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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집 사지 마라, 이자 안 올라도 집값 상승 없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 소장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 2022.12.30 10:00:01

영원히 햇살이 내리쬘 것 같은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찾아왔다. 이를 미리 예측한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겨울은 7년짜리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021년부터 앞으로 미분양이 늘어날 거라고 분명히 강조해왔어요. 당시만 해도 수도권 미분양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비웃거나 욕하는 분들이 많았죠.”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예측은 현실화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았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일반공급 청약은 3.7 :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분양된 서울 15개 단지 평균 경쟁률이 21.5 : 1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일부 소형 평형의 경우 간신히 미달을 면해 미계약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시장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12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 달간 2.06% 떨어져 조사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심상치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2년 12월 12일 발표한 ‘2023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3% 하락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소장은 아파트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던 2021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다. “폭등 뒤 폭락이 올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은 공인중개사사무소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은 뒤 이를 이론화하는 책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2022) 등을 펴냈다. 그의 요지는 간단하다. 부동산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 겪는다는 것. 그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대표적인 시그널로 미분양 주택 증가를 든다.

“5년 동안 집값 40% 떨어진다”

‘둔촌주공’이 시작이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이는 분양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상황이 왔기 때문입니다. 둔촌주공 평당 분양가는 3829만 원입니다. 전용면적 84㎡(33평형) 기준 약 13억 원입니다. 현재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같은 평형대가 17억 원대, 호가는 16억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2021년 9월 23억 원까지 올랐던 곳이죠.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이나 고덕 아르테온도 둔촌주공 청약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청약은 로또’라는 건 옛말이 된 겁니다.

앞으로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겠네요.

땅값과 건축비가 오른 탓에 이후 분양될 아파트는 평당 4000만 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주변 아파트 가격은 더 떨어지겠죠.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미분양 주택 건수가 최고치를 찍을 때 서울의 경우 4000건, 수도권은 3만8000건까지 올라갔습니다. 비슷한 수치까지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부동산 하락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5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2년 정도 정체기를 가질 겁니다. 이를 합쳐 7~8년 정도는 하락기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5년 뒤에 떨어질 수 있는 최대 폭은 어느 정도인가요.

고점 대비 40%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이건 평균치입니다. 내가 가진 아파트가 반토막이 날 수도, 60%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리인상이 멈추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매수자가 잠시 늘 수는 있겠죠. 그렇다고 집값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개미만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주식시장은 수백, 수천억 원으로 개별 주식을 움직일 수 있지만 부동산은 조 단위를 갖고 있어도 움직일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일부 매수자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없습니다. 더구나 금리인상이 멈춘다고 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약간 반등하고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금리는 부동산에 영향을 주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일본은 0%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시장이 오를 때 금리가 낮아지면 그 상승세에 힘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내년에 금리인상이 멈춰도 부동산 하락장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반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2004~2006년 금리가 올랐을 때, 부동산시장은 폭등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졌을 때 부동산도 함께 폭락했습니다.

하락장이라도 실거주할 거라면 부동산을 사도 괜찮지 않을까요.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실거주는 괜찮다’는 명제가 생긴 이유는 우리가 계속되는 상승장 속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실거주가 유리합니다. 주거 안정에다 시세 차익까지 얻을 수 있죠. 하지만 하락장에선 그 반대가 됩니다.

“미분양 주택 수치 줄어들 때 사라”

이 소장은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예시를 들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매매로 집을 샀다고 해보죠. 우선 취득세가 발생하고, 매년 재산세도 내야 합니다. 여기에 전세로 들어가면 어떨까요. 현재 전세가율로 볼 때 많이 잡아야 6억 원입니다. 남은 4억 원을 예금 통장에만 넣어둬도 매년 5%, 2000만 원의 투자 수익이 생기는 겁니다. 재산 5억 원이 있을 때를 생각해보죠. 절반을 대출받아 10억 원 아파트를 샀다면 금리 5%, 매년 250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전세로 살면 1억 원만 대출받으면 되니 500만 원만 내면 됩니다. 심지어 집값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수치인데도 임차하는 쪽의 이익이 큽니다.”

주거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건 하락장을 맞아보지 않아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5억 원을 가지고 5억 원 ‘영끌’해 아파트를 샀는데 10억 원 하던 집값이 8억 원이 되면 어떨까요. 그럼 자기 재산 5억 원 중 40%가 날아간 겁니다. 이건 주거 안정이 아니라 지옥이죠. 앞으로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나오게 될 겁니다.

무주택자는 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네요.

당연하죠. 저는 절대로 무주택자에게 지금 집 사라고 안 합니다. 지금은 전세나 월세로 들어가서 어떻게든 주거 비용을 아끼고 남은 돈은 안전한 곳에 투자해 차곡차곡 모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 부동산을 가진 이들은 집을 내놔야 하나요.

지금은 ‘급급매’로 내놓고 몇억 원씩 손해를 보며 팔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미 대응이 늦은 거죠. 주식과 부동산의 다른 점은, 주식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팔 수 있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수자가 있어야 팔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버티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은 독하게 주거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팔겠다고 생각하면 매도 시점은 지금이 아닙니다.

언제 팔아야 하나요.

내년이나 내후년쯤 반드시 반등이 한 번 오긴 할 겁니다. 그때 팔아야 합니다. 상승장으로 돌아선다는 의미는 아니고 집값은 잠깐 올라갔다 다시 떨어지게 될 겁니다.

이 소장은 2022년 10월 출간한 책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를 통해 “지금까지의 부동산 상식을 다 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부연한다.

“상승장일 때 입지의 중요성이 강조됐습니다. ‘강남 불패’나 ‘똘똘한 한 채’ 같은 이야기가 나왔죠. 그런데 지금은 강남 집값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비율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가격만으로 비교하면 강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입지가 아닌 사이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부동산은 언제 팔고 사느냐, 시기가 중요하죠. 속된 말로 ‘상승장에서는 개집도 올라간다’는 표현이 있어요. 입지가 어디든 시기만 잘 맞춰서 가진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 하락장이 오기 전에 팔면 됩니다.

언제 사야 하나요.

바닥권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을 때를 봐야 합니다. 과거 관심 있는 아파트 전세가율이 언제 가장 높았는지를 찾아보고 그 구간에 근접하면 매물을 물색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또 검토해야 할 요인은 미분양 주택 숫자입니다. 수치 자체보다는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드는 추세일 때가 바닥권입니다.

책에서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주식시장의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하락장의 무릎 지점에서 매매해도 될까요.

지금은 상승장을 오래 겪었기 때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집값이 저점에 다다르기 전에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급하면 위험해집니다. 하락장 무릎에 사면 바닥권에서 못 버티고 팔아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는 것도 상승장일 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깨 구간을 지나 정점을 찍고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량이 사라집니다.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어서 못 팔죠.

책에 다음 상승장은 대형 평형이 주도할 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렇게 될까요.

1인 가구는 증가 추세죠. 그런데 왜 미분양 아파트 중에는 소형 평형이 많을까요. 이 역시 사이클로 봐야 합니다. 소형 평형이 인기를 끌면서 공급이 늘어났습니다. 상승장에서는 초과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가수요가 발생해 이를 다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장이 되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소형 평형 위주로 미분양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은 소형 아파트를 안 좋은 물건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대형 평형으로 선호가 바뀌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1인 가구라고 해서 넓은 집이 불편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청약 통장 없는 게 유리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22년 아파트 매매시장 거래량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22년 아파트 매매시장 거래량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락장에서 청약과 경매는 피해야 하나요.

청약이나 경매로 집을 사는 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입니다. 앞으로 청약 경쟁률은 10 : 1을 넘어가기 힘들 겁니다. 가점이 없어도 당첨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죠. 청약 통장 해지 건수도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청약통장이 없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쪽입니다.

무슨 말인가요.

청약 통장을 쥐고 가점을 계속 쌓으면 상승장 때 기회를 못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심 때문입니다. 가점이 높아지면 미분양이 예상되는 현장에 청약을 넣지 않습니다. 청약 점수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경쟁이 과열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죠. 그때가 되면 늦습니다. 청약 당첨 확률도 떨어지고요. 떨어질 게 뻔한 청약은 적극적으로 넣고 당첨될 현장은 피하죠. 저는 이걸 청약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이 루틴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저는 아주 강력하게 청약 관리를 하지 말라는 쪽입니다. 오히려 독이 되죠.

앞으로의 하락장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요.

지금부터 공부하지 않으면 자산 증식의 기회는 다시 날아간다고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락장에서는 필연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놓게 됩니다. 사실 할 게 별로 없거든요. 마음이 조급해지는 상승장과는 반대죠. 상승장을 오래 지내온 지금이야 부동산이 떨어지고 다시 올라갈 때쯤 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를 안 하면 그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바닥권이 언제가 될지, 그때 어떤 시그널을 눈치채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아둬야 합니다.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자기 방향성을 정해두고 유튜브 영상을 접하게 됩니다. 무주택자인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의 유튜브를 보게 되는 거죠. 알고리즘이 알아서 유사한 영상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바닥권에서 상승 시그널이 나와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둔촌주공 #청약 #부동산 #이현철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뉴스1



여성동아 2023년 1월 7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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