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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view

‘젊치인’ 에이전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문영훈 기자

입력 2022.05.26 10:30:02

선거철마다 ‘청년’의 이름이 호명되지만, 정작 청년 정치인이 설 자리는 없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전체 당선자 중 20 · 30 세대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이번엔 다를까.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천한 기초의원 후보 중 30세 이하는 10% 남짓. 청년 정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창립자 박혜민 대표는 “정당이 시대를 못 따라간다”고 비판한다.


거대 양당의 기수만 놓고 보면 청년 정치인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남녀 성비도 꼭 맞는 이준석(37) 국민의힘 당대표, 박지현(26)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다. 이들은 ‘청년’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각각 박근혜·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발탁했다는 것. 두 청년 정치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선거철마다 ‘이벤트성 인재 영입’ 방식으로 이뤄지는 청년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혜민(29) 뉴웨이즈 대표가 ‘젊치인(젊은 정치인)’이 뛰놀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고자 나섰다. 지난해 2월 뉴웨이즈는 ‘유권자와 함께 동네 젊치인을 키우는 에이전시’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스포츠 용어도 정치판에 도입했다. 박 대표는 능동적인 유권자를 ‘캐스팅 매니저’, 후보자를 ‘선수’, 현역 정치인을 ‘코치’라고 부르기로 했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캐스팅 매니저 1만650여 명, 선수 800여 명, 코치 18명을 영입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한창인 5월 13일, 서울 강남구 ‘마루 360’ 스튜디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Play New Scene(새로운 장면을 만들자)’이라고 적힌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시대를 못 따라가는 정당

출범 당시 뉴웨이즈는 6·1 지방선거에서 20·30 세대 시·군·구의회 의원(기초의원) 당선자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의원 2927명 중 39세 이하는 192명(6.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청년 비율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6·1 지방선거 기초의원 후보자 중 39세 이하 비율이 10.5%이기 때문.

박 대표는 “전체 유권자 중 30대 이하 비율 34%를 감안하면 기초의회 20%를 ‘20·30 의원’으로 채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며 “아직 정당이 청년 인재를 유입하고 성장시킬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 과정이 암묵적으로 이뤄져요. 일관되지 않고, 투명하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아요. “정치는 원래 그런 거야”라고들 하는데 사실 시스템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다들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웃음). 각 정당에는 흔히 말하는 HR(인사) 담당 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요. ‘청년 정치’라는 메시지를 던진 다음에는 이를 어떻게 활성화 할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할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죠. 시대는 변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정당은 변할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가령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공천을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에서 알려주지 않아요. 절차가 계속 바뀌고, 일정도 달라져요. 만약 취업 준비생이라고 가정을 해보죠. 길게는 4년, 짧게는 1년을 준비해 취업 원서를 내려 하는데 채용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지 않을까요. 처음 정치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엄청나게 불리한 상황인 거죠.


정당 대신 비영리 단체 뉴웨이즈가 청년 정치인 육성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청년 정치인을 꿈꾸는 ‘예비 선수’들을 모집해 현역에서 뛰고 있는 청년 정치인 그룹 ‘코치단’과 연결했다. 예비 선수를 위한 출마 체크리스트,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 등 선거에 필요한 가이드 자료도 만들었다. 구성된 선수 풀을 바탕으로 각 정당에 예비 청년 정치인을 소개했다. 이 작업을 위해 국민의힘, 정의당을 포함한 7개 정당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1년간 ‘맨땅에 헤딩’이었겠어요.

그럼요. 이런 ‘맨땅 헤딩’이 없어요. 지방선거 기초의원 출마를 위한 ‘네이버 카페’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방선거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나 경험,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아요.

그럼 뉴웨이즈는 어디서 정보를 얻나요.

발품 팔았죠(웃음). 다행인 건 저희는 초당적인 조직이라 비교적 쉽게 여러 당 사람과 접촉했어요. 데이터가 풍부해졌죠. 현역 기초의원도 젊치인이 늘어나길 원해요. 현재 기초의회 266개 중 절반가량은 만 39세 미만 정치인이 없거나 1명인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기초의회에서 본인을 제외하고 가장 젊은 동료와 나이 차가 17세인 그런 상황도 있죠.

당 초월해 서로 돕는 ‘젊치인’

뉴웨이즈를 통해 모인 분들 사이의 소통이 활발하겠네요.

정치를 하려고 결심해도 보통은 주변에서 같은 길 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잖아요. 우리는 후보가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어요. 그러면 ‘혼자인줄 알았는데, 저기도 있네!’ 알게 되는 거죠. 당을 뛰어넘어 청년으로서 겪는 힘든 점이 유사하기 때문에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것 같아요. 험지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기도 하고요. 경북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분은 호남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분의 마음을 더 잘 알아요. 당을 초월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당선 후에도 협치가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해요. 서로 다른 점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해보는 기회를 미리 갖는 거죠.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을 초월한 ‘뉴웨이즈 팀’이 형성될 수도 있겠습니다.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선수’들에게 장차 ‘코치단’이 되라고 덕담을 해요. 당선 후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라는 거죠. 그러면 다들 해줄 얘기가 너무 많다고 답해요.

이처럼 쉽지 않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요.

영향력이죠. 그 변화를 만드는 방법이 정치인 겁니다. 기자가 되려는 사람도 그렇지 않나요. ‘내가 쓴 기사로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들 거야’ 같은 목표가 있잖아요.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도 비슷해요. 처음부터 정치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 한계를 경험한 뒤 정치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도 있고요.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직업으로 이야기하면 EBS 입시 대표 강사가 생각나네요. 김한슬 국민의힘 후보(경기 구리시 나선거구)는 지역 교육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까 고민하다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어요. 서울시의원에 도전하는 김주영 무소속 후보(서울 은평구 3선거구)는 원래 유엔에서 기후위기 전문가로 활동했어요. 기후위기와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도시 행정 안에 있다고 생각했대요. 이번 선거를 위해 미국 조지아에서 귀국했어요.

4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도입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PPAT)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청년 후보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정치인의 능력이나 자격을 시험으로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죠. 반면 후보자들은 대체로 반가워하는 분위기였어요. 그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돈이나 인맥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는 공천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지역구 기초의원 공천에서는 PPAT 점수가 가산점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시험 결과에 따라 컷오프(공천 배제) 될 수 있거든요. 또 하나는 당의 기본적인 정보나 방향성을 학습하는 기회라는 점이에요. 한 젊은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 의견이었는데, 후보자들이 시험을 치르려면 당헌·당규 등 당이나 정치에 대한 기본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PPA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PPAT가 정치인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학습하는 과정으로 작용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PPAT나 청년 할당제는 모두 공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을 줄이려는 시도거든요. PPAT가 옳은가 그른가, 혹은 청년 할당제가 맞느냐 틀리느냐만 얘기하면 탁상공론이 계속돼요. 만든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유효한가를 따져보는 게 훨씬 중요하죠.

“목표는 선출직 공무원의 ‘링크트인’”

뉴웨이즈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는 정치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소셜 벤처에서 오래 일했어요. 그런데 2020년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투(Me Too)’ 운동과 함께 ‘웰컴 투 비디오’ ‘n번방’ 같은 성착취 사건이 연달아 공론화되는 걸 지켜봤어요.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정치가 지겹다”는 말만 하지 말고 유권자가 정치인을 통해 원하는 바를 관철할 수 있는 ‘틈’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나와 닮은, 그러니까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지방선거 당선자 중 39세 이하 비율을 찾아보니 6%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기초의회부터 청년이 설 자리를 늘리자고 생각한 게 뉴웨이즈의 출발이었죠.

“30대 장관 만들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 내각에 20  ·  30 세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뉴웨이즈 대표가 아니라 20대 시민으로서 솔직하게 말하면 기대치가 없어요. 문재인 정부 인사도 성별 비율이 아니라 연령대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청년은 경험이 적다”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어린 게 뭘 알아”의 변화구일 뿐이죠. 핑계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정치 경험이 길지 않잖아요. 모든 직업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왜 정치인은 예외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경험과 실력도 중요하죠. 정치를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본다면 정치인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해요. 이건 노련함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뉴웨이즈의 우선순위는 뭔가요.

선출직 정치인의 채용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거죠. 쉽게 말하면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링크트인’의 역할을 정치인 사이에서 하는 거예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뉴웨이즈를 통해 학습과 성장 기회를 갖는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인재풀을 구성했고요. 다른 하나는 유권자와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6·1 지방선거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재설정한다면요.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이 아닌, 다른 선거라는 걸 유권자가 확인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각자 자기 지역에서 유권자가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를 바라요.

#젊치인 #6 · 1지방선거 #여성동아

사진 홍중식 기자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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