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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꽃무늬 드레스를 입을 결심’

김명희 기자

입력 2022.09.24 10:00:01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하면 가장 먼저 대담하고 싱그러운 꽃무늬가 떠오른다. 의상을 통해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구축한 그녀의 영리한 패션 정치에 관하여. 
지난 5월 멧 갈라에서 톰포드의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질 바이든 여사. 그녀는 평소에도 대담한 패턴의 꽃무늬 드레스를 즐긴다.

지난 5월 멧 갈라에서 톰포드의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질 바이든 여사. 그녀는 평소에도 대담한 패턴의 꽃무늬 드레스를 즐긴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언제나 뜨거운 화제를 모은다.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다 보니 고가의 제품은 구설에 휘말릴 수 있고, 문제적 디자이너도 피해야 한다. 자국 패션 산업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때와 장소에 따라 특정한 메시지가 요구되기도 한다. 옷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영부인이 있는가 하면, 옷 덕분에 국민들의 호감을 산 퍼스트레이디도 있다.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 방문 당시 레티시아 왕비와 함께. 질 여사의 드레스는 오스카드라렌타의 제품이다.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 방문 당시 레티시아 왕비와 함께. 질 여사의 드레스는 오스카드라렌타의 제품이다.

1981년 남편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백악관을 화려하게 리모델링해 ‘이미지 정치’의 서문을 연 낸시 레이건 여사는 후에 디자이너들에게 대여받은 고가의 의상을 반납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지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미국 최초 유색인종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디자이너들 의상을 자신에 맞게 소화해내 ‘영부인 룩의 교과서’로 불린다.

5월 백악관 행사, 4월 부활절 이벤트에서도 화사한 플로럴 프린트를 선택했다.

5월 백악관 행사, 4월 부활절 이벤트에서도 화사한 플로럴 프린트를 선택했다.

조 바이든(80)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71) 여사의 패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화려하고 대담한 꽃무늬를 통한 젊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flotus)에 올라온 사진 가운데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추도식 등 특별한 드레스 코드가 있는 행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꽃무늬 옷을 입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같은 의상을 반복해 입거나 업사이클링해서 입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지난 7월 백악관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영부인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지난 7월 백악관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영부인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지난해 8월에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오스카드라렌타의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패션지 ‘보그’ 표지모델로 섰다. 오스카드라렌타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자신의 이름을 따 론칭한 브랜드로 고소영, 민효린, 박신혜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웨딩드레스로 선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졌다. 재클린 케네디부터 미셸 오바마까지 미국의 역대 영부인들이 그의 의상을 즐겨 입었으며, 2014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사망한 이후에는 한국계 디자이너 로라 킴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페르난도 가르시아 듀오가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취임식 무도회를 앞두고 백악관 발코니에서 인사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 질 여사의 코트에 수놓인 꽃무늬는 미국 각 주와 그 영토를 상징한다.

취임식 무도회를 앞두고 백악관 발코니에서 인사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 질 여사의 코트에 수놓인 꽃무늬는 미국 각 주와 그 영토를 상징한다.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개최하는 자선 모금 행사 ‘멧 갈라’에선 검정 바탕에 흰색 꽃무늬가 프린트된 톰포드 드레스를 입었다. 디자이너 톰 포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멜라니아 여사에겐 자신의 옷을 협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전력이 있다.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는 흰색 바탕에 싱그러운 꽃무늬가 들어간 오스카드라렌타 드레스를 비롯해 3벌의 플로럴 프린트 의상을 착용했다.



지중해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꽃무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돌체앤가바나도 질 여사가 즐겨 찾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한 행사에서는 돌체앤가바나가 2021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2700달러(약 370만원) 상당의 화려한 꽃무늬 의상을 입어 화제가 됐다.

대선 기간 꽃무늬 드레스로 모델 출신 멜라니아 압도

스페인 방문 당시 핑크색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개인 일정에 나선 질 바이든 여사.

스페인 방문 당시 핑크색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개인 일정에 나선 질 바이든 여사.

남편의 부통령 재임 시절에는 주로 핑크, 그린, 퍼플 등 튀지 않는 단색 의상을 즐겨 착용했던 질 여사는 언제부터 시그니처 룩으로 꽃무늬를 선택할 결심을 했을까.

그녀가 처음 패션으로 주목받은 건 2020년 10월 20일 트럼프와 바이든의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였다. 이날 멜라니아는 디올의 점잖은 검은색 드레스를, 질 여사는 돌체앤가바나의 흰색 바탕에 핑크색과 초록색 꽃무늬가 프린트된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언론과 대중은 칙칙한 멜라니아보다 밝고 화사한 질 여사의 패션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지어 두 사람의 이미지가 절망과 희망으로 대비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질 여사의 꽃무늬 드레스는 조 바이든이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코로나19와 불황으로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우울한 분위기까지 쇄신하는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질 여사는 대선 기간에도 ‘LOVE’라는 단어가 들어간 재킷을 입는가 하면, ‘VOTE’라는 글자가 적힌 스튜어트와이츠먼 부츠를 통해 투표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키는 등 패션을 잘 활용했다. 이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018년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방문했을 때 “난 정말 신경 안 써, 그렇지?(I really don‘t care, do you?)”라고 적힌 재킷을 입었다가 구설에 올랐던 것과 대비되며 꾸준히 국민들의 호감을 샀다.

질 여사의 패션 정치에 대한 감각은 취임식 무도회에서 입은 드레스와 코트에서도 잘 드러난다.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전개하는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디자인한 드레스와 코트에는 미국 각 주와 그 영토를 상징하는 꽃들이 수놓여 있다. 조화롭게 어우러진 꽃들에는 통합의 이미지가 담겨 있으며, 코트의 안감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Tell me and I forget. Teach me and I remember. Involve me and I learn.(말해주는 것은 곧 잊게 된다. 가르쳐주는 것은 기억하게 된다. 참여하게 해준다면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라는 명언이 수놓여 있다. 이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질 여사의 소명과도 일치한다. 첫 남편과 이혼한 후 1977년 조 바이든과 재혼한 질 바이든 여사는 델라웨어 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30여 년간 교육자로 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연설에서 “미국의 교육자들에게 오늘은 위대한 날이다.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올 4월 보도에 따르면 질 바이든 여사의 자산은 5000만 달러(약 693억원)에 이른다.

#질바이든드레스 #영부인패션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AP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가브리엘라 허스트 홈페이지



여성동아 2022년 10월 7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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