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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orts

아직도 게임한다고 등짝 스매싱 하나요?

이경은 기자

2023. 01. 28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신흥 강자 ‘e스포츠’를 아는가. 아직도 게임에 몰두해 있는 자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은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이 기사를 바친다.

2022 롤드컵에서 우승한 DRX.

2022 롤드컵에서 우승한 DRX.

지난해 e스포츠 업계에서는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LPL) 세 곳이 이상혁(페이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프로게이머에게 111억 원 상당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이적 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2022년 11월 28일 페이커와 LoL(롤) 챔피언스 코리아(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LCK) 구단 T1이 3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그의 이적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계약 직후 T1이 13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온라인에선 T1이 페이커와의 재계약을 위해 막대한 운영비를 끌어모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선수 한 명을 두고 오가는 돈만 몇백억 원 수준이 된 e스포츠 시장, 그 현황을 분석했다.

e스포츠로 돈이 몰린다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인파.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인파.

1월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048억 원에 달한다. 액수보다 이목을 끄는 건 분야별 증가 폭이다. 전년 대비 상금 규모는 44.2%, 게임단 예산은 14.7% 증가했다.

최근 한국 e스포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라이엇게임즈·크래프톤·넥슨과 같은 게임 종목사다. 라이엇게임즈는 LCK를 프랜차이즈 모델화해 대회 규모를 키웠고, 크래프톤은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직접 개최하는 등 산업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지스타 2022’를 즐기는 참가자들.

‘지스타 2022’를 즐기는 참가자들.

기업들도 앞다퉈 e스포츠 후원에 뛰어들고 있다. e스포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IT 기업은 물론 나이키·BMW 같은 글로벌 의류·자동차 업체도 e스포츠 대회 후원사로 참여한다. 최근엔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업도 합세했다. ‘2022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 진출한 LCK 구단 DRX는 신한은행, 예스24, 레드불, 포르쉐 등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선수와 구단, 기업과 미디어가 결합된 e스포츠는 프로 스포츠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게임 규칙만 알고 있으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든든한 팬덤 문화가 형성된 이유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쉽 트로피.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쉽 트로피.

지난해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2022 롤드컵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수는 역대 최고인 51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동시 시청자 수가 242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그만큼 e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e스포츠 팬들은 오프라인 행사에도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G-STAR 2022’에 참여한 현장 인원만 19만 명에 달한다.

프로 경기와 함께 아마추어 경기도 활성화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e스포츠 동호인대회’와 ‘2022 e스포츠 대학리그’ 등을 개최했다. LG전자, KT 등 기업에서는 사내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선 정식종목, 올림픽은?

‘롤계의 메시’리는 별명이 붙은 페이커.

‘롤계의 메시’리는 별명이 붙은 페이커.

e스포츠가 국경을 초월한 인기를 얻으면서 전통 스포츠와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e스포츠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2023년 9월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기도 한다.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올림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별개로 종목 자체의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목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큰 장벽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시기와 인기도에 따라 게임 선정 종목이 달라지면 정통성과 형평성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각광받는 롤도 언제 비주류 게임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은 6개지만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정 종목은 8개다.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8’ ‘스타크래프트 2’ ‘클래시 로얄’이 빠지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FIFA 온라인 4’ ‘도타 2’ ‘몽삼국 2’ ‘스트리트 파이터 2’ ‘하스스톤’이 추가됐다. 게임에 대한 주목도에 따라 채택된 종목이 달라진 셈이다. 김 교수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운영 방식과 종목 선정 요건이 필요하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여러 차례 실험한 후 그 결과와 부작용을 올림픽에 천천히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성동아

e스포츠 대표 종목 4

리그 오브 레전드
5명의 챔피언으로 구성된 양 팀이 상대의 본진 ‘넥서스’를 파괴하면 이기는 전략 게임이다.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LoL 월드챔피언십’. 우승만 하면 엄청난 인기와 명예, 높은 연봉까지 받을 수 있는 e스포츠 대표 대회로 ‘롤드컵’이라 불린다. 그 외 국제 대회에는 매년 겨울에 치러지는 ‘LoL 올스타전’ 등이 있다. 한국 메이저 리그는 LCK인데, 2022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LCK에 포함된 T1과 DRX가 맞붙을 정도로 국내 리그 선수들의 기량은 매우 뛰어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최대 100명의 인원이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벌이는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이다. 다양한 전략을 이용해 싸워 최후의 1인이나 1팀을 가린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라는 문구가 뜨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바일 버전까지 출시될 만큼 인기가 많은 배틀그라운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개발했다. 최상위 국제 대회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PMGC)’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 시리즈(PMPS)’에서 우승한 국내 프로 팀이 국제 대회 진출권을 획득한다. 2022 PMGC 우승컵은 ‘S2G 이스포츠(튀르키예)’가 거머쥐었다.

피파 온라인 4
EA 코리아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유구한 역사의 온라인 축구 게임이다. 전 세계 톱티어 축구선수를 데리고 나만의 축구팀을 운영하는 콘셉트다. 실제 선수의 특징이 잘 고증된 편이다. 플레이 방법은 실제 축구와 유사하다. AI로 움직이는 감독 모드가 아니면 유저가 각 선수가 돼 다양한 조작 키로 공격, 수비, 이동을 해야 한다. 공식 국제 대회도 있다. FIFA와 EA SPORTS에서 주관하는 ‘FIFAe 콘티넨탈컵(FECC)’이나 EA코리아에서 주관하는 ‘EA 챔피언스컵(EACC)’이다. 국내엔 리브 샌드박스, 광동 프릭스와 같은 프로 팀이 있다.

하스스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기반으로 2014년 출시한 전략 카드 게임이다. 카드 각각의 기능과 서로의 시너지를 분석해 상황별로 덱(30장으로 이뤄진 카드 뭉치)을 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신규 카드와 효과가 포함된 확장 팩이 나올 때마다 공개되는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 시네마틱 영상을 공개해 플레이어의 몰입을 돕는다. 최고 권위 대회는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이다. 국내에선 김정수(Surrender) 프로게이머가 2017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 4강에 진출한 이력이 있다. 뽑힐 카드를 예상할 수 없어 운의 요소도 작용하는 편이다. 유튜버 ‘침착맨’으로 활동하는 이말년 웹툰 작가 역시 하스스톤 플레이어인데 “‘운발’이 난무하는 하스스톤, 조금 더 침착한 자가 승리한다는 뜻으로 예명을 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뉴스1 뉴시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사진출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EA코리아 스튜디오 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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