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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ho wear what

정호연의 루이비통 드레스가 말하는 것

글 김명희 기자

2022. 03. 24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이 각종 시상식의 여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식 석상마다 그녀와 함께하는 루이비통 드레스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배우에게 시상식 드레스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꿈꿔왔을 로망, 그 이상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 사랑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조력자들의 땀과 정성,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이 거기에 담긴다. 시상식 드레스는 그러니까 바로 그 순간 배우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함부로 베스트와 워스트를 논하거나, “코디가 안티네” 같은 말을 내뱉기 조심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이끄는 루이비통의 2022 S/S 드레스를 입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참석한 정호연. 이날 착용한 주얼리도 루이비통 제품이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이끄는 루이비통의 2022 S/S 드레스를 입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참석한 정호연. 이날 착용한 주얼리도 루이비통 제품이다.

최근 영화제 시상식 의상으로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여주인공 정호연(28)이다. 사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출신에, 샤넬, 펜디, 장폴고티에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에 올랐던 10년 차 톱 모델을 초록색 트레이닝복 단벌에 가두는 건 엄청난 재능 낭비였다. 덕분에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이어지는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공식 석상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의상의 변주를 감상하는 재미가 더 쏠쏠해졌지만 말이다.

미국 배우조합 시상식에서는 루이비통 메종 공방에서 제작한 드레스와 댕기를 착용했다.

미국 배우조합 시상식에서는 루이비통 메종 공방에서 제작한 드레스와 댕기를 착용했다.

정호연이 3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황금색 드레스는 독특한 실루엣으로 특히 눈길을 끌었다. 상체 부분은 보디라인을 타고 느슨하게 흘러내리다가 엉덩이 부분에서 양옆으로 퍼지는 이 낯선 스타일의 드레스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지난해 10월 ‘2022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이다. 정호연은 여기에 같은 브랜드의 하이 주얼리를 매치해 우아함을 더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다

루이비통 2022 F/W 컬렉션에서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정호연.(왼쪽) 정호연은 2017 F/W 컬렉션 때 처음 루이비통 모델로 발탁됐다.

루이비통 2022 F/W 컬렉션에서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정호연.(왼쪽) 정호연은 2017 F/W 컬렉션 때 처음 루이비통 모델로 발탁됐다.

“저는 시간과 의상, 그리고 루이비통 메종의 핵심 개념을 함께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2013년부터 루이비통 여성복을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2022 S/S 컬렉션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창립자 루이 비통(1821~1892)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이니만큼,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는지, 시간을 초월해(timeless) 사랑받는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탐구해보고자 했던 것. 실제로 해당 컬렉션에서 제스키에르는 고풍스러운 루브르 박물관을 밝힌 빈티지한 샹들리에와 그 아래 도열한 나폴레옹 3세 시대의 의자를 배경으로 18세기 프록코트와 드레스부터 1980년대의 폴카 도트 블라우스, 1990년대 캐주얼한 청바지와 섬세하게 장식된 슬립 드레스, 미래지향적인 운동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패션이 어떻게 진화하고 전승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정호연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입은 황금빛 드레스는 18세기 중반 유럽 궁정에서 유행한 ‘파니에 두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바구니’라는 뜻을 지닌 파니에(panier)는 스커트를 부풀리기 위한 허리받이 형식의 속치마를 의미한다. 18세기 여성들은 고래수염, 등나무 등으로 테를 만들고 그것을 허리에 끈으로 묶어 파니에로 이용했는데, 웨딩드레스 안에 입는 빳빳한 소재의 속옷도 여기서 유래했다. 해당 컬렉션 의상을 시상식 드레스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호연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시간의 흐름에서 영감을 얻었고, 나는 새롭고 예상치 못한 것을 만들기 위해 뒤돌아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몇 차례 런웨이에 오르며 루이비통과 인연을 이어오던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흥행 직후인 지난해 10월 이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3월 7일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2022 F/W 컬렉션에서는 피날레 모델로 무대에 올랐고. 이에 앞서 2월 28일 열린 제28회 미국 배우조합 시상식에서도 루이비통 드레스를 선택했다.

파리 방돔에 위치한 루이비통 메종 공방에서 장장 210시간 동안 한땀 한땀 공들여 제작한 블랙 자카드 드레스와 여기에 마치 ‘깐부’처럼 어울리는 댕기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호연을 더욱 빛나게 했다. 정호연은 드레스와 어우러지는 헤어스타일을 위해 루이비통 측에 직접 댕기 제작을 요청했고, 이에 루이비통 측은 드레스와 같은 소재의 댕기를 제작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호연의 스타일에 대해 해외 매체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얼루어’는 “그녀의 풍부한 문화적 배경을 보여준다”고 평했고, 영국 ‘글래머’는 “정호연은 한국적 댕기 머리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루이비통은 정호연의 스타일이 화제가 될 때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를 포스팅하며 뮤즈의 활약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성스럽고 세련된 동시에 전통과 모던 사이에서 균형 잡힌 패션 세계를 추구하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MZ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정호연의 조합이 보여줄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정호연스타일 #정호연패션 #루이비통앰배서더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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