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방에서 제 노래가 1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웃고 울던 그 공간에서 제 이름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는 게 너무 특별했죠.”
어느 날 갑자기 음원 차트를 휩쓴 마흔 살의 신인 가수 ‘조째즈’. 패션 디자인 전공자에서 인테리어 사업가로, 그리고 한남동에서 작은 바를 운영하며 ‘노래하는 사장’으로 살아온 그는 오랫동안 품어온 가수에 대한 꿈을 결국 이뤄냈다. SG워너비 ‘라라라’,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거미 ‘You Are My Everything’ 등을 만든 히트 메이커 안영민 프로듀서가 조째즈가 운영하는 바의 단골이 되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조째즈의 특출난 노래 실력을 눈여겨보던 안영민 프로듀서가 자신이 작곡한 다비치의 ‘모르시나요’를 리메이크해준 것. 조째즈는 올해 1월 음원을 발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4월에는 멜론 차트를 비롯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름처럼 당초 재즈 가수를 꿈꿨지만, 장르를 넘어 폭발적인 감성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신곡 ‘사랑’을 발표했다.
이 감성을 어떻게 ‘모르시나요’
1월 음원이 공개된 ‘모르시나요’가 4월 5일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정신없이 시간이 흘러온 것 같아요. 1위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얼떨떨하지만, 주변 분들이 기뻐해주셔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위해 고생하신 분들에게 음원 차트 1위라는 결과가 보상이 된 것 같아서 행복했어요. 특히나 노래방 순위 1위를 했을 때가 제일 기뻤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제가 노래방 세대라서 그런 것 같아요. 노래방에 가수로서 제 이름이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요. 인기 차트 맨 위에 ‘모르시나요’가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갔던 노래방이라서 저에겐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다비치의 노래 ‘모르시나요’를 리메이크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안영민 프로듀서의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고요. 노래방에서 제가 많이 불러봤던 노래이기도 해요. 그래서 한번 안영민 형님 앞에서 불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부른 것을 들은 후 형님이 너무 좋다고 하셔서 음원 발매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안영민 프로듀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는 20대 땐 패션업계에서 일했고, 30대에 들어서자 공간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어요. 삶이 안정되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을 마음 한편에 품어왔기에 한남동에 바를 열고 노래를 불렀는데, 단골손님 중 한 분이 안영민 프로듀서였어요.
1위를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사실 이 음원은 JTBC ‘싱어게인’ 출연을 목표로 만든 것이었어요. 그래서 1위를 하겠다는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한 작업이었죠. 안영민 형님이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모르시나요’의 남자 버전이라고 하시면서, 음원을 발매하면 “주변 사람들이 되게 좋아할 거다”라는 말씀을 하긴 했죠. 결국 ‘싱어게인’에는 나갈 이유가 없어졌어요(웃음).
조째즈의 독보적인 ‘감성’이 화제입니다.
감정을 깊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같은 가사를 뱉더라도 더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가고 싶어서요. 깊이감 있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계속 연습 중입니다.
‘모르시나요’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워낙 부르고 싶은 대로 노래를 부르는 편이라서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녹음도 1시간 30분 정도로 금방 끝났고요. 다만 ‘모르시나요’가 무척 슬픈 노래라서 그 상황에 몰입하는 것이 조금 어렵긴 했어요. ‘지금의 아내와 나이 들어서 사별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니까 슬픔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렇게 감정에 집중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조째즈의 독보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모르시나요’ 뮤직비디오.
예전부터 연기에 대한 꿈도 있었기 때문에, 노래할 때는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몰입해요. 어떤 상황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상황 속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금방 빠져나와 감정 조절은 잘되는 편이에요.
40대에 갑자기 가수로서 큰 관심을 받게 됐어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벅차지 않나요.
제 MBTI는 ENFJ거든요.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장난기도 많은 편이고요. 그래서인지 방송 일정을 재미있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녹화하는 것도 즐거워요. 불러주시면 어디든지 달려가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행 가서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름이 조째즈인 이유는 뭔가요.
원래 재즈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서 가수 활동하기 전부터 영어 이름으로 ‘재즈’를 썼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음악 장르는 재즈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발라드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다른 재미있는 시도도 해보고 싶고요. 장르에 상관없이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20대 때는 패션을 업으로 삼으셨다고요.
왜 음악이 아닌 패션이었나요.예전에 ‘슈퍼스타K’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부모님도 “가수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씀하셨고요. 그 후 가수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패션을 전공한 후 패션쇼 디렉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인테리어를 업으로 삼게 됐죠.

“노래 배워본 적 없어요”
패션과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음악적인 활동을 하진 않았나요.정식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배운 적은 없어요. 당시에는 먹고사는 데 바빠서 음악은 생각도 못 했죠. 사실 최근에서야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제 프로 가수로서 어떤 상황이든 일정한 퀄리티로 노래를 불러야 해서요. 목 관리도 필수더라고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래 부르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인 건가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노래를 굉장히 잘하시거든요. 평범한 직장인이셨지만 동네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면 꼭 1등을 하시곤 했어요.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노래에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미스터트롯’에도 ‘왕준’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하셨어요.
그건 가수로서 커리어보다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한 거였어요. 본가가 부산이라서 부모님을 잘 못 찾아뵀거든요. 항상 본가에 가면 부모님께서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출연했는데 부모님은 물론 장인, 장모님 모두 좋아해주셔서 무척 뿌듯했죠.
조째즈표 트로트를 기대해봐도 되나요.
트로트만큼 기술이 필요한 장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미스터트롯’에 출연해서 그 점을 너무 여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갈고닦아서 ‘이명화’ 씨와 컬래버레이션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항상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최백호 선생님요. 목소리 자체가 장르인 가수라고 생각해요. 또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감동할 수 있는 노래를 하신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백호 선생님의 행보를 보면서 저도 영감을 많이 받고요. 선생님 같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조째즈의 애창곡이나 최근 즐겨 듣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우선 애창곡으로는 최백호 선생님의 ‘방랑자’와 ‘부산에 가면’ ‘바다 끝’이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그리고 모든 장르의 노래를 즐겨 들어요. 특히 제니 씨의 팬인데, 그분의 ‘Seoul City’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5월 30일 조째즈의 신곡 ‘사랑’이 발매되었다. 조째즈가 직접 작사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홍준의 이야기 담은 신곡 ‘사랑’
신곡 ‘사랑’은 어떤 노래인가요.‘사랑’이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부끄럽잖아요. 사랑한다는 말을 이 노래가 대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든 곡입니다. 처음 내는 저만의 음원인 만큼 제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1절에는 부모님을 향한 사랑, 2절에는 아내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가사를 썼습니다.
가사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요.
1절에는 어린 시절에 봤던 아버지의 모습을 담았어요. 아버지께서 TV를 틀어놓고 잠들곤 하셨거든요. 그 모습을 떠올리면 가장의 무게감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아버지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사를 썼고요. 2절은 아내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요. 아내가 제 생일마다 편지를 써주는데, 특히나 올해 정말 감동스러웠거든요. 그 편지를 항상 볼 수 있게 테이블 위에 놔두고 외출할 때마다 펴보곤 했어요. 그런 저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적었습니다.
편지에는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었나요.
제가 가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였어요.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데도 아내는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응원해줬죠. 편지에는 올해 ‘모르시나요’로 좋은 결과를 얻은 모습이 너무 대단하고 기특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담아 가사를 썼습니다.
운영하시는 바에서 부인을 만났다고요.
가게를 열면서 ‘좋아하는 동네인 한남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운영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이 현실이 됐죠. 가게를 연 지 3개월 만에 손님으로 찾아온 아내를 만나 연애 1년 만에 결혼했으니까요.
부인이 먼저 플러팅을 했다고요.
갑자기 제 배를 만지더라고요(웃음). 제가 귀엽고 재미있어 보였대요. 제가 운영하는 공간도 좋아해줬고 대화도 잘 통했고요. 무엇보다 아내를 처음 본 그날, 사실 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가게에 미인들이 많이 왔는데 그중 가장 예뻤던 아내와 인연이 닿았죠.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지금 운영하시는 바에서 음감회를 갖는 장면이 나왔어요. 또 다른 후보곡인 ‘한 잔의 노래’도 반응이 좋던데요.
사실 반응은 그 곡이 좀 더 좋았죠. 제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인 김건모 선배님의 ‘서울의 달’과 톤이 비슷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안영민 형님이 저와 제 바를 떠올리면서 쓴 노래여서인지 정말 그 장소에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첫 곡에는 제 이야기를 좀 더 담고 싶어서 ‘사랑’을 발매했어요. ‘한 잔의 노래’는 7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 잔의 노래’는 작업이 다 마무리됐나요.
사실 방송에 나온 가사는 가이드용이어서요. 가사 수정이 좀 있을 예정입니다. 멜로디나 느낌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고요. 7월, 비가 오는 날이나 술이 당길 때 듣기 좋은 곡이 될 거예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조째즈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가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조째즈스럽다’라고 느껴지는 가수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매번 흥행하는 음원을 발매하지는 않더라도 20년 정도 꾸준히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최백호 선생님을 롤 모델로 삼았듯이, 어떤 젊은 사람이 저를 보고 가수의 꿈을 꾼다면 그것만큼 바라는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조째즈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울컥합니다. 이렇게 인터뷰하고 방송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다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망감보다는 기쁨과 감동을 드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가수가 되겠습니다.
#조째즈 #모르시나요 #사랑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브라더후드엔터테인먼트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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