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지금 ‘아트테크’를 해야 하는 이유
지난 5월 1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1’이 역대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우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나흘 동안 8만 명이 들러 3백50억원어치의 미술품을 싹쓸이해 갔다. 이는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대 판매액이다.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과 배우 이민호·안소희·임슬옹, 래퍼 사이먼 도미닉 등도 다녀갔다.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세계적 갤러리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의 ‘에스터 시퍼 갤러리’, 영국 런던의 ‘타데우스 로팍’, 미국 LA ‘코먼웰스앤드카운슬’ 등 외국 화랑 18곳과 국내 정상급 화랑 등 총 1백10여 곳이 참가해 2천5백여 점을 판매했다. 판매가가 10억원을 넘어서는 갤러리도 15곳 이상이었다. 올해 처음 참가한 서울옥션 홍콩 갤러리 ‘SA+’는 마르크 샤갈 작품 ‘꽃다발(Le Bouquet)’을 2백만 달러(약 23억원)에 팔아 이번 아트부산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작가 작품도 반응이 좋았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한국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의 회화 ‘Work’(1978)가 7억원에 판매됐고, 신체 드로잉 화가인 이건용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미술계에 부는 흥행 바람이 심상치 않다. 부자들의 고급 취미 또는 상류층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의 문턱이 낮아졌다. 일반 대중까지 이른바 아트테크에 뛰어들고 있는 것. ‘아트테크(Art-tech)’란 미술품과 재테크를 결합한 용어이다. 예술품을 구입해 재판매 시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구입한 그림을 임대함으로써 부가적인 수익을 얻는 등 투자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턱이 낮아지다 보니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쇼핑몰에 입점하는 갤러리도 늘었다. 갤러리K의 이효진 이사는 “1년 전부터 아트테크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부가 화제가 되면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1천만원대 작품 구입이 가장 많은 편이지만 비교적 저가인 3백만~5백만원대 작품에 투자하는 젊은 층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아트테크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시대가 바뀌기도 했지만 역시나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올 초 타계한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시리즈 중 캔버스 규격상 가장 작은 1호 사이즈(22.7×15.8㎝)의 1977년 작품은 최근 K옥션 경매에서 시작가 1천2백만원보다 7배 뛴 약 8천2백만원에 낙찰됐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5천 달러(약 5백만원)에 팔린 중국 작가 웨민쥔의 1995년작 ‘처형’은 2007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5백90만 달러(약 65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주식·부동산과 달리 가격 하락 우려 적어
물론 대박이 나려면 안목이 있고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나 주식에 뛰어드는 게 두려운 사람, 고가의 부동산에 선뜻 투자하기 힘든 소액투자자라면 아트테크를 고려해볼 만하다. 미술품은 주식이나 가상화폐와 달리 가격 하락의 우려가 크지 않고, 부동산처럼 현물로 자산을 소유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요즘은 소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창구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과 예술, 문화에 대한 교육을 균형 있게 받아온 젊은 층도 아트테크에 눈을 돌리는 중이다. 트렌드 바로미터인 금융사와 주식시장에서도 젊어진 아트테크의 유행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6월 10일 MZ세대를 위한 아트페어 ‘더 프리뷰 한남’을 열흘간 개최했고, 국내 유일한 상장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주가도 오름세로 지난 4월 신고가를 찍었다. 유안타증권 안주원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 유입과 온라인화가 진행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미술 시장이 호황기”라며 “특히 원화뿐 아니라 판화, 굿즈, 아트토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영끌’에 지친 부린이와 주식에 흥미 잃은 개미라면 지금이 예술도 감상하고 수익도 얻으며 쉬어갈 타이밍이란 얘기다.
Part 2 성공하는 아트테크 노하우 A to Z
역대 최대 관광객 기록을 세운 ‘아트부산 2021’.
반면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는 있다. 단, 양도가액이 6천만원 미만이거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일 경우 비과세 대상이다. 예를 들어 미술품 가격이 8천만원이라면 2천만원에 대한 20%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지만 활동 중인 국내 작가라면 작품 판매가에 관계없이 비과세가 적용된다. 또 50억원을 초과하는 미술품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낸다. 무엇보다 투자에 실패해도 미술품은 남는다. 마음에 쏙 드는 그림 한 점이 주는 풍요로움은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단점은 미술품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것이다. 환금성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내가 구입한 작품의 작가 인지도가 더 올라가길 기다려야 한다. 만약 신진 작가가 사정상 활동을 중단해버린다면 작품 판매가는 영향을 받는다. 안목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또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미술품도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장르가 있고, 이에 시세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장기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영끌은 무모할 수밖에 없다. 시세차익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즐기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가격 하락을 감당할 수 있다.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Le Bassin Aux Nympheas)’, 1919~20. 故 이건희 회장이 소유했던 작품 중 하나.
김창열, ‘물방울’, 1977. 김창열 화백 타계 후 지난 3월 8천2백만원에 낙찰된 작품.
유영국, ‘Work’, 1964.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 작가의 작품.
이건용,’The Method of Drawing, 2011. 신체 드로잉 기법으로 유명한 이건용 작가의 작품,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고 있어야 그중에 옥석이 탄생한다. 처음엔 안목을 기를 겸 소액투자로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검증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아트페어다. 아시아 대학생 및 청년 작가들의 미술 축제인 ‘아시아프(ASYAAF)’가 가장 유명하다. 10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소품전도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화랑미술제’, 국내 첫 국제아트페어인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아트부산’ 등도 눈여겨봐야 할 미술 시장이다. 규모가 커서 어떻게 살펴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국제갤러리나 가나아트갤러리 같은 유명 갤러리 부스 먼저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은 물에서 자신감을 키웠다면 이제 큰물에 도전할 차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로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프랑스 피악 아트페어,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 영국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등이 있다. 이 중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가 가장 전통이 깊다.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즐겨찾기 해야 할 ‘아트시’와 ‘아트넷’,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 찰스 사치가 설립한 ‘사치아트’ 등 글로벌 온라인 예술품 거래 플랫폼도 다양한 작품을 접하기 좋다.
억대 작품이 1천원부터, 공동구매의 매력
지난해 5월 금융 플랫폼 ‘핀크’는 종합 아트 플랫폼 ‘아트투게더’와 제휴해 세계적인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LOVE’를 공동구매 상품으로 내놓았다. 판매 시작 이후 10분 만에 완판됐는데 총 1백 명의 고객이 평균 2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구매 혹은 분할구매, 조각구매로 불리는 이 아트테크 방법은 분할 소유를 통해 주식이나 펀드처럼 미술품에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플랫폼 업체에서 공동구매로 판매한 작품의 가격이 올랐을 때 소유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내고, 투자자들로부터 작품을 임대해 전시하면서 부가 수익을 얻는다.
공동구매는 적은 돈으로 유명 그림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반대로 권리 소유자가 많으므로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는 건 단점이다. 작품의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투표로 결정한다. 또 소유 중인 작품의 실물을 보고 싶으면 전시 중인 갤러리로 가야 한다. 아트테크 입문서 ‘월 10만원 그림투자 재테크’를 쓴 한혜미 아트딜러는 “공동구매는 플랫폼이 도맡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쉬운 것이 그림 투자”라면서도 “플랫폼 중개수수료와 판매수수료가 발생한다. 투자 금액이 적다면 여러 수수료를 제하고 지급받는 수익금이 소액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동구매에 도전하고 싶다면 ‘테사’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등 관련 업체 홈페이지부터 둘러보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테사는 제프 쿤스, 야요이 쿠사마, 데이비드 호크니 등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의 미술품 위주로 공모해왔다. 공식 공모 기간 외에도 마켓 플레이스를 통한 사용자 간의 분할 소유권 재거래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 하나금융의 통합 앱 ‘하나멤버스’ 내 ‘하나머니’,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SOL)’의 공동구매 서비스 플랫폼 ‘소투’ 등에서도 미술품을 1천원 단위로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
여러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공동구매와 비슷한 아트펀드도 있다. 2006년 국내 첫 아트펀드가 출시된 이후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최근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아트펀드를 다시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현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카이로스인베스트먼트가 5백억원에서 최대 1천억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운용사 통한 위탁 렌털·PPL·재판매
작품을 구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갤러리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는 것이다. 다만 직접 구매했다가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거나 구입한 그림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내고 싶다면 아트테크 전문 미술품 운용사를 활용해보자. 미술품 운용사에서는 아트딜러가 투자자의 보유 자금과 투자 목적, 목표 수익률 등을 분석해 작품 구매를 돕는다. 또 내가 구매한 작품의 위탁 렌털, PPL까지 진행해준다. 미술품 구매 후 재판매를 보장해주는 것도 투자의 안정성이나 환급성 면에서 장점이다.
아트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미술품 운용사나 갤러리를 택할 때는 제휴 작가와 작품 수가 어느 정도 있는지, 실제로 진행해본 고객의 후기는 좋은지, 과도한 투자를 유도하진 않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웅아트갤러리’ ‘갤러리K’ ‘비티아트그룹’ 등이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잘 알려져 있다. 이효진 갤러리K 이사는 위탁 렌털의 장점을 수익성과 안정성으로 꼽았다. 이 이사는 “작품 구입 후 렌털 제도를 통해 연 평균 8% 정도의 임대료를 계속 받을 수 있고, 3년까지는 미술품 운용사가 재매입을 보장해 투자자가 재판매하고 싶다면 구입가에 되팔거나 다른 작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며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와 제휴를 맺고 작가 이력과 해외 활동 이슈 등을 고려해 작품을 추천해주므로 초보라면 전문 아트딜러의 도움을 받아 안정성을 높여보라”고 조언했다.
업체 선정을 마치고 작품을 구매할 경우 반드시 시세를 더블 체크해보고 진품확인서도 살펴봐야 한다. 갤러리와 별도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미술품 감정이력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이력 확인을 통해 작품이 감정을 받았는데도 감정서가 첨부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면 위작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짜릿한 경매, 미술계 동향 파악은 덤
최근에는 ‘서울옥션’과 ‘K옥션’을 비롯해 최근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등이 가세해 크고 작은 온·오프라인 경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매에 참여하려면 경매사 회원 가입부터 해야 한다. 경매사 홈페이지나 경매 도록(유료 회원 한정)을 통해 낙찰받으려는 작품을 확인한 후 응찰한다. 오프라인 경매는 서면과 전화로도 응찰이 가능하다. 서울옥션과 K옥션 낙찰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작품은 유명 작가의 판화·프린트 에디션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현대미술품이다.
단, 예산을 잡을 때 낙찰수수료와 부가가치세(낙찰수수료의 10%)까지 고려해야 한다. 총경매수수료가 작품 낙찰가의 10~20%선이라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낙찰받은 후 구매를 취소하면 위약금이 발생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하고 참여해야 한다.
경매 초보라면 고가 작품 위주인 오프라인 경매보다 온라인 경매로 소액부터 차근차근 접근해보기를 추천한다. 서울옥션의 ‘제로베이스’처럼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매도 있다. 경매 초보에게는 시장 분위기를 익히고 엄선된 작품과 미술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서 발로 뛰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트테크 시장의 암호화폐 NFT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는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활용해 그림이나 영상, 게임, 음악, 예술 등 다양한 디지털 파일과 자산에 ‘꼬리표’를 붙이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암호화폐다. 기존에 디지털 예술품 등은 복사와 유통이 자유롭다 보니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는데, NFT로 꼬리표를 붙이면 작품의 소유자와 거래 이력을 모두 알 수 있어 진품과 복제품을 구별할 수 있다.얼마 전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디지털 그림 10점을 NFT로 만들어 온라인 경매에서 20분 만에 5백80만 달러(약 63억원)를 벌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가상 자산과 달리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소유권이 명확하다. NFT를 활용한 미술품은 원작자나 거래 내역 등 세부 정보를 투명하게 담을 수 있고,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원작자에 로열티 지급도 가능해 인기다.
NFT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술품 경매사들도 뛰어들었다.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예명 비플)의 ‘에브리데이즈(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6천9백30만 달러(약 7백85억원)에 낙찰됐다. 국내 고미술품 경매회사 마이아트옥션은 지난 6월 1일 NFT 투자 플랫폼 ‘TIGERLIST’를 통해 19세기 조선의 궁중 장식화인 ‘십장생도 6폭병풍’의 공모를 진행해 207%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NFT 미술 시장이 저작권 침해, 표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NFT 온라인 경매에서 김환기의 ‘전면점화-무제’와 박수근의 ‘두 아이와 두 엄마’, 이중섭의 ‘황소’ 작품이 저작권 논란 끝에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사진 동아DB 뉴스1 뉴시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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