으로 하루에 ‘썸원’에 접속하는 이용자(DAU)만 60만 명에 달한다.

1월 16일 ‘썸원’을 만든 황민하(30) 모니모니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프리랜서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일하며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며 ”‘썸원’이 글로벌 커플 필수 앱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순수미술 전공생에서 UI·UX 디자이너로

전공이 서양미술인데, IT업계로 진출했네요.

졸업을 앞두고 순수미술에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웃음). 어떤 직업을 택해야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IT업계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앱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누군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당시엔 UI·UX 디자인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을 때라 해외 컨퍼런스를 참고한다든가, 해커톤 대회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기술을 익혔죠.



창업에 도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썸원’을 만들기 전에는 프리랜서 UI·UX 디자이너로 4년간 일했어요. 그동안 블록체인, 커머스 플랫폼 등의 앱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시장에서 잘 통할 것 같지 않은데도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춰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저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토이 프로젝트’(개발자가 남는 시간을 투자해 만드는 작업)로 시장에 빠르게 먹힐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썸원’이었어요.

어떻게 수요를 파악했나요.

우선 제가 쓰고 싶은 서비스, 제 친구가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친구들과 평소에 연애에 대해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당시엔 소개팅 앱처럼 커플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많은데 커플을 위한 서비스는 적더라고요. 그래서 ‘썸원’을 만들게 됐습니다.

20대가 타깃이었네요.

그때가 가장 열정적이고, 순수하게 연애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른바 ‘Z세대’를 겨냥했다기보다 20대 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픈 기억이 있잖아요. 그때 더 소통하고 서로 기록을 남겼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썸원’이 연애 생활에 도움을 주길 바랐어요.

영문 이름이 ‘someone’이 아니라 ‘sumone’입니다.

합치다를 의미하는 ‘sum’과 하나를 뜻하는 ‘one’을 모아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하나의 커플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연애편지 기다리는 설렘 담아”

2019년 12월 24일 베타버전으로 시장에 나온 ‘썸원’의 반응은 뜨거웠다. 베타버전이 나오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앱 2위를 차지했고,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20년 12월에는 ‘구글 올해를 빛낸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선정됐다.

별도의 마케팅이 없었다고 하던데요.

별도의 홍보비를 쓴 건 초반 인스타그램에 든 2만5000원이 전부입니다.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해 입소문을 타게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앱을 사용해본 사람이 친구들이나 다른 커플에게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혈액형 등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는 ‘반려몽’이나 ‘썸원’의 질문을 담은 게시물이 많이 공유되면서 가입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군인이 일과 후에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곰신카페’에서 고무신 ‘필수 앱’이라는 말이 돌았거든요.

하루에 하나씩 커플에게 질문을 던지는 콘셉트는 어떻게 고안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야 할 때, 과연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뭔지 알고 있을까에서 시작했어요. 연애 중인 지인들에게 실제로 물어보니 대부분 알지 못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상대방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는 뜻이죠. 커플끼리 매일 하나의 질문에 상대방을 생각하며 답변하고, 그 습관이 만들어지면 커플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장기간 연애를 한 분들도 ‘썸원’을 사용하나요.

오래 상대방을 만나왔지만 앱을 통해서 서로 알게 된 게 늘어났다는 피드백이 많아요. 최근에는 결혼 준비하면서 가입한다는 분들도 늘었어요. 서로 가치관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더라고요.

질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사내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계속 만들고 있어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 보니 이상하게 들리는 질문을 내놓더라도 모두 허용하고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하는 분위기죠. ‘썸원’을 론칭한 지 3년이 지났으니 1000개가 넘는 질문이 데이터베이스에 쌓여 있어요. 마지막 1명의 이용자가 남을 때까지 질문을 배포할 생각입니다.

아기자기한 앱 디자인이 ‘썸원’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앱처럼 보이지 않길 원했어요. 회화적인 감성을 많이 넣으려고 했습니다. 연인의 기록이 담긴 책을 갖는 느낌을 상상하며 종이 질감에 펜이나 연필로 그린 듯한 디자인으로 만들었어요.

질문과 답변을 모아 굿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은 없었나요.

그런 요청도 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프라이빗한 정보이다 보니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최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대의 연애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 연애는 가볍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20대와 어머니⸳할머니 세대의 연애와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스마트폰 사용이 원활해지면서 소통 방식이 과거 편지나 삐삐에서 모바일로 옮겨온 것일 뿐이죠. ‘썸원’도 과거 연인 간 많이 주고받았던 연애편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는 설렘, 온전히 상대방을 생각하며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재해석해 디지털로 옮기고자 한 노력이었습니다. Z세대가 ‘썸원’에 호응하는 것만 봐도 과거와 현재의 사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앱 개발은 빠른 실행이 중요”

초반 성장세 이후 ‘썸원’ 유니버스는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영어·일본어·대만어 등으로 앱을 번역 배포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도 만들었다. 1월에는 커플 간의 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썸로그’ 업데이트도 이뤄졌다.

1월 진행된 ‘썸로그’ 업데이트는 어떤 구상에서 출발했나요.

‘썸원’은 커플 간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이니만큼 과거의 추억이 앱에 고스란히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커플이 공동 캘린더 앱을 쓰는 비중이 높지 않더라고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어 함께했던 기억을 손쉽게 남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3년간 사업이 크게 확장됐지만 시드머니 투자를 받지 않았다고요.

벤처 캐피털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까지 제안을 거절한 건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걸 꿈꿔왔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기가 어려워지죠. 지금 단계에서는 저희가 해보고 싶을 걸 다 시도해보고 싶어요.

‘모니모니’의 목표는 뭔가요.

‘썸원’을 전 세계 연인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만국 공통어잖아요.

마지막으로 제2의 ‘썸원’을 만들고자 하는 창업 도전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핵심 기능과 콘텐츠만 구현한 프로토타입 버전을 시장에 빨리 배포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은 이럴 거야” 미리 짐작하고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자신의 시야에 갇히기 쉽고,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어요.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실행이 중요합니다.

#모니모니 #썸원 #황민하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모니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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