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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NFT 사라고? 당장 도망쳐!

이요훈 IT칼럼니스트

입력 2022.05.23 10:26:18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의 가치가 1년 사이 200분의 1로 폭락했다. 그럼에도 NFT시장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폭망’한 지금, NFT 투자, 해야 할까?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의 가격 폭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잭 도시는 2006년 트위터 초창기 자신이 테스트로 올린 트윗을 NFT로 발행해 지난해 3월 경매에 내놨다. 당시 290만 달러(약 37억원)에 낙찰된 첫 트윗 NFT는 올해 4월 다시 경매에 나왔으나 최고 입찰액은 1만4000달러(약 1800만원)에 불과했다.

NFT 시장이 이처럼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지만 한쪽에선 핑크빛 꿈을 키워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술 NFT 붐은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NFT를 사면 실물 상품을 주거나, 회원권 혜택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는 일도 늘었다. 내로라하는 대형기획사도 NFT 사업을 확장 중이다. NFT 게임이 대세라고 말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가상화폐 시장 조사업체 ‘댑레이더(DappRadar)’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도 2021년 4분기 NFT 거래액은 119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했다. 지난 4월 30일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Bored Ape Yacht Club)’ NFT를 발행해 NFT 컬렉션의 대표 주자로 등극한 유가랩스(Yuga Labs)는 가상 토지 NFT를 판매해 약 2억8500만 달러(약 3066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쪽에선 이처럼 대박 잔치가 벌어지는 가운데 다른 쪽에선 ‘폭락’ 장세를 우려하고 있다. 아니 이미 폭락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NFT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NFT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 9월 대비 2022년 5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92%가 줄었다. 가격도 내려갔다. 2022년 1월 평균 판매 가격이 6800달러(약 870만원)였던 것에 비해 3월 평균 판매 가격은 2000달러(약 250만원)에 불과하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미국 월가에선 ‘가치 없는 NFT 프로젝트’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신은 NFT가 뭔지 모른다

과연 NFT 시장은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 천국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낙관론을 펼친다. 이들 낙관론자들에 따르면 “시장은 지금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지난 1년간 비정상적으로 열광적인 시기를 보냈고, 지금은 과열기 뒤에 오는 자연스러운 냉각기”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NFT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인스타그램에서도 NFT 사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메타(페이스북)는 ‘뭔가 뜬다’ 싶으면 그 기능을 발 빠르게 베끼는 걸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외면하며 입에 올리지 않는다.



물론 NFT 시장이 주춤할 때마다 “NFT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계속한 비관론자들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2021년 4월에도 ‘NFT 종말론’을 제기했고 6월에도 같은 주장을 지속했다. 이들 비관론자들은 NFT 시장이 여느 자산 시장처럼 등락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거래량이 줄거나 거래금액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NFT는 이제 죽었다”는 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것이다.

NFT 시장이 이토록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요동치는 이유는 공급자,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들이 NFT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데 있다. 실제 많은 투자자들이 NFT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를 하고 있는 게 현실. 그냥 나중에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얘기만 듣고 투자를 결정한다. 실제 NFT 투자자에게 “당신이 투자하려는 NFT가 어떤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다. 심지어 NFT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된 블록체인이 어떤 종류인지도 모른다. 신뢰를 잃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NFT에 대한 공부 없이 유명 인플루언서를 따라 투자하고 있다.

실제 ‘가방’은 없이 ‘정품인증서’만 팔리는 아이러니

NFT로 거래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로 거래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 시장 낙관론자들에 따르면 “NFT는 마침내 디지털 자산에도 소유권을 증명할 방법을 마련한 일종의 혁신”이다. 그 논리를 따라가 보면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자산은 희귀하며, 희귀하면 가치가 생기고, 가치가 생기니 나중에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목적은 투자인 셈이다.

NFT가 소유권을 증명하는 혁신이라는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NFT는 디지털 세상의 정품 인증 태그다. 비유하자면 구찌 가방을 사면 딸려오는 정품 인증 태그나 명품 지갑에 새겨진 일련번호와 비슷하다. 인증 태그나 일련번호를 확인하면 정·가품 여부를 알 수 있다. 이것들이 있으면 중고 거래에서도 정품만을 사고팔 수 있다.

문제는 NFT에는 정품 인증 태그만 있고 현물이 없다는 것이다. 구찌 가방의 가치는 가방에서 나오지 정품 인증 태그에서 비롯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당연한 진리가 NFT 시장에선 뒤바뀐다. NFT를 붙이니 희소성이 생기고, 단지 가치 없는 파일이 가치 있는 상품이 된다.

하지만 NFT 시장에선 이처럼 실제 쓰임새는 없이 소유권만 증명되는 상품들이 거래되고, 또 대박신화를 만들고 있다. 방귀 뀌는 소리를 1년간 모아 NFT 작품으로 내놨는데 팔린 경우도 있다.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비플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은 6930만 달러(약 890억원)에 팔렸다. 이 NFT는 5년 동안 찍은 ‘셀카 모음집’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밈(meme·인터넷에서 전파되는 유행 콘텐츠)과 유사하다. NFT의 가치가 밈처럼 시장 참여자의 관심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이 없어지면 가치도 사라지게 된다. 아무리 많은 관심을 받고 비싼 가격에 거래된 상품이라 하더라도 쓰임새 없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NFT를 사서 어디에 쓸지 모른다. 기껏 찾은 용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구매한 NFT로 바꾸는 정도다. 시장이 빠르게 식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물론 일각에서는 뚜렷한 용도가 없는 NFT를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상품화하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BAYC는 NFT 작품을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회원권으로 만들었다. ‘NBA 탑 샷’처럼 수집 카드형 NFT를 만들어 성공한 서비스도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NFT가 어떤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발해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NFT 기술의 이해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치는 기술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그 기술 자체가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다. 디지털 자산이 그저 기술에 올라탄 건지, 기술을 활용한 건지 판단하려면 해당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NFT가 암호화폐 혹한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암호화폐 시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만큼 NFT 시장도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NFT는 태초부터 암호화폐 시장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점잖게 말하면 ‘재정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구축된 시장’이었고 쉽게 말하면 암호화폐를 저축한 사람들의 ‘놀거리’였다.

그렇기에 그간 NFT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이 흥하면 같이 흥했고, 암호화폐 시장이 망하면 같이 망했다. NFT 초기 히트작인 ‘크립토키티’ 게임도 초기 암호화폐 흥행과 함께했다. 현재 NFT 자산 붐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유동성 확장과 그에 따른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발매된 NFT 컬렉션의 3분의 1은 사실상 거래 활동 없이 죽어 있는 상태다.

소유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NFT는 작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디지털 기술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 전재림 연구원은 “(한국에서) 형체가 없는 것은 소유권이란 법적 개념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른 형식적 보호도 어렵다. 어느 NFT 거래소의 약관에도 “거래소 내 매매 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책임진다”고 적혀 있지 않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거나 게임에서의 활용이 늘면 NFT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이나 메타버스 서비스 약관에는 “여기서 만들어지는 NFT 자산은 존속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서비스가 종료되면 사용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환불해달라고 요청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이 NFT에 갖는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투기성 짙은 NFT가 제품 내 커뮤니티에 끼칠 악영향을 경계한다. 유튜버부터 아이돌까지, 커뮤니티의 형성이 콘텐츠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유비소프트, 블리자드 같은 게임 제작사에선 NFT 도입 계획을 검토한 뒤 이를 취소했다. 그에 앞서 세계 최대 게임 스토어인 스팀에서도 NFT 게임을 퇴출했다.

대중에게도 거부당하고, 정말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암호화폐라는 뒷배도 사라진 NFT. 그런데도 “NFT 시장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다시 불타오를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런 때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빨리 도망쳐라. 누가 뭐라고 감언이설을 늘어놓든 말든 간에 말이다.

#NFT투자 #잭도시 #암호화폐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트위터 캡처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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