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ey

단돈 1000원 투자해 수익 보는 아트테크 신세계

글 이진수 기자

입력 2022.02.09 10:30:02

2021년 국내 경매 출품작 가운데 각각 낙찰 총액 · 최고 낙찰가 1위를 기록한 단색화 거장 이우환과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이들 작품 지분을 1000원에 살 수 있다면 믿을까?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술품 거래를 소액으로 해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쿠사마 야요이 Pumpkin A.P

쿠사마 야요이 Pumpkin A.P

투자 시장이 아트테크에 푹 빠졌다.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미술 시장 분석 업체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연말 결산에 따르면, 서울 옥션·케이 옥션을 비롯한 국내 경매사 8곳의 2021년 낙찰 총액은 3294억원.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약 3배가 됐다. 미술품 거래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부동산·주식과 달리 취득세 및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 최근에는 소액 투자 길이 열리면서 일반인 관심도 부쩍 커졌다.

마르크 샤갈 La Mariee Or Les Amoureux Aux Fleurs

마르크 샤갈 La Mariee Or Les Amoureux Aux Fleurs

기자도 1월 11일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를 통해 그림 ‘조각 투자’를 시도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과는 대실패였다. 소투의 공동구매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시작된다. 전날 앱 메인 화면에서 한국화가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 작품 두 점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각각 노란색과 하늘색 배경의 작품이었다. ‘잘’ 팔릴 작품을 고르는 게 관건. 30분 동안 작가에 대해 찾아보다가 2019년 5월 26일 제29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약 1억8000만원에 낙찰된 ‘제주생활의 중도’ 그림을 보게 됐다. 하늘색 배경이었다. “옳다구나” 하늘색 작품으로 구입을 결정하고 오전 10시가 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전일 소투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인기 작품의 경우 1분 만에 완판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조금 긴장됐다.

1분 만에 완판! 없어서 못 파는 미술 투자 플랫폼

줄리안 오피 Faime, Shaida, Danielle, Lan

줄리안 오피 Faime, Shaida, Danielle, Lan

정확히 오전 9시 59분 59초에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바로 결제할 수 있게 예치금도 2만원 충전해놓은 상태. 사고 싶은 작품 지분만큼 12조각(1만2000원)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돌아온 건 ‘공동구매 마감’ 알림이었다. 아트테크가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1분. 완판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공동구매 플랫폼 테사도 지난해 12월 10일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러브 랫(Love Rat)’을 오픈 1분 만에 완판한 이력이 있다. 당시 144명이 참여해 7700만원 상당의 분할 소유권을 앞다퉈 가져갔다고 한다. 투자 금액이 크지 않고 방식도 간편하다 보니 투자자가 몰려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듯하다. 특히 작품 가격이 1억~2억원대로 높지 않을 경우 완판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Focus Moving

데이비드 호크니 Focus Moving

작품 한 점당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미술품은 오랫동안 고액 자산가나 기업 투자자에 한정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미술품 거래 전문가 사이에서 “아트테크의 진입 장벽을 낮출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결과 공동구매 플랫폼이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해 여럿이 나눠 갖는 방식의 소액 투자가 이뤄진다. 현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등의 홈페이지와 소투, 테사 등의 앱에서 수시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앱 공지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관심은 매우 뜨겁다. 테사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회원 수는 1월 10일 기준 5만 명으로, 2020년 4월 앱 서비스 론칭 당시와 비교해 약 34배 늘었다. 아트투게더 또한 2021년 12월 기준 가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약 80% 증가했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 앱 가입자 수는 2021년 7월 2만2000명에서 12월 초 4만5000명으로 5개월 만에 약 2배가 됐다.



뱅크시 Love Rat

뱅크시 Love Rat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은 한 그림에 여러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작품 지분을 수백, 수천 조각으로 쪼개 내놓는다. 그래서 미술품 공동구매를 ‘조각 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트앤가이드 김재욱 대표는 “그림은 잘 모르는데 미술품에 한번 투자해보고 싶은 분은 공동구매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소액으로 시작하는 미술품 공동구매 실전 투자법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투자 방식은 플랫폼마다 다소 다르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을 직접 매입해 전체 소유권의 5~10%를 자사가 확보한 뒤 나머지 90~95%를 회원에게 판매한다. 최소 투자 금액은 1만원으로 3000만원 이하 작품의 경우 최소 1만원부터 최대 1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작품 가격이 3000만 초과~1억원 이하인 그림에는 10만~100만원, 1억원 초과 작품은 100만~2000만원 투자할 수 있다. 아트앤가이드는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변조 위험을 막고 있다. 소투와 테사의 최소 투자 금액은 1000원, 아트투게더에서는 최소 1만원부터 작품 가격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투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은 어떻게 얻게 될까. 미술품 공동구매의 수익 창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술품을 매각해 얻은 시세차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받을 수 있다. 둘째, 해당 작품을 백화점, 호텔 및 고급 레스토랑 등에 임대한 뒤 렌털 수익금을 나눠 갖는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자기 지분을 P2P(Peer To Peer·플랫폼 내 이용자 간 거래) 마켓에서 재판매해 차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유의할 것은 미술품을 산다고 반드시 수익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투자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각 플랫폼은 이런 위험을 낮추고자 매입 작품 선정에 앞서 예술사적 가치와 향후 가치 상승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진다. 앤디 워홀, 마르크 샤갈처럼 향후 매각이 잘될 것으로 보이는 작품을 공동구매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나타난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아트앤가이드는 자사 투자자 분석 결과 평균 작품 보유 기간이 10개월 간, 수익률은 35% 이상이라고 밝혔다. 아트투게더와 테사, 소투 평균 수익률도 각각 57%, 21.94%, 17.43%다.

소투의 공동구매 화면

소투의 공동구매 화면

그림을 공동구매 했다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은 없을까. 아트앤가이드는 매매가 5억원 이상 작품의 경우 유명 갤러리 등과 재매입 약정을 체결해 투자자가 판매를 원하면 최소한 원가 이상에는 되팔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다. 이런 약정이 없다 해도 플랫폼이 임의로 작품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지는 못한다. 아트앤가이드와 소투는 작품 처분에 대한 권리를 투자자에게서 위임받아 매각을 진행한다. 테사와 아트투게더는 소유권자 전체의 찬반 투표를 통해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는 작품이 팔리면 매각 대금에서 제반 비용(운송, 보험 등) 및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지분에 따라 나눠갖는다. 테사는 매각 시점에 매각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고, 아트투게더는 작품 구매 시점에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미리 부과한 후 작품을 팔 때 제반 비용이 별도로 발생한다.

문제는 작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다. 이때는 지분을 기약 없이 보유하게 될 수 있다. 아트투게더·테사·소투 등이 자체적으로 지분 거래 마켓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일반적인 미술 투자자의 경우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하고 원할 때마다 감상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공동구매자는 이것조차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지분을 쪼개 구매한 작품은 일반적으로 플랫폼 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소액이라도 그림 공동구매를 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공동구매 말고 오픈마켓에서 그림을 사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미술품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대표 플랫폼으로 서울옥션의 미술 경매 플랫폼 ‘블랙랏’이 있다. 이 플랫폼 이용자는 크게 셀러(판매자)와 바이어(구매자)로 나뉜다. 사업자등록을 한 셀러는 이곳에서 국내외 현대 미술품부터 아트토이, 전통·디자인 가구, 공예품, 명품 가방 등까지 다양한 상품을 ‘즉시 구매(바이나우)’ 또는 ‘경매(비드나우)’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 잘 찾으면 좋은 작품을 몇십만원대에 사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단,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이 시중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거래되는지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 블랙랏 소투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테사



여성동아 2022년 2월 698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