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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뜨는 건강 트렌드 6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1. 01

덴마크 다이어트, 슈퍼 푸드, 간헐적 단식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건강법들이 있다. 2023년엔 어떤 건강법이 뜰까. 각종 빅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눈에 띄는 트렌드를 살피다 보면 건강한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1. 내 몸 지키는 기본기 면역력

최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전국 5000가구를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 구매 지표를 조사한 결과, 구매 금액 기준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기능성 원료는 홍삼(1조4062억 원), 비타민(9061억 원), 프로바이오틱스(8913억 원), EPA-DHA 함유 유지(오메가3 3789억 원), 체지방 감소 제품(2325억 원), 단백질 보충제(1400억 원), 당귀 추출물(1127억 원) 순이었다.

상위 4등까지 합산하면 3조5825억 원으로 6조 원 규모의 전체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건강관리의 기본으로 꼽히는 면역력 증진에 관심이 커졌단 의미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며, 회복·치유에도 도움을 준다. 하는 일이 다양한 만큼 면역 체계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흔히 ‘면역력을 기른다’고 표현하지만 한 가지 방법으로 단기간에 면역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 면역 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면역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리 몸 안 곳곳에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잘 먹고, 잘 쉬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교과서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다. 특히 세계적인 면역학자 제나 마치오키 박사는 저서 ‘면역의 힘’을 통해 “근육은 면역의 최고의 친구다. 운동은 근육 손실과 면역력 약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바이러스 감염과 암세포 감시를 담당하는 세포들은 운동 한 번으로도 10배가량 증가한다.

만약 코로나19 감염 이후 만성피로, 잔기침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내 몸의 현재 면역력 정도를 체크해보는 일이 우선이다. 지난해부터 속속 생겨나고 있는 ‘롱 코비드 회복 클리닉’에서는 면역력 관련 영양분을 체크하는 혈액검사 후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고용량 주사 요법으로 보충해주는 치료를 하고 있다.

또 건강한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고령층이나 영양 결핍이 있다면 보충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식약처에서 면역력 증진 기능성을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으로는 널리 알려진 홍삼을 비롯해 헤모힘 당귀 등 혼합추출물, 알로에 겔, 인삼, 클로렐라, 테아닌, 알콕시글리세롤 함유 상어간유 등이 있다. 영양제를 선택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건강기능식품 정보포털’을 활용해 회수 및 판매 중지된 제품, 건강기능식품 중복 섭취 여부 등을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고르도록 한다. 의약품과 함께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한 영양제(항생제, 프로바이오틱스 등), 해외 직구 식품 위해 정보 등은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와 ‘수입식품정보마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디지털 헬스케어와 셀프 메디케이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간한 ‘2023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보고서는 싱가포르 원격 케어 시스템을 예로 들며 의료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헬스케어에 주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후, 한번 맛본 편리함을 놓치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약을 배달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다.

플랫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테크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닥터나우’를 비롯해 진료 후 예후 관리와 상시 관리까지 하는 ‘굿닥’, 탈모 및 다이어트 · 당뇨병 · 고혈압 등 주기적으로 약 처방받는 환자들을 겨냥한 ‘나만의닥터’,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앱 ‘닥터벨라’, 통증 관리 앱 ‘힐니 스북’ 등이 있다.

직접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시장도 커지고 있다. GC녹십자 자회사 GC케어의 셀프 케어 앱 ‘어떠케어 2.0’은 건강검진 예약부터 영양 상태 분석과 솔루션, 과거 검진 결과를 토대로 한 건강 변화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중 관리 앱 ‘밀리그램’은 식단·운동·신체 상황 등을 기록하고 비슷한 목표를 가진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다.

추운 겨울, 집에서 편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헬스케어 가전 대여 서비스도 있다. 교원웰스, 현대렌탈케어 등 렌털 업체마다 운동기구부터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 홈 뷰티기기, LED 마스크·넥 케어 등 대여품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3. 나를 들여다보는 명상 · 마음 챙김

고물가에다 고금리, 비극적인 참사 등 우울한 일투성이인 요즘이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감염병 위기대응을 위한 사회경제 지표 구축 및 활용방안’에 따르면 월별 우울증 환자 내원 일수가 코로나19 1년 차인 2020년에는 간헐적으로 증가하다가 2년 차인 2021년 3월부터 현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우울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는 명상이 유행이다. 미국 워싱턴 DC 조지타운대 의료센터와 뉴욕대 의대 등을 비롯한 5곳의 대학 연구진은 명상이 불안을 완화시키는 약물만큼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 ‘JAMA Psychiatry’ 11월호에 실렸다.

명상법에는 주의 집중, 마음 챙김, 무의식적 자기 초월 등 크게 3가지 범주가 있다. 이 중 ‘현대 마음 챙김 명상의 대부’로 불리는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 개발한 MBSR(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존 카밧진 박사가 말하는 마음 챙김은 자기 마음의 내부를 깊게 들여다보고 탐구하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정신 수련법이다. 수련하는 동안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명상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며 마음 내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한국MBSR연구소의 일반인 대상 8주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명상치유센터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거창하게 수련까진 아니어도 유독 마음이 힘든 날은 쉬어가자. 명상 원데이 클래스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명상 앱 및 유튜브 채널이 도움이 된다. 소리로 치유하는 싱잉 볼 원데이 클래스, 국내외 명상 전문가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매주 업데이트되는 정기 구독형 명상 앱 ‘마보’, 자연의 소리와 베드타임 스토리를 제공하는 글로벌 명상 앱 ‘캄’, 등은 명상 초보도 도전해볼 만하다.

4. 소식(小食) 제대로 하는 법

2022년 괴식이나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해치우는 먹방 대신 박소현, 산다라박 등의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들이 주목받았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소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대비 9월 ‘먹방’ 언급량은 약 34% 감소했지만 ‘소식좌’ 언급량은 4766% 정도 증가했다. 소식의 유행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새해 트렌드를 분석한 책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는 “절제를 적극 드러내는 것이 멋진, 절제를 과시하는 시대”라면서 “소식은 일상이 될 수 있고,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소식이 유행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다. 박초롱 365mc병원 식이영양위원회 영양사는 “영양부족 상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 평소 먹는 양의 10~30% 정도를 줄이거나 인체에 필요한 열량 중 80% 정도만 섭취하는 것을 소식이라고 한다”며 “현재 소식이 장수, 다이어트, 뇌 노화 방지 등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소식은 이 중 내장지방 및 피하지방 제거, 혈관 내 노폐물 제거, 만성질환 예방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박 영양사의 설명에 따르면 소식의 첫 시작은 평소 먹는 양에서 밥 한두 숟가락을 덜 먹는 것으로 출발한다. 티스푼을 사용하거나 밥그릇과 식기를 작은 크기로 교체해 덜 담아도 푸짐하게 보이도록 하고, 50번 이상 오래 씹어 천천히 먹는 연습을 거친다. 조금씩 줄이고, 천천히 적응 기간을 가져야 몸에 부작용 없이 소식을 오래 실천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면에서 불리한 다이어트 방식은 요요 현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목표 체중을 달성한 뒤에도 6개월은 해당 몸무게를 유지해야 비로소 진정한 내 몸이 된다.

특히 무턱대고 양을 급격히 줄이다 보면 식사 후 만족감이 적어 아쉬운 상태가 쌓인다. 그러다 결국 ‘입이 터져’ 폭식하게 되는 참사를 다이어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박초롱 영양사는 “배가 부르지도 고프지도 않은 적당량의 식사를 적절한 간격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며 “채소→단백질→탄수화물의 순서로 식사해야 적은 양으로도 빨리 포만감이 들게 돼 과식과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아예 소식을 하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성장기 어린이와 평소 활동량이 과하게 많은 사람, 영양 공급이 충분히 필요한 질환을 가진 환자 등이다.

5. 건강 챙기며 돈도 버는 ‘걷기’

MZ세대 사이에서 ‘갓생 살기’ ‘무지출 챌린지’ 등이 뜨면서 덩달아 목표치를 달성하면 적립금이 쌓이는 걷기 앱테크가 유행이다. 걸음 수에 따라 금리를 얹어주는 적금도 등장했다. 여러 운동 중 걷기가 선택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별다른 운동 장비가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면서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걸으면 좋을까.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된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팀 연구에 의하면 과체중인 사람이 하루에 6000보 이상 1만1000보 이하로 걸었을 때 비만 위험이 64%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왕이면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걷거나 저녁 식사 후 가볍게 걷기를 추천했다. 햇빛을 받으며 걸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과 통증을 완화하는 엔도르핀이 분비돼 마음이 안정되고 우울감이 줄어들기 때문. 식사 후 걷기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고,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꼭 하루에 1만 보를 채워 걸을 필요는 없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을 위한 걷기 가이드라인’에서는 일주일 동안 150분을 빠르게 걷거나, 75분 매우 빠르게 걷기를 권장한다. 여기서 매우 빠르게 걷기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속도를 말한다. 중요한 건 걷는 자세다. 어깨와 가슴을 편 채로 무릎 사이가 스치듯이 걷는데, 이때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체중을 이동시킨다.

색다르게 걸어보고 싶다면 맨발 걷기, 노르딕 워킹, 수중 걷기, 트래킹, 보폭 10㎝ 넓혀 걷기 등 걷는 방법과 장소를 달리해볼 것. 수중 걷기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 걷기 레인을 따로 운영하는 수영장도 많으니 이용해보자. 걸으며 주변 풍경도 볼 수 있는 도보 여행지로는 동 · 서 · 남해안 및 DMZ 접경지역 등 기존 길을 연결한 ‘코리아둘레길’을 추천한다. 약 4500km에 달하는 코리아둘레길은 최근 서해랑길 중 전북 군산 구간이 개통됐다.

6. 골프 지고 테니스 뜨고

골프 유행이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BC카드가 지난 한 해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해보니 골프가 2019년 대비 57% 증가한 사이 테니스는 무려 440% 급증한 결과가 나왔다. 테니스가 뜨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골프는 장비가 고가인 데다 필드로 나갈 시 그린피, 캐디비 등이 발생하는 반면 테니스는 비용이 저렴하다. 최소 반나절을 잡아야 하는 등산과 비교하면 시간적인 면에서 접근성도 좋다. 골프만큼이나 의상이 예뻐 운동할 맛이 나는 것도 한몫한다. 또 경기 상대가 필요한 운동이라 여럿이 운동하는 걸 즐기는 타입에게 알맞다. 테니스 온라인 커뮤니티 ‘테니스 친구 찾기 & 오늘의 테니스’ 등에 코트 게스트를 구하는 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운동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테니스는 1시간에 약 600kcal가 소모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연구 팀은 여러 운동 유형 중 테니스나 배드민턴처럼 라켓을 사용하는 스포츠가 달리기와 함께 노인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 ‘미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실렸다. 다만 격한 움직임을 포함하는 운동이다 보니 팔꿈치, 발목, 무릎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표면이 단단한 하드 코트가 대부분이므로 연습이 과하면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간다. 얼마 전 은퇴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도 무릎 통증으로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테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테린이’라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배워야 랠리가 익숙해지고 상대방과 경기할 실력에 도달한다. 장비를 갖추기 전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면 실내 스크린테니스나 테니스를 쉽게 배우도록 고안된 매직테니스 등으로 먼저 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유튜브채널흥마늘스튜디오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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