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issue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 호텔 사업 관전법

글 이현준 기자

2021. 07. 07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쌍두마차, 정용진과 정유경 남매가 호텔 사업으로 맞붙었다. 그룹 승계 구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호텔 사업이 어떤 변수가 될지 살펴봤다.

‘조선 팰리스’ 호텔.

‘조선 팰리스’ 호텔.

‘오노마’ 호텔.

‘오노마’ 호텔.

정용진(53)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럭셔리 호텔 ‘조선 팰리스’가 5월 25일 문을 열었다. 조선 팰리스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의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선보인 특급 호텔로 ‘레스케이프’ ‘그랜드조선’ ‘그래비티’에 이은 4번째 자체 브랜드다. 하룻밤 숙박료가 최대 1천6백만원인 스위트룸 44개를 포함해 2백54개 객실, 수영장·연회장·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호텔 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랜드조선 부산’과 12월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올해 1월 ‘그랜드조선 제주’에 이어 조선 팰리스까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4개의 호텔을 론칭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유경(49)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올해 8월 대전에 특급 호텔 ‘오노마’를 론칭할 것이라 알려지며 남매간 ‘호텔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된다. 정용진과 정유경 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아래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의 부문을 맡고 있고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백화점, 면세점, 패션, 화장품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2016년 정 부회장의 신세계 지분(7.32%)과 정 총괄사장의 이마트 지분(2.52%)이 교환돼 상대 영역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게 되며 이러한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또 지난해엔 이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남매에게 증여해 정 부회장이 18.56%의 이마트 지분을, 정 총괄사장이 18.56%의 신세계 지분을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남매 경영’에 더욱 힘을 실었다.

사이 좋은 남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그동안 남매는 자신들의 영역을 맡아 업무를 분담해왔는데, 호텔 사업 부문은 정 부회장의 몫이었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를 통해 ‘반포 JW메리어트’를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위탁 경영 수수료만 받는 구조이기에 직접 호텔 사업을 이끌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오노마는 신세계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와도 이름이 같고, 신세계백화점 계열 자체 브랜드 호텔로서 ‘정유경표 호텔’이라 볼 수 있다. 또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전신인 신세계조선호텔에 입사해 2008년까지 호텔 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 정 총괄사장이 오노마를 통해 정 부회장과 본격적인 호텔 사업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측은 이를 남매간 경쟁으로 해석하는 건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정 총괄사장이 정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대전 신세계백화점(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내) 입점 조건으로 특급 호텔을 함께 지어달라는 대전시의 요청이 있었다. 새롭게 지어질 호텔도 본래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담당하려 했지만 근래 단기간에 많은 수의 호텔을 론칭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이에 정 총괄사장이 정 부회장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노마를 론칭한 것이다. 이를 남매간 경쟁으로 본다면 정 총괄사장 입장에선 억울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선 둘을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 협력하는 관계에 가깝다. 둘은 개인적으로도 사이가 돈독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3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Dinner prepared by my lovely sister(나의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준비한 저녁)’라는 게시글과 함께 식사 중인 모습을 담은 사진 5장을 게시하며 우애를 과시했다. 해당 사진 속 정 부회장의 맞은편엔 정 총괄사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3월에 있었던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2천5백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 ‘빅딜’에서도 정 총괄사장이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유통에서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주식 교환을 계획했는데, 여기에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이 1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투입하면서 판을 더 키웠다.

그럼에도 둘 사이를 경쟁 구도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신세계그룹의 승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 주주에서 내려온 상태지만 여전히 각 회사의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10%는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재 평형을 이루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최대 주주 자리를 넘겨줌으로써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둘의 경영 성과에 따라 승계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암시로, 남매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끔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호텔 경영 측면에선 정 부회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매출은 2019년 2천89억원에서 2020년 1천4백89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7백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 총괄사장이 오노마를 시작으로 호텔 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인다면 상대적으로 경영에 있어 앞선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대전의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뚜렷한 실적이 나온 후에 해도 늦지 않을 이야기”라고 했다.

완전한 협력 관계라고도, 경쟁 관계라고도 볼 수 없는 미묘한 공존. 정 부회장이 올해 야구단 인수, 화성 국제테마파크 건설 부지 매입 등 새로운 유통 모델 확립을 위해 사업 확장을 거듭하고 있기에 이러한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경제대 교수)은 “신세계그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텔 사업이 필요하다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을 인수해 복합쇼핑몰과의 결합을 통해 테마파크화하겠다고 했는데, 테마파크엔 호텔도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그룹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사업이기에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협업 관계를 이뤄야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경쟁도 존재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명희 회장은 단순히 자녀의 경영 성과만을 보기보다는 인품, 연차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승계 구도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성과를 따져 더 뛰어난 사람에게 회사를 맡기는 건 당연하지만 사업의 성패가 개인의 역량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어느 한쪽으로 지분을 몰아주기보다는 적절한 분배를 통해 지속적으로 남매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게끔 하리라 예상한다. 앞으로도 이들 남매는 때로는 경쟁을, 때로는 협업을 반복하는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그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신세계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