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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lumn

식이장애는 치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치과 의사 김경혜

2022. 10. 09

식이장애에 의한 잦은 구토는 치아 부식을 유발한다.

식이장애에 의한 잦은 구토는 치아 부식을 유발한다.

식이장애는 음식을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신경성 대식증(폭식증), 비특이성 식사장애로 분류한다. 외모나 자아에 대한 기준, 열망, 스트레스 등이 높아지면서 서구 사회의 청소년과 젊은 여성 일부에서 주로 나타난다.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과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충돌할 때 일어난다. 식이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 중 치과를 내원하는 이도 있다.

그 이유는 잦은 구토로 인한 치아 부식 때문이다. 먹토(먹고 토하기), 역류성 식도염, 음주 등으로 구토가 잦은 이들의 공통점은 치아 부식이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나 과일주스, 가루 형태의 탄산 등은 스트레스와 함께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위산은 pH 값이 2에 달하는 강한 산이라 반복적으로 접촉하면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치아 부식은 안쪽 어금니 또는 앞니 뒤쪽에서부터 서서히 일어나기에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증상이 없어 처음에는 감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치아가 점점 약해지다 부서진 후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치아 부식을 방치하면 치아의 가장 단단한 방어막인 법랑질이 소실되면서 이가 시리거나 충치가 생기기 쉽다. 흰색을 띠는 법랑질이 얇아지면 치아가 노란색 또는 갈색으로 변하기도 해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구토를 자주 할 경우 치과를 찾아 점검을 받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식이 치아 전체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치아와 위산의 잦은 접촉은 하나의 치아가 아닌 28개 전체를 부식시킨다. 이로 인해 치아가 닳아 서서히 짧아지고 하얀 면이 줄어들며 입가에 주름이 생기거나 턱이 돌출돼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치아가 부식된 환자는 치아를 크라운으로 감싸 보호하고 추가적인 부식과 파절을 방지한다. 부식은 28개 치아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식이 심한 경우 치아 전체에 크라운을 씌워야 할 수도 있다.

전체 치아 수복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기에 부분으로 나눠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 치아가 닳는 점, 동반한 턱 부분이 돌출되거나 짧아지는 점, 주름 등은 개선하기 어렵다. 또 2차적으로 다른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꼬인 실타래처럼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식이장애 환자의 치아를 치료할 때는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문제를 개선해나간다. 임시 치아를 장기간 사용해 모양은 괜찮은지 씹는 것은 편안한지 지켜보는 것이다. 이때 환자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새로운 치아에 대한 적응도 가능해진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치아 부식으로 고민하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점점 표정이 밝아질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이장애 #치아부식 #거식증 #여성동아


치과 의사 김경혜의 예쁜 치아 이야기
13년 경력의 보건복지부 인증 치과보철과 전문의로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한번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양대병원 치과보철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한양대병원 치과 외래교수, 대한치과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대한치과보철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대한심미치과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펠로를 역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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