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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luxury

구찌, 루이비통, 디올… 식도락 격전지가 된 명품 스토어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6.06 10:30:01

명품과 식도락,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 조합이 최근 외식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패션 하우스부터 워치 브랜드까지, 명품 업체들이 앞다퉈 미식의 격전지로 뛰어든 까닭은?
2022년 상반기 한국 다이닝 신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명품 브랜드의 F&B 진출’ 아닐까. 3월 28일 구찌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구찌 오스테리아)를 열었다. 이어 5월 디올이 팝업 스토어에 카페를 냈고, 루이비통도 같은 달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겨우 한 달여 사이에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모두가 F&B(Food & Beverage·식음료) 카드를 들고 나왔으니, 그 효과와 파급력을 짐작할 만하다.

명품 브랜드가 F&B를 통해 고객과 만난 게 2022년이 처음은 아니다. 에르메스는 2006년 서울 도산공원 인근 플래그십 스토어에 ‘에르메스 카페 마당’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었다. 디올도 2015년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부티크 ‘하우스 오브 디올’에 루프톱 카페를 낸 바 있다. 다만 당시의 F&B는 VIP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었던 게 특징. 현재 명품 브랜드의 움직임은 이때와 전혀 다르다. 지금은 다수의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F&B 사업을 기획한다. 2월 말 워치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브라이틀링 키친’을 연 것도 한 사례다.

구찌, 
패션 X 푸드 컬래버 선두주자

구찌가 3월 말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구찌가 3월 말 한남동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3월 말 오픈한 한남동 구찌 오스테리아는 최근 국내 명품 스토어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미식 축제를 선도한 주역이다. 이 레스토랑 1호점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다. 이어 미국 LA와 일본 도쿄에 각각 2, 3호점을 낸 구찌가 한국에 4호점을 연다는 소식은 국내 미식가들을 한껏 들뜨게 했다. 미쉐린 3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이끄는 구찌 오스테리아의 명성이 전부터 국내에도 전해졌기 때문. 구찌가 4호점 개점을 열흘 남짓 앞두고 받기 시작한 온라인 예약은 눈 깜짝할 새 마감됐고,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운 탄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다.

구찌는 레스토랑 정식 오픈 전 업계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등에게 먼저 메뉴를 선보이는 ‘소프트 오프닝’ 행사를 치렀다. 이 또한 구찌 오스테리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패션 피플과 미식업계 명사들 SNS에 속속 이 레스토랑의 음식과 인테리어 이미지가 업로드된 것. 올라오는 사진마다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하니 명품 브랜드의 고급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섬세한 나비 페인팅이 인상적인 접시 위에 싱그럽게 담긴 샐러드, 주얼리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상자 속 미니 사이즈 햄버거, 구찌의 테이블웨어와 커틀러리 등 다양한 요소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게시물마다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쏟아지면서 기대감이 최상급으로 치솟을 무렵, 마침내 구찌 오스테리아가 문을 열었다. 오픈 당일 다시 열린 온라인 예약 창에서 5월 한 달치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된 것은 ‘명품 X 다이닝’ 트렌드의 성공을 확인시킨 마침표와도 같았다.



구찌라는 브랜드 네임과 플래그십 스토어의 화려한 인테리어 덕분에 이 공간이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구찌 오스테리아에 방문한 이들은 입을 모아 “세계적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섬세한 터치가 담긴 요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마시모 보투라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했을 만큼 명망 있는 셰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 최고 평점인 3스타를 획득했고,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랭킹에서 1위(2016·2018)와 2위(2015·2017)를 오르내리다 2019년 ‘명예의 전당’격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에 들어갔다. 마시모 보투라는 구찌가 운영하는 세계 4곳의 오스테리아 메뉴를 모두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에서 구찌 오스테리아 주방을 총괄하는 인물은 뉴욕과 파리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전형규 셰프. 전 셰프와 이탈리아에서 온 다비데 카르델리니 셰프가 합을 맞춰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구찌의 음식을 선보인다.

루이비통이 꺼낸 카드,
프렌치 파인 다이닝

루이비통은 5월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예(가운데)가 한국적 색채를 덧입힌 독창적인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루이비통은 5월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예(가운데)가 한국적 색채를 덧입힌 독창적인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구찌가 홈런을 터트린 후 다음 타석에 들어선 주인공은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은 일본 오사카와 도쿄 등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각각 운영한 적 있지만, 팝업 레스토랑을 연 건 세계적으로 서울이 처음이다.

루이비통이 5월 4일부터 6주간 F&B를 전개하는 장소는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비통 메종’.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드라마틱한 외관의 빌딩이다. 건물 내부 장식은 샤넬, 불가리, 디올 등 여러 명품 매장 인테리어를 총괄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맡아 차별화된 럭셔리함을 자랑한다. 이 공간 4층, 그동안 주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전시회가 열리던 장소에 루이비통의 첫 팝업 레스토랑이 자리잡았다.

한때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걸리기도 했던 자리가 ‘미식의 공간’으로 변모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동안 마케팅 목적으로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던 명품 하우스가 ‘파인 다이닝’을 새로운 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루이비통은 정통 프렌치 다이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를 내세웠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레스토랑 5곳을 운영하는 그는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내한해 한국인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이번 팝업 이벤트를 통해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프랑스 요리에 한국적 색채를 덧입힌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 예약은 일찌감치 끝난 상태. 접수 시작 후 단 1분 만에 주말 예약이 마감됐고, 전체 예약이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도 5분에 불과하다. 런치 13만원, 디너 23만원, 디저트 코스 8만원, 샴페인 코스 11만원이라는 가격은 불같은 예약 열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한 연어 콩피와 시트론 캐비아, 순무 카르파초, 버섯 파이와 명이나물을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 식용 꽃으로 장식한 PS 비빔밥 등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이곳의 음식은 최근 SNS 공간에서 많은 이의 눈길을 끌고 있다. 루이비통 하우스의 마스코트인 비비엔 캐릭터를 모티프로 만든 디저트 초콜릿과 모노그램 패턴을 라테 아트로 적용한 커피 또한 마찬가지다. 루이비통이 고객 반응에 따라 상시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서울에서 피에르 상의 프렌치 메뉴를 즐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레스토랑부터 카페까지,
명품 브랜드가 푸드에 탐닉하는 까닭

디올이 서울 성수동(위 왼쪽)과 청담동(위 오른쪽)에 각각 오픈한 카페.  아래는 청담동에 있는 디올의 한국 1호 플래그십 부티크 ‘하우스 오브 디올’이다.

디올이 서울 성수동(위 왼쪽)과 청담동(위 오른쪽)에 각각 오픈한 카페. 아래는 청담동에 있는 디올의 한국 1호 플래그십 부티크 ‘하우스 오브 디올’이다.

커피를 통해 F&B 분야에 진출하는 브랜드도 많다. 디올은 5월 1일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 스토어 ‘디올 성수’에 카페 공간을 꾸몄다. 한국 1호 플래그십 부티크인 하우스 오브 디올에 카페를 오픈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시계 브랜드인 IWC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주력 모델의 이름을 딴 ‘빅 파일럿 바’를 열었다.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칵테일 바를 오픈한 데 이은 두 번째 식음료 매장으로,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커피를 즐길 수 있어 홍보 효과가 쏠쏠하다는 평이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서울 한남동에 선보인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 
곳곳에 브랜드의 상징인 노란색을 사용했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이 서울 한남동에 선보인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 곳곳에 브랜드의 상징인 노란색을 사용했다.

이처럼 명품업체가 식음료업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판매 제품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접하게 하는 것, 이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상당수 패션업체가 제품군을 가방, 옷, 신발 등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 제품에 해당하는 향수까지 넓히거나, 리빙 아이템인 테이블웨어 등을 선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명품을 경험한 고객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진다는 게 정설이다. SNS 소통이 활발해지는 시기, 명품 하우스가 마련한 희소한 미식 기회를 움켜쥔 방문객들이 앞다퉈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함으로써 ‘바이럴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것도 구찌, 루이비통, 디올 등으로서는 고마운 일일 것 같다.

#구찌오스테리아 #피에르상앳루이비통 #디올성수 #여성동아

사진제공 브라이틀링 
사진출처 구찌오스테리아·카페디올·피에르상앳루이비통 공식홈페이지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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