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2.05 10:30:01
24시간 오르락내리락하는 암호화폐 시세. 밤새 지켜보며 잠을 설치기보다 자동매매 봇에 투자를 맡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방법과 위험성을 점검해보자.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 2’의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을 얼마나 봤느냐”는 주현영 인턴기자 질문에 “선거를 두세 번 치를 수 있을 정도”라고 답했다.
지난해 6월 이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회의원 선거를 한 번 치를 때마다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 것에 비춰보면, 암호화폐 투자로 4억5000만원에서 6억원 정도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암호화폐 ‘자동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관련 프로그램(자동매매 봇)이 화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내가 개발자 출신이라 재미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자동매매 봇, ‘복붙’만 할 줄 알아도 만들 수 있다

‘SNL코리아 시즌 2’의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날 그는 “비트코인 투자는 프로그래밍으로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코딩’이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 조 모 씨도 암호화폐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에게 코딩을 잘 모르는 사람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 묻자 조 씨는 “복사, 붙여넣기 같은 기본적 컴퓨터 조작법만 알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공개한 API 코드를 가져온 뒤 자기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매도 및 매수 시점을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완성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때 ‘가격이 얼마가 되는 시점에 매도하라’ 처럼 직접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유명 투자자의 의사 결정을 따라 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 씨는 “나는 래리 윌리엄스라는 유명 투자자가 만든 전략을 알고리즘에 입력했다”고 말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한 투자의 가장 큰 이점은 암호화폐 시세를 수시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주식 시장과 달리 개장 및 폐장 시간이 없다.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상당수 암호화폐 투자자가 밤낮없이 시세 창만 들여다본다. ‘코인 좀비’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매도 및 매수를 진행해 투자자가 시세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점은 투자에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작아진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강했다’의 저자 오태민 멘델체인 대표는 “암호화폐는 시세 변동 폭이 크다 보니 투자 결정을 할 때 미디어나 주변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여기서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단, 주의할 점도 있다. 최근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자신이 뛰어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수익을 보장할 테니 투자금을 맡기라는 식이다. 검증된 기관이 아닐 경우 섣불리 돈을 줬다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 하나, 자동매매 알고리즘이 시장 변동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자동투자’라 해도 결과는 오롯이 투자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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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방송화면 캡처
여성동아 2022년 2월 6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