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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eleb

미친 연기력! 숏박스·엄지렐라 개그우먼 엄지윤

이진수 기자

입력 2022.04.22 10:30:01

숏박스 ‘장기 연애’의 여자 친구, 엄지렐라로 유명한 감초 연기의 달인 엄지윤. 4개월 전 유튜브 세계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해 개그계를 제패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자신의 매력을 탐구하는 5년 차 희극인이다.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제 장점을 잘 모르겠어요.”

대세 유튜버 대열에 합류한 KBS 공채 32기 출신 개그우먼 엄지윤(26)에게 “본인의 강점을 잘 알고 연기하는 것 같다”고 질문하자 돌아온 답이다. 엄지윤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숏박스’에 등장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가 운영하는 숏박스 구독자는 145만 명이지만, 엄지윤이 출연하는 ‘장기 연애’ 시리즈의 최고 조회수는 801만에 달한다. 11년 차 장수 커플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콘텐츠에서 엄지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그 덕에 생긴 엄지윤의 별명이 ‘복덩이’. 김원훈은 숏박스 채널 ‘떡상’ 비결을 묻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복덩이(엄지윤)가 멱살을 잡고 (채널을) 끌어올려 줬다”고 한다. 이 뿌듯한 결과를 이뤄낸 주인공이 개그우먼으로서 자신의 장점을 모른다니! 그는 태생부터 개그를 할 운명을 타고난 걸까. 4월 4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엄지윤을 만났다.

엄지윤, 유튜브 괴물 되다

김원훈, 조진세 씨 없이 혼자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네. 저만 부르셔서 여성동아에 남자 게스트는 아예 못 나오는 줄 알았어요(웃음).



하하. 첫 단독 인터뷰에 좀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

어색하긴 해요. 어색해. 어색해(웃음).

지윤 씨가 숏박스 정규 멤버인 줄 알았는데 ‘객원’이더라고요.

약간 걸쳐 있죠.

@eomjiyoon96

@eomjiyoon96

엄지윤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숏박스는 KBS 개그맨 공채 30기 김원훈, 31기 조진세가 함께 만든 채널이다. 두 사람은 2021년 10월 30일부터 콘텐츠 업로드를 시작했지만 한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해 12월, 엄지윤이 합류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엄지윤이 처음 등장한 영상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는 4월 18일 기준 조회수가 431만에 이른다. 엄지윤은 “정말 한 번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촬영한 것이 크게 터졌다”며 “이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장기 연애’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숏박스와 엄지렐라

숏박스와 엄지렐라

원훈, 진세 씨가 도와달라고 처음 연락했을 때는 하기 싫었다면서요.

장난친 거예요. 정말 싫었던 건 아니고, 마침 그날 스케줄이 안 맞았거든요. 그런데 선배들이 “늦어도 괜찮아. 밤 11시, 12시라도 좋아” 하면서 계속 저한테 시간을 맞추더라고요. “안 돼, 안 돼” 거절하면 눈치껏 그만할 줄 알았는데 계속 맞춰준다고 해서 결국 새벽에 만나 찍었어요.

세 분 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이잖아요. 각각 한 기수씩 차이가 나던데 전부터 친한 사이였나요.

아니요. 하나도 안 친했어요(웃음). 원래 가까운 기수끼리는 좀 친한 편인데 저희는 아니었어요. “선배, 안녕하십니까” “어, 지윤아 안녕” 이 정도였죠. 일만 하는 사이였다고 할까요. 이렇게 같이 유튜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회의하러 모일 때마다 상황극이 벌어질 만큼 친해졌다고요.

한 명이 실수로 커피를 쏟으면 “뭐 하는 거야” 곧바로 타박을 주죠. 그럼 상대는 최대한 비굴하게 “죄송해요. 닦아드릴게요” 하고요. 이어서 “이것도 닦아, 저것도 닦아” 하는 식으로 상황극이 벌어지는 거예요. 전체적으로 말도 안 되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죠.

엄지윤과 김원훈, 조진세 세 사람의 개그는 ‘스케치 코미디’를 표방한다. 치과, 미용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흔히 발생할 만한 일을 바탕으로 극현실주의 연기를 선보여 보는 사람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게 특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 격리 상태에 놓인 오빠에게 쉬지 않고 시비를 거는 여동생을 묘사하는 식이다. ‘저거 우리 집 얘기인가’ 싶을 만큼 실감 나게 현실을 표현하니 ‘빵빵’ 터질 수밖에. 특히 엄지윤의 연기는 디테일에 강해 “현실 고증 미쳤다” “아 XX 웃겨ㅋㅋㅋㅋ 엄지 언니 최고” 같은 핫한 댓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유튜브에서 선보이는 개그가 평소 개그 스타일과 맞나요.

저는 약간 능청맞고 실감 나는 연기를 좋아해요. 개그우먼 장도연 선배님이 tvN 예능 ‘코미디빅리그’의 ‘그린 라이트’ 코너에서 다가오는 남자에게 철벽 칠 때 보여주는 그런 연기 같은 거요. 단호하게 끊어버리고, 웃으면서 나쁜 말 하고…. 뻔뻔해 보이는 연기가 편해요.

엄지윤의 이 ‘능청미’는 개인 채널 ‘엄지렐라’를 오픈하며 한껏 물이 올랐다. 엄지윤의 ‘부캐’ 엄지렐라는 명품쟁이 인플루언서. 고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하나하나 품평하는 이른바 ‘명품 하울 영상’을 선보인다. 그가 첫 콘텐츠에서 공개한 신상 컬렉션에는 Doir(도어) 티티마 에디션, AGUCCIM(아구찜), Balenceyoga(발렌스요가) 등 익숙한 듯 낯선 이름이 줄줄이 등장했다. 누가 봐도 명품 브랜드 짝퉁이다. 이런 가품을 늘어놓고 명품 리뷰라고 우기는 유튜버 엄지렐라에게 대중은 홀딱 반해버렸다. 첫 영상 조회수가 89만에 이른다. 엄지윤은 이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8만9000원을 들여 직접 샤넬·루이비통·디올·구찌·발렌시아가 가품을 구입했다고 했다.

엄지렐라 부캐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계세요. 원래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에 관심이 있었나요.

동료 개그맨들이랑 같이 시작했다가 어그러진 유튜브 채널이 서너 개 정도 돼요. 비슷한 일이 반복되니 ‘이제 혼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 명이 같이 하면 아무래도 부딪힐 일이 생기거든요. 그게 싫어서 ‘힘들더라도 내 감으로 가자’ 결심하고 만든 게 엄지렐라 채널이에요. ‘유튜브를 씹어 먹겠다’까지는 아니고, ‘유튜브 괴물이 한번 돼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어요.

엄지렐라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요. 뻔뻔함의 끝판왕이더라고요.

명품·뷰티·패션 유튜브 채널이 요즘 엄청 잘되잖아요. 제가 즐겨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걸 보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어요. ‘인플루언서들의 삶이 부러워 보는 걸 수 있겠다’ ‘대리 만족하는 기분이겠다’ 싶었죠. 그들이 더 많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하이클래스’로 가보자 했어요. 개그우먼이니까 (유머를 넣어) 웃음이 섞이도록 했고요.

엄지렐라가 가품을 ‘찐 명품’처럼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와요. 더 기가 막힌 건 주요 브랜드마다 터무니없는 가품이 다 있다는 거고요(웃음).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구하시나요.

일단 ‘(내가 생각한 가품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먼저 해요. 그러고 나서 찾아보면 어디선가 눈에 띄더라고요. 신기한 경로로 손에 넣게 된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루이비통 로고가 박힌 비닐 봉투는 제가 예전에 한 옷 가게에서 받은 거예요.

저도 그거 알아요. 2010년쯤 보세 옷집에서 명품 로고 박힌 비닐 봉투를 많이 줬어요. 중고등학생들이 신발주머니 대신 그런 봉투에 실내화를 담아 들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잖아요.

엄지렐라 채널을 기획하는데 마침 그 봉투가 딱 생각났어요. 명품 하울 영상에 쓰면 웃기겠다 싶더라고요. 이후 디올 플랫슈즈, 발렌시아가·구찌 티셔츠 등과 비슷한 가품을 찾아 첫 콘텐츠를 찍었죠. 길 지나가다 우연히 ‘이거 진짜 웃기다’ 싶은 아이템을 보고 산 일도 있어요.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그걸로 아예 한 회를 만들기도 해요.

긴장감 넘치는 패션업계에 느슨함을 주고 계시네요.

너무 느슨하지 않아요? 지금 좀 쪼여줘야 해요(웃음).

가품이라고 해도 구입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가끔은 돈이 아깝고 ‘이걸 내가 어디에 쓰려고 사는 거지’ 같은 ‘현타’도 와요. 그래서 구독자분들께 선물하려 해요. 저한테 유튜브 댓글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그 물건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거든요.

진심으로 구매하고 싶어서 묻는 걸까요.

진지하게 너무 예쁘대요. 가품이라도 상관없다는 거예요. 구찌 가품으로 나온 아구찜 티셔츠 같은 건 웃겨서 사고 싶다는 분도 계셨고요.

그 많은 명품을 척척 구매하는 엄지렐라의 직업은 대체 뭔가요.

금수저가 맞고요. 진짜 부자, 하이클래스 가문의 자제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직업은 모델, 인플루언서죠. 완전 핫한 인플루언서이고, 명품을 좋아하는 부자, 여자들의 워너비인 사람이에요.

엄지렐라 채널에 있는 ‘관리의 날 VIP 경락·피부 관리’ 브이로그는 명품 하울 영상보다 더 가관이다. 이 영상에서 엄지렐라는 보습에 좋다며 ‘요리용 포도씨유’로 경락 마사지를 받고, 강아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다. 무리수 넘치는 내용에 한바탕 웃고 나면 이제 구독자들의 재치 넘치는 댓글을 볼 시간이다. 그 유튜버에 그 구독자라고나 할까. 어느 것 하나 재밌지 않은 댓글이 없다. 그 또한 이 채널의 킬링 포인트라 할 만하다.

구독자 댓글을 보면 영상 올릴 맛이 날 것 같아요.

아유, 그럼요. 다 천재들이에요. 댓글 보고 많이 배워요. 생각지도 못한 드립이 엄청 달려서 현타가 올 때도 있고요.

팬이 정말 많아 보이는데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솔직히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잘 느끼지는 못해요. 집 밖에 잘 안 나가거든요. 가끔 밥 먹거나 술을 마실 때 누군가 알아봐 주시면 살짝 ‘내 얼굴이 좀 알려졌나?’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평소엔 일하고, 촬영하고, 회의하며 지내다 보니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


떡잎부터 달랐던 개그우먼, 나만의 무대 찾다

연기를 워낙 잘하는데 개그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특히 고민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대 연기랑 유튜브는 많이 달라요. 무대에서는 몰입력, 전달력, 연기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반면 유튜브는 편집으로 걷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콘텐츠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윤 씨를 직접 만나보니 연기할 때와 실제 말투가 크게 다르지 않네요.

네. 저는 평소 말투 그대로 연기해요. 숏박스 ‘찐 남매’ 영상에서 오빠를 놀리며 “그래그래” “미안, 미안” 하는 것도 다 제 말투고요. 내용에도 제 경험이 반영된 게 많아요. 예를 들어 ‘장기 연애’ 시리즈 ‘(모텔) 대실’ 편에 보면 제가 떡볶이를 시켜 먹으면서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보거든요. 그게 평소 제 모습이에요. 아, 물론 모텔 가서 그런다는 건 아니고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엽기떡볶이와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를 같이 시켜놓고 넷플릭스 ‘솔로지옥’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먹방 유튜버 ‘여수 언니 정혜영’ 얘기를 해요.

엽기떡볶이랑 허니콤보는 ‘국룰’이죠(웃음). 유튜브 여수 언니 채널을 좋아하시나 봐요.

네! 저 매일 봐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그 언니 업로드를 너무 안 해. 새로 만든 채널도 업로드 주기가 너무 길어요. 아무튼 맛있는 거 먹으면서 친구들이랑 “야, 여수 언니 픽 음식 조합으로 우리도 다음에 먹어보자” 이렇게 또 먹는 얘기하거든요. 그러는 걸 ‘장기 연애’ 콘텐츠에 약간씩 넣은 거예요. 공감 가는 이야기니까 구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시겠죠.

지윤 씨와 제가 동갑이라 그런지 학창 시절 반에서 정말 유쾌한 친구랑 같이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팬들도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고요. 좋은 의미로 본인이 생각할 때 ‘똘끼’가 어느 정도인 것 같나요.

65.5% 정도요.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려요. 실생활에서 똘끼가 엄청 많은 스타일은 아니에요. 해야 할 때 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죠. 과거에는 똘기가 200%라 친구들한테 “뻔뻔하게 웃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사람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머리가 크고 눈치도 생겼죠.

어쩌면 어릴 적 거침없던 모습이 지금의 엄지윤을 만든 거네요. 언제부터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나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는 당연히 개그우먼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개그를 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 ‘서브 직업’에 대해 고민하곤 했죠.

엄지윤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한테 “넌 우리의 개그맨이야” “넌 진짜 잘될 거야” 같은 말을 무수히 들었다고 한다. 그 소소한 응원들이 쌓여 ‘난 당연히 개그우먼이 되겠지’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어른이 되면 어차피 개그우먼이 될 거 같아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란에는 소방관, 헤어디자이너같이 개그우먼과 거리가 먼 직업을 적었다고 한다. 2018년, 그녀는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며 마침내 어린 시절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데뷔 후 2년 남짓 되던 지난 2020년 6월에 ‘개그콘서트(개콘)’ 프로그램이 종영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듯한데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4개월 동안 집 밖을 거의 안 나갔어요. 못 나갔어요. 우울증이라고 하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친한 지인과 멀어지고 인간관계 문제까지 한꺼번에 몰려와서 힘들더라고요. ‘내가 뭘 위해서 살았나. 다 배신당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울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었어요.

힘든 시간을 그래도 잘 이겨내셨네요.

당시 주변 개그맨들 처지가 다 저랑 비슷했잖아요. 한 명씩 “나와라. 같이 뭐라도 해보자” 하면서 연락을 했어요. 그때부터 유튜브 도전을 계속했는데 한동안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죠. 한 1~2년은 벌이도 없이 많이 힘들었어요. 간간이 선배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 몇만원씩 쥐여주셨는데, 그것이 정말 감사했죠
.

인터뷰를 준비하며 지윤 씨가 ‘개콘’에 출연했던 시절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때 지윤 씨는 주어진 역할을 참 열심히 연기하는데 지금처럼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영상에서든 지윤 씨가 확 눈에 띄는데 말이죠.

다행이에요. 돌아보면 ‘개콘’에 나올 때는 아무것도 못하던 시절이었어요. 정신도 없고 틀리지만 않으려고 애썼던 수준이죠.

무대에 처음 올라갔을 때가 기억나세요.

‘잠깐만 홈쇼핑’ 코너였어요. ‘어기 어기 어차~’라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저를 바라보는 방청객에 무대 뒤 스태프까지 신경 쓰려니 (책임감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항상 꿈꿔왔던 무대에 올라 소름 돋을 만큼 좋았는데, 힘들었던 기억도 뇌리에 박혀 있죠.

개그맨은 자신을 찾아주는 무대가 있어야 연기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기가 생명인 세계에서 오랜 시간 무명 생활을 하며 슬럼프가 온 적은 없나요.

생각해보면 ‘개콘’ 때가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평생 개그맨을 하려고 살았는데 개그맨이 딱 되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삶이 아닌 거예요. 진짜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인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 그 직업이 저랑 전혀 안 맞는 느낌이었어요. 개그를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너무 많고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안 거죠. 프로의 세계는 학창 시절 반에서 까부는 수준이 아니니까요.

유튜브 채널을 보니 “‘개콘’이 없어진 게 잘된 일 같다. 진정한 엄지윤의 개그 매력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좋다”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무대가 없어진 건 슬픈 일이지만 이후 엄지윤의 개그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장이 열렸으니 좋은 부분도 생겼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유튜브 플랫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제가 오랫동안 꿈꾸던 무대가 없어졌다 해도 (유튜브라는) 너무 넓은 무대가 있으니까 다행이다 싶어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걸 보여줄 기회가 있어서 좋죠.

부모님도 지윤 씨 영상 다 챙겨 보시나요.

엄마는 댓글까지 다 보세요. 그런데 어른들은 사람들이 드립으로 장난을 친다는 걸 잘 모르시잖아요. 하루는 한 구독자가 “안녕하세요. 저 명품 브랜드 버버리 누구입니다. 엄지렐라 님을 앰배서더로 모시고 싶은데 경유해서 (영국으로) 오실 수 있나요?”라는 댓글을 단 거예요. 엄마가 바로 전화하셔서 “지윤아,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는데 사기인 것 같으니 연락하지 말아라” 하시더라고요. “엄마, 제발 댓글 읽지 마” 그랬죠(웃음).

지난 2월 소속사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이제 성공한 개그우먼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요.

제가요? 지금은 소속사에 거의 99% 의지하고 있어요. 이래도 될 정도인가 싶을 만큼요. 이전에는 들어오는 일을 다 감당할 수 없었거든요. “지윤 씨 어디입니다. 여기 출연해주실 수 있나요” 연락 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네. 당연하죠” 하고 바로 달려갔어요. 지금은 (소속사) 실장님 번호를 알려드리죠. 모르는 게 많아서 크게 의지하고 있어요.

개그우먼 강유미 씨가 엄지렐라 영상에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두 분의 협업을 기대해도 될까요.

네. 내용을 짠 건 아니지만, 같이 일할 예정이에요. 유미 선배 외에도 요즘 가장 핫한 사람, 섭외하기 어려운 사람을 채널 게스트로 모셔보고 싶어요. 말도 안 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래퍼 박재범 님처럼요. 최근 론칭하신 소주 브랜드 ‘원소주’를 마시면서 술집에서 취중진담 하는 것 같은 콘셉트로 찍어야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데요. 널리 퍼뜨려주세요. 그분 소속사 쪽에서 알 수 있게요.

출연해보고 싶은 방송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일단 다 좋아요. 어디든 불러주시면 나가야죠. KBS Joy ‘연애의 참견’에 패널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재밌을 것 같아요. 거기 나오는 사연을 보면 솔루션을 할 필요 없이, 무조건 다 깨져야 하거든요. ‘팩트 폭격’ 하러 한번 나가고 싶어요. 저는 사실 아직 바쁜 축에도 못 껴요. 더 바쁘고 싶고, 잠을 안 자고 싶어요. 안 먹어도 돼요. 그냥 불러주시면 달려 나갈 생각이에요.

#엄지렐라 #숏박스 #여성동아

엄지윤의 흥얼흥얼 TMI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열심히 파다가 딱 질리면 단숨에 끊어버린다.

요즘 꽂힌 ‘맛없없’ 간식 조합
‘뿌링뿌링’ 소스에 알새우칩 과자 찍어 먹기. 치킨 브랜드 BHC 인기 메뉴 뿌링클 치킨을 주문하면 뿌링뿌링 소스가 딸려온다. 요구르트 맛이 나는 이 소스에 새우칩을 찍어 먹으면 환상적! 인터뷰 전날에도 먹은 건 안 비밀.

요즘 꽂힌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 JTBC ‘비정상회담’에서 말씀하시는 걸 보고 조승연 작가에게 반했다. 유튜브에서도 머릿속에 다 못 넣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계심.

요즘 꽂힌 취미
오늘 시간 여유가 있다? 그럼 무조건 집 청소를 한다. 잘 정돈된 모습이 좋고, 널브러진 내 모습은 보기 싫다. “박재범 씨에게 어필해주세요” 원소주니까 깔끔하게! 청소 하면 깔끔함이지.

사진 김도균 
사진출처 숏박스·엄지렐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2년 5월 7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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