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콘텐츠가 본격 저력을 과시하며 콘텐츠 주식 시장도 호황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힘을 증명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열풍이다.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 신드롬에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투자해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윤성욱(43) 대표가 2019년 5월 설립한 펀더풀은 유명 제작사나 배우가 참여한 K콘텐츠를 프로젝트성 투자 상품으로 선보이는 플랫폼이다. 1억원 이상의 전문기관만 투자가 가능했던 기존의 콘텐츠 투자 영역을 일반인도 온라인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 그중 대박을 터트린 전시 ‘요시고 사진전’은 오픈 하루 만에 목표 금액 5억원 중 3억원을 달성했으며, 최종 투자 유치금액은 목표 금액의 119%에 달한다. 투자 손익분기점은 6개월 전시 기간 동안 전시 관람객 수 8만 명이었는데, 오픈 2주 만에 관람객 6만 명을 달성했다. 5월 초 온라인 투자를 진행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시즌 2는 연간 수익률이 약 15% 정도라고 한다.
윤성욱 대표는 영화 제작사 쇼이스트, IBK기업은행,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등을 거치며 업계에서 15년간 실력을 쌓아온 콘텐츠 투자 전문가다. 현장 제작 관리 및 콘텐츠 자금 조달과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2014)와 영화 ‘올드보이’(2003), ‘명량’(2014), ‘베테랑’(2015) 등 소위 대박 콘텐츠의 투자를 이끌었다.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중개 플랫폼 펀더풀은 영화, 드라마, 전시, 스테이 상품 위주의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프로젝트당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백만원. 론칭 이래 아직 손실이 난 사례가 없다고 한다. 펀더풀 투자는 기업에 집중하는 기존의 주식 투자 방식과 달리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젝트별로 자금을 모집하고 발생한 매출에 따른 이익을 지분대로 나눠 갖는 구조다. 콘텐츠 회사 CJ ENM이 진행하는 1백 개의 프로젝트 중 “영화 ‘기생충’에 투자하고 싶다” 하면 그것에만 선택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대박 났어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것 같은데 이러한 분위기가 투자로도 연결되고 있나요.
펀더풀 누적 가입자 수가 2만 명을 앞두고 있어요. 매달 3천~4천 명씩 가입하고 있는데, 이 수치로 올라온 게 최근 일이에요. 해외 투자 서비스나 언어 지원이 아직 안 되는데 콘텐츠에 따라서 해외 접속자도 나오고 있어요. 영화 ‘데시벨’(2021)의 이종석, ‘싱크홀’(2021) 이광수 씨 등의 영향인지 아시아 쪽이 많고요. 외국 사람들은 일반 가입은 가능한데 계좌 인증 단계에서 등록이 안돼요.
온라인 콘텐츠 투자는 생소한 영역인데요. 일반인에게 서비스를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와디즈에서 경험해보니 일반 기업 투자는 사업 지속성 문제 등으로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라 온라인 투자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온라인 투자가 가능한) 콘텐츠 투자를 주목했죠. 전문 투자자가 집행하고 있는 과정에 일반인 영역을 만들어서 10만원이든 1백만원이든 투자 지분만큼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1억원 이상의 투자 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동일한 조건에 소액 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든 거죠.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해서 문의도 많을 것 같아요.
처음 ‘결사곡’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회사로 40~50대 여성분들이 직접 전화를 거셨어요. 어떤 분은 “이거 진짜 드라마에 투자하는 게 맞냐” 물어보기도 하고, “얼마 투자할 수 있냐”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도 많았어요. 본인이 즐겨 보는 드라마에 투자하는 게 신기하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펀더풀은 모르겠다. 돈을 너희가 관리하냐” 등을 전화해서 물어보신 분도 계세요. 자금을 신한은행에서 관리하는데, 담당 부서를 연결해드린 적도 있었죠(웃음).
원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2000년대 일본 드라마 히트작들을 좋아했는데, 쇼이스트에 들어간 건 우연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영화 시사회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일당이 1만5천원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비즈니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채용 공고가 올라왔기에 지원했죠. 처음에는 ‘오래 일할 수 있을까’ 했어요. ‘이런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 자체가 신기했거든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한 이유가 궁금해요.
콘텐츠의 적정한 매출과 이익을 기대하려면 어느 정도 재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선호도 파악이 쉽지 않더라고요. 온라인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케팅 비용으로 10억원을 쓸지 30억원을 쓸지 결정해야 하거든요. 선호도 파악을 위해서 작품 공개 전에 사전 리뷰를 엄청 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콘텐츠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콘텐츠 파급력을 온라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확인하고 재미있는 투자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또 콘텐츠를 굉장히 잘 만드는 팀들이 본인 고객을 직접 만나 자금 조달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었고요.
투자 수익률이 궁금한데요.
이제 막 11개 프로젝트를 마무리 중이고, 손익 결과가 나온 건 ‘결사곡’이에요. 회수율 기준으로 8%(세전), 연간 수익률로 봤을 때 15% 정도 나와요. 정산이 끝나서 배당은 이미 다 받았어요. ‘요시고 사진전’은 대박을 터트렸는데 아직 정산이 안 돼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손익분기점이 8만 명인데 전체 관람객 수가 10만 명 정도 됩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콘텐츠 가운데 수익률이 좋았던 걸 꼽아보자면.
경우에 따라 다른데 전시는 수익률이 4~5% 정도예요. ‘요시고 사진전’처럼 잘될 수도 있지만 전시 수익률이 50%를 넘는 경우는 드물어요. 뮤지컬도 마찬가지고요. 오프라인 콘텐츠들은 좌석, 면적 제한 때문에 하루 매출이 딱 정해져 있어요. 드라마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해 중단되지 않으면 대부분 원금은 들어와요.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10% 언더에서 움직이고 안정적이에요. 영화는 흥행이 안 되면 손실, 흥행이 되면 투자금의 2~3배를 벌 수 있어요. 단, 애니메이션은 채널이나 편성권을 판매하기 때문에 기본 매출이 정해져 있고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즐기는 분에게는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나는 잘 모르겠고 재미있게 조금씩 해볼래” 하는 분에게는 전시나 뮤지컬이 더 적합해요.
투자자가 받을 배당금에서 펀더풀이 얼마를 가져가는지도 관건일 듯한데요.
모집된 금액의 5%를 저희가 중개 수수료로 해당 투자 프로젝트팀으로부터 받아요. 펀드에 가입해도 2% 가까이를 공제 금액으로 빼잖아요. 그건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획, 관리 비용이거든요. 저희도 상품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비용이 있는데 아직까지 그걸 투자자들한테 받고 있진 않아요.
대표님도 실제 콘텐츠 투자를 하고 계시는지요. 최근에 투자하신 상품과 수익률이 궁금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법적 범위에서 당연히 하고 있어요. 투자 중개업자이다 보니까 금융위원회에 계좌를 등록해놔서 별도 투자는 어렵고 일반 투자로 해요. 최근에 수익 난 건 ‘결사곡’ 시즌 2인데 수익률이 15% 정도 돼요. 제 아내도 ‘결사곡’으로 수익금을 정산 받았어요. 제가 투자를 권유한 건 아니고 혼자 그냥 한 거예요(웃음). 영화 ‘싱크홀’도 수익을 기대하고 있고요.
투자 종목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주의 깊게 봐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요.
구조적인 부분은 저희가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잘 알고 끌리는, 이해가 쉬운 분야에 투자해야죠. 저는 ‘요시고 사진전’ 투자를 못 했어요. SNS를 안 해서 대중들 반응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첫날 마감될 정도로 인기더라고요. 증액 금액도 오픈 20분 만에 다 차버렸어요. “이게 왜 잘되지” 싶었어요. ‘결사곡’도 모르다가 집에서 아내가 보는 바람에 알았고요. 애니메이션 ‘좀비덤’ 시즌 3 상품도 열한 살 쌍둥이 딸들 덕분에 제작팀과 만나게 됐어요. 아이들이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조회수가 높더라고요.
단기 · 장기 투자 니즈에 따라 드라마, 영화, 전시 종목별로 투자 형태도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투자 기간은 보통 6개월~2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자 기간이 길면 안 좋아해요. 3개월짜리 전시로 예를 들면 모집 준비 기간 3개월, 전시 기간 3개월, 정산 및 비용 감사 3개월 해서 총 8~9개월이 걸려요. 가정산이나 정산이 가능한 수준이면 중간에 한 번씩 상환을 하는 구조고요. 드라마 ‘결사곡’ 시즌 2도 정산이 내년 2월이었는데 빨리 됐어요. 영화는 매출 대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있어요. 입금 확인 과정 3개월, 종영 후 6개월~1년 정도 걸려요. 돈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니까요. 여유 자금 생각해서 투자 금액은 50만원 정도로 시작해보시길 추천해요. 기간은 콘텐츠마다 달라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셔야 할 것 같아요.
투자 팁이 있다면요.
목표 금액이 100% 넘어가는 프로젝트는 안 하시는 게 좋아요. 보통 115%가 넘어가면 더 배정이 안 된다는 알림이 떠요. 모집이 많이 됐다고 해서 돈을 더 투자하는 게 아니거든요. 프로젝트팀 입장에서는 ‘인기가 많고 관심이 많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예요. 예산이 1억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5억원이 모였다고 해서 5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콘텐츠 투자에 위험성은 없나요.
저희가 주로 큰 회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간혹 제작 중단 사례가 있어요. 그러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울 수 있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의 경우 2월 19일 개봉 예정이었는데 전날까지 예매율 1위였어요. 그런데 그 무렵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어요. 작품에 대한 악성 소문이 나거나 관객 평을 나쁘게 받는 경우에도 고꾸라질 수 있고요. 대응할 수 없는 우발적인 상황들에서 원금을 보장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죠.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서 공개하지만 예기치 않은 리스크가 있다는 걸 꼭 알고 투자하시는 게 좋아요.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서 콘텐츠 업계가 더욱 활발해질 것 같은데 대표님이 보는 K콘텐츠의 전망은 어떤까요.
OTT 서비스가 국내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줘서 산업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많이 알아봐 주고 수출도 증가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저희는 콘텐츠 투자가 마케팅으로 잘 전환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영화 쪽 시장이 더욱 커질 것 같아요. 그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웹툰도 한국이 거의 다 주도하고 있어서 관심 있게 보면 좋을 것 같고요.
기존·잠재 투자자들을 위해 준비 중인 내년 투자 상품을 예고해주실 수 있나요.
‘결사곡’ 시즌 3 투자 상품을 11월 18일부터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 외에 한국 영화 ‘유체이탈자’(2021), ‘해적 2’(2022)를 비롯해서 콘서트와 연극, 스테이 상품도 준비 중이에요. 현재 운영 프로세스 때문에 건당 투자 금액을 2억~5억원으로 정했는데 내년 초부터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금액을 좀 더 늘릴 거고요. 안정성도 그렇고 나름대로 옳은 판단을 해서 자신 있게 회원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해요.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그라운드시소 ANYZAC TV조선
윤성욱 대표는 영화 제작사 쇼이스트, IBK기업은행,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등을 거치며 업계에서 15년간 실력을 쌓아온 콘텐츠 투자 전문가다. 현장 제작 관리 및 콘텐츠 자금 조달과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2014)와 영화 ‘올드보이’(2003), ‘명량’(2014), ‘베테랑’(2015) 등 소위 대박 콘텐츠의 투자를 이끌었다.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중개 플랫폼 펀더풀은 영화, 드라마, 전시, 스테이 상품 위주의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프로젝트당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백만원. 론칭 이래 아직 손실이 난 사례가 없다고 한다. 펀더풀 투자는 기업에 집중하는 기존의 주식 투자 방식과 달리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젝트별로 자금을 모집하고 발생한 매출에 따른 이익을 지분대로 나눠 갖는 구조다. 콘텐츠 회사 CJ ENM이 진행하는 1백 개의 프로젝트 중 “영화 ‘기생충’에 투자하고 싶다” 하면 그것에만 선택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펀더풀이 콘텐츠 투자 상품을 선보인 ‘요시고 사진전’과 애니메이션 ‘좀비덤’ 시즌 3 포스터(오른쪽).
펀더풀 누적 가입자 수가 2만 명을 앞두고 있어요. 매달 3천~4천 명씩 가입하고 있는데, 이 수치로 올라온 게 최근 일이에요. 해외 투자 서비스나 언어 지원이 아직 안 되는데 콘텐츠에 따라서 해외 접속자도 나오고 있어요. 영화 ‘데시벨’(2021)의 이종석, ‘싱크홀’(2021) 이광수 씨 등의 영향인지 아시아 쪽이 많고요. 외국 사람들은 일반 가입은 가능한데 계좌 인증 단계에서 등록이 안돼요.
온라인 콘텐츠 투자는 생소한 영역인데요. 일반인에게 서비스를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와디즈에서 경험해보니 일반 기업 투자는 사업 지속성 문제 등으로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라 온라인 투자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온라인 투자가 가능한) 콘텐츠 투자를 주목했죠. 전문 투자자가 집행하고 있는 과정에 일반인 영역을 만들어서 10만원이든 1백만원이든 투자 지분만큼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1억원 이상의 투자 기관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동일한 조건에 소액 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든 거죠.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해서 문의도 많을 것 같아요.
처음 ‘결사곡’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회사로 40~50대 여성분들이 직접 전화를 거셨어요. 어떤 분은 “이거 진짜 드라마에 투자하는 게 맞냐” 물어보기도 하고, “얼마 투자할 수 있냐” “어떻게 하는 거냐”는 질문도 많았어요. 본인이 즐겨 보는 드라마에 투자하는 게 신기하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펀더풀은 모르겠다. 돈을 너희가 관리하냐” 등을 전화해서 물어보신 분도 계세요. 자금을 신한은행에서 관리하는데, 담당 부서를 연결해드린 적도 있었죠(웃음).
원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2000년대 일본 드라마 히트작들을 좋아했는데, 쇼이스트에 들어간 건 우연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영화 시사회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일당이 1만5천원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비즈니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채용 공고가 올라왔기에 지원했죠. 처음에는 ‘오래 일할 수 있을까’ 했어요. ‘이런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 자체가 신기했거든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한 이유가 궁금해요.
콘텐츠의 적정한 매출과 이익을 기대하려면 어느 정도 재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선호도 파악이 쉽지 않더라고요. 온라인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케팅 비용으로 10억원을 쓸지 30억원을 쓸지 결정해야 하거든요. 선호도 파악을 위해서 작품 공개 전에 사전 리뷰를 엄청 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콘텐츠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콘텐츠 파급력을 온라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확인하고 재미있는 투자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또 콘텐츠를 굉장히 잘 만드는 팀들이 본인 고객을 직접 만나 자금 조달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었고요.
투자 수익률이 궁금한데요.
이제 막 11개 프로젝트를 마무리 중이고, 손익 결과가 나온 건 ‘결사곡’이에요. 회수율 기준으로 8%(세전), 연간 수익률로 봤을 때 15% 정도 나와요. 정산이 끝나서 배당은 이미 다 받았어요. ‘요시고 사진전’은 대박을 터트렸는데 아직 정산이 안 돼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손익분기점이 8만 명인데 전체 관람객 수가 10만 명 정도 됩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콘텐츠 가운데 수익률이 좋았던 걸 꼽아보자면.
경우에 따라 다른데 전시는 수익률이 4~5% 정도예요. ‘요시고 사진전’처럼 잘될 수도 있지만 전시 수익률이 50%를 넘는 경우는 드물어요. 뮤지컬도 마찬가지고요. 오프라인 콘텐츠들은 좌석, 면적 제한 때문에 하루 매출이 딱 정해져 있어요. 드라마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해 중단되지 않으면 대부분 원금은 들어와요.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10% 언더에서 움직이고 안정적이에요. 영화는 흥행이 안 되면 손실, 흥행이 되면 투자금의 2~3배를 벌 수 있어요. 단, 애니메이션은 채널이나 편성권을 판매하기 때문에 기본 매출이 정해져 있고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즐기는 분에게는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나는 잘 모르겠고 재미있게 조금씩 해볼래” 하는 분에게는 전시나 뮤지컬이 더 적합해요.
투자자가 받을 배당금에서 펀더풀이 얼마를 가져가는지도 관건일 듯한데요.
모집된 금액의 5%를 저희가 중개 수수료로 해당 투자 프로젝트팀으로부터 받아요. 펀드에 가입해도 2% 가까이를 공제 금액으로 빼잖아요. 그건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획, 관리 비용이거든요. 저희도 상품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비용이 있는데 아직까지 그걸 투자자들한테 받고 있진 않아요.
대표님도 실제 콘텐츠 투자를 하고 계시는지요. 최근에 투자하신 상품과 수익률이 궁금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법적 범위에서 당연히 하고 있어요. 투자 중개업자이다 보니까 금융위원회에 계좌를 등록해놔서 별도 투자는 어렵고 일반 투자로 해요. 최근에 수익 난 건 ‘결사곡’ 시즌 2인데 수익률이 15% 정도 돼요. 제 아내도 ‘결사곡’으로 수익금을 정산 받았어요. 제가 투자를 권유한 건 아니고 혼자 그냥 한 거예요(웃음). 영화 ‘싱크홀’도 수익을 기대하고 있고요.
투자 종목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주의 깊게 봐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요.
구조적인 부분은 저희가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잘 알고 끌리는, 이해가 쉬운 분야에 투자해야죠. 저는 ‘요시고 사진전’ 투자를 못 했어요. SNS를 안 해서 대중들 반응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첫날 마감될 정도로 인기더라고요. 증액 금액도 오픈 20분 만에 다 차버렸어요. “이게 왜 잘되지” 싶었어요. ‘결사곡’도 모르다가 집에서 아내가 보는 바람에 알았고요. 애니메이션 ‘좀비덤’ 시즌 3 상품도 열한 살 쌍둥이 딸들 덕분에 제작팀과 만나게 됐어요. 아이들이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조회수가 높더라고요.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포스터.
투자 기간은 보통 6개월~2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자 기간이 길면 안 좋아해요. 3개월짜리 전시로 예를 들면 모집 준비 기간 3개월, 전시 기간 3개월, 정산 및 비용 감사 3개월 해서 총 8~9개월이 걸려요. 가정산이나 정산이 가능한 수준이면 중간에 한 번씩 상환을 하는 구조고요. 드라마 ‘결사곡’ 시즌 2도 정산이 내년 2월이었는데 빨리 됐어요. 영화는 매출 대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있어요. 입금 확인 과정 3개월, 종영 후 6개월~1년 정도 걸려요. 돈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니까요. 여유 자금 생각해서 투자 금액은 50만원 정도로 시작해보시길 추천해요. 기간은 콘텐츠마다 달라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셔야 할 것 같아요.
투자 팁이 있다면요.
목표 금액이 100% 넘어가는 프로젝트는 안 하시는 게 좋아요. 보통 115%가 넘어가면 더 배정이 안 된다는 알림이 떠요. 모집이 많이 됐다고 해서 돈을 더 투자하는 게 아니거든요. 프로젝트팀 입장에서는 ‘인기가 많고 관심이 많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예요. 예산이 1억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5억원이 모였다고 해서 5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콘텐츠 투자에 위험성은 없나요.
저희가 주로 큰 회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간혹 제작 중단 사례가 있어요. 그러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울 수 있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의 경우 2월 19일 개봉 예정이었는데 전날까지 예매율 1위였어요. 그런데 그 무렵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어요. 작품에 대한 악성 소문이 나거나 관객 평을 나쁘게 받는 경우에도 고꾸라질 수 있고요. 대응할 수 없는 우발적인 상황들에서 원금을 보장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죠.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서 공개하지만 예기치 않은 리스크가 있다는 걸 꼭 알고 투자하시는 게 좋아요.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서 콘텐츠 업계가 더욱 활발해질 것 같은데 대표님이 보는 K콘텐츠의 전망은 어떤까요.
OTT 서비스가 국내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줘서 산업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많이 알아봐 주고 수출도 증가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저희는 콘텐츠 투자가 마케팅으로 잘 전환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영화 쪽 시장이 더욱 커질 것 같아요. 그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웹툰도 한국이 거의 다 주도하고 있어서 관심 있게 보면 좋을 것 같고요.
기존·잠재 투자자들을 위해 준비 중인 내년 투자 상품을 예고해주실 수 있나요.
‘결사곡’ 시즌 3 투자 상품을 11월 18일부터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 외에 한국 영화 ‘유체이탈자’(2021), ‘해적 2’(2022)를 비롯해서 콘서트와 연극, 스테이 상품도 준비 중이에요. 현재 운영 프로세스 때문에 건당 투자 금액을 2억~5억원으로 정했는데 내년 초부터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금액을 좀 더 늘릴 거고요. 안정성도 그렇고 나름대로 옳은 판단을 해서 자신 있게 회원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해요.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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