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육 1번지 대치동의 최상위권 공부 비결을 궁금해하고 따라 한다. 그런데 전국의 중고등학교마다 상위권은 소수다. 나머지 다수의 중하위권 아이들은 속도에 맞게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저만치 앞선 아이들을 쫓아 무작정 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준비 운동 없이 바로 뛰면 탈이 난다. 중하위권 수험생과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체 HUMA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경모 대표는 직접 겪어봤기에 기초 없이 기술만 익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중학교 2학년 때 스포츠 교육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운동을 내려놓은 김경모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터득했고, 결국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했다. 이 기적과 같은 과정은 당시 EBS ‘공부의 왕도’에 방영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중하위권 학생들을 SKY와 인서울 대학에 보냈다. 최근에는 코칭 노하우를 담은 ‘중하위권 공부법 바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상위 20% 이하, 등급으로 환산하면 내신·수능 3등급 이하를 중하위권이라 볼 수 있다”며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공부법은 완전히 다르다. 이미 기본기가 완성된 상위권 학생들의 공부법이 중하위권에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부량이 아닌 방법의 방향
중하위권 학생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나요.15년가량 중하위권 학생들을 만나왔어요.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하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일타강사 인강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죽어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목표와 전략이 없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한 데다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중학교 공부법은 암기와 문제 풀이 중심인데, 이 방식은 고등학교에선 통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외우고 문제 푸는 식으로 공부해서 받을 수 있는 최대치는 3등급입니다. 이나마도 하지 않는 학생들은 6등급 이하를 받아요.
공부와 아예 담을 쌓은 경우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가 축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학교 수업을 졸지 않고 듣는 거였어요. 처음엔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세수도 하고 교실 뒤에 서서 공부하기도 했어요. 저는 학교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하위권 학생들을 보면 학원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학교에 와선 쉬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잘못됐죠. 특히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핵심은 내신과 학생부, 수능 모두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내신 시험 출제자는 누구인가요? 또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하는 교사 입장에서 자신의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과 다른 공부하는 학생 둘 중에 누굴 더 잘 써주고 싶을까요? 학교 수업부터 충실히 듣고, 자기한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맞춤 전략을 짜야 해요.
공부를 잘 못하는데, ‘내가 무엇을 왜 못하는지’ 파악하기란 더 어렵지 않을까요.
이 또한 학교 과목별 교사나 진학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저는 학원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다니고 3학년부터는 안 다녔어요. 대신 교무실을 열심히 드나들었죠(웃음). 또 요즘은 컨설팅업체도 많잖아요. 여러 루트를 통해 왜 자기 성적이 안 나오는지 꼭 파악해야 합니다. 대개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이유는 7가지예요. 공부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고, 목표와 전략의 부재, 혼자 공부하는 시간 부족, 또 과목별 공부법을 모르는 경우, 지속적인 실천이 힘든 경우 등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같은 공부 외적인 요소 때문에 공부를 잘 못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이 7가지 요인이 관리된다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거죠.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도 가능한가요. 따라잡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잖아요.
가능하죠. 인상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학생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한 명은 중독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어요. 성적이 평균 6등급 중반 정도였는데,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저를 만났어요. 저는 이 친구에게 전 과목 주간 계획을 짜준 후 이대로 다 하면 게임을 하게 했어요. 처음에는 게임하려고 공부하던 아이가 고3이 되어선 스스로 게임을 그만두더라고요. 게임을 계속하면 성적을 더 올릴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결국 전 과목 평균을 2등급대로 올렸고 수시로 전기공학과에 합격했어요. 수능 3~4등급이었으나 재수해 정시로 서울대와 고려대에 합격한 학생도 있어요. 이 친구는 재수 기간 혼자 공부했어요. 고등학교 때 전 과목 학원에 다니느라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없었거든요.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해요.
김경모 대표도 축구를 그만두고 처음엔 6개월 동안 종합학원에 다니며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중3이 되어 공부량이 늘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조차 벅찼다. 결국 학원을 그만둔 김 대표는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한 후 오히려 성적이 급상승했다. 그렇다고 모든 공부를 혼자 하란 의미는 아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학원과 인강을 이용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김경모 대표도 부족한 부분은 EBS 강의를 활용했다. 단, 인강을 들을 때도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예습-수업-복습 사이클을 지켰다. 중하위권일수록 선행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복습이 끝나면 진짜 실력을 쌓기 위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 내신과 수능이 요구하는 진짜 실력은 이해력과 응용력, 통합적 사고력이다. 이 능력들은 무작정 외우고 문제를 많이 푼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과목별 이해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

김경모 대표는(맨 앞 오른쪽) 강연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늘 자기주도학습을 통한 ‘선 이해, 후 암기’를 강조한다.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공부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중하위권일수록 문해력 저하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단기간에 보완할 방법이 있을까요.일단 시간 여유가 있는 초중학교 학생은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독후감의 구조가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보고서나 세특을 작성할 때 구조랑 똑같거든요. 보통 독후감에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와 책의 내용, 이를 통해 깨닫게 된 점을 쓰잖아요. 보고서나 세특도 마찬가지예요. 특정 활동을 왜 하게 되었는지, 이 활동의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씁니다.
독서할 시간이 부족한 고등학생에겐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고등학생은 파트별(비문학·문학) 및 장르별(현대시·현대소설·고전시·고전소설) 지문의 독해 방법을 배워야 해요. ‘EBS 윤혜정의 개념의 나비효과 입문편’ 같은 인강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종류별 독해법을 습득하고 그걸 바탕으로 지문의 핵심 주제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문제집이나 다른 노트에 그 글의 핵심 내용을 본인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거예요. 또 진짜로 이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명하기예요. 말로 술술 설명이 가능하다면 이해가 다 된 거죠.
중하위권이 가장 따라잡기 힘든 과목은 무엇이고, 반대로 금방 성적이 오르는 과목은 무엇인가요.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수학을 제일 어려워하고 또 성적을 올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반면 단기적으로 올리기 쉬운 과목은 탐구예요. 다만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탐구 과목은 암기 과목이 아닙니다. 국영수는 수능에서 단순 암기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있어요. 특히 수학은 1~4번, 16~18번 같은 경우 공식만 알아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구는 1번부터 20번까지 자료를 해석해야만 풀 수 있어요. 그래서 탐구가 단기적으로 성적을 올리기는 쉽지만, 이해가 아닌 암기로 접근하면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는 과목이에요.
그럼 과목별로 어떻게 시간을 배분해 공부하면 좋은가요.
우선 공부는 시간보다 분량 중심으로 계획을 짜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어 비문학 지문 3개, 영어 단어 암기 40개, 수학 지수·로그 함수 파트에서 거듭제곱 부분 개념 공부 식으로 하루 분량을 정해놓고 해보세요. 이때 과목 순서는 국어와 영어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수학과 탐구를 하는 거예요. 국어와 영어는 적은 양이라도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 같은 과목이자, 수학과 탐구보단 부담이 덜하거든요. 두 과목을 마친 홀가분한 상태에서 수학을 공부하면 더 효율이 오릅니다. 탐구 과목은 굳이 매일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주말에 학교 수업을 복습하고 부족하면 인강을 몰아서 보길 추천합니다.
하루 계획 및 주간 계획을 세우고 잘 지킬 수 있게 되더라도 입시는 장기 레이스잖아요. 수능 준비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고등학교 3년을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단계인 고1~2 때는 과목별 기초 능력, 다시 말해 개념들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대부분 이 과정을 빼놓고 바로 문제를 풀고 외우기 때문에 성적이 안 나오는 겁니다. 2단계는 3학년 3월부터 9월 모의고사 전까지예요. 이 시기에는 기초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를 풀어봐야 합니다. EBS 연계 문제집, 수능 및 모의고사 5개년 기출문제집 정도를 풀어보세요. 좀 더 목표를 높게 잡고 싶다면 1등급을 결정하는 고난도 문제들만 모아놓은 심화 문제집까지 풀어보세요. 이때 100개의 문제를 푸는 것보다 10개의 문제를 정확하게 풀고, 왜 틀렸는지 분석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마지막 3단계인 고3 9월부터 11월 수능 전까지는 실전 훈련을 해야 합니다. 수능일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풀고, 컨디션과 식단 관리도 신경 쓰세요.
“왜 공부하고 대학을 가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볼 것”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공부할 시간을 좀 더 벌기 위해 재수를 택하는 건 어떤가요.지금 고3 중에 이미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거예요. 무조건 올해 끝낸다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도전해야 설사 올해 실패하더라도 재수에 성공하는 겁니다. 특히 현 고2가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재수생은 리스크가 커요. 앞서 2028학년도 입시에서는 수시, 정시에서도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잖아요. 재수를 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내신이 발목 잡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통합형 수능이 적용되는 첫해라 등급별 합격 커트라인 데이터도 없고요.
성적 때문에 불안해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제가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축구나 계속하지 기초도 없이 무슨 공부냐”며 저를 무시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가서 느낀 점은, 공부가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거예요. 학력은 돈과 같아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힘들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꼭 좋은 대학에 갈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나 의사 같은 직업은 대학을 나와야만 할 수 있어요. 취업할 때 학력을 보는 기업도 많고요. 무엇보다 꼴찌였던 제가 주말도 명절도 없이 공부해 입시 관문을 넘는 과정에서 성공 DNA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 DNA의 힘으로 창업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거예요.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건 단순히 좋은 대학 타이틀을 따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지금 성공하는 습관을 기르고 방법을 배우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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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사진제공 김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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