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송재경 디멘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는 “현재 시장은 과열 이후 자연스러운 조정 국면을 거친 뒤 회복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며 “단기 변동성에 대한 과도한 해석보다는 구조적인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으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와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유진투자증권·KTB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기업 분석과 리서치 조직을 두루 거친 그는 시장과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글로벌 정치·경제 변수에 대한 통찰에 강점을 지닌 그는, 트럼프 리스크 역시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아닌 ‘시장이 학습한 상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는다. 반도체 업황 우려에 대해서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주가 조정의 명분에 가깝다”며 AI 투자 확대에 기반한 중장기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동성 장세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현실적인 투자 전략과 유망 섹터에 대한 인사이트를 송 대표에게 들어봤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올해 1~2월 코스피가 지나치게 과열됐습니다. 작년에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올해 들어서도 가파르게 올랐으니까요. 그런 만큼 3월의 조정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투자자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주식 투자가 제일 쉽다”고 할 만큼 수익을 내다가 갑작스러운 급락장에 충격을 받았을 텐데, 주식 시장은 원래 이런 변동성을 동반하는 곳입니다. 수익을 낸다는 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내한다는 뜻이죠. 이번 장세는 투자자들에게 ‘수익의 대가로 변동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체감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험을 투자 패턴 점검의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 업황, 내년까지 안정적”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트럼프 변수’가 꼽히는데요.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합니다. 시장 역시 그의 행동 패턴을 상당 부분 학습한 상태예요. 실제로 미국-이란 전쟁 상황에서도 S&P500의 낙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사태가 결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이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상당히 약해진 상황입니다. 얼마 전 공화당 텃밭이자 트럼프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패배했는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고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트럼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탄핵 이슈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탄핵이 실제로 성사될지와 별도로 공화당 내부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중간선거까지는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이후에는 트럼프 리스크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약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버틴다는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도체 업황과 주가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결론적으로 낙관적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하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수요가 꺾일 리는 없겠죠. 사실 3월 말 반도체 관련 여러 악재가 동시에 부각되며 불안 심리가 커졌습니다. 첫째, 중국발 D램 현물 가격이 약 30% 하락한 점입니다. 이를 두고 ‘슈퍼사이클 종료’ 우려가 제기됐지만, 스폿(현물)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고정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계약 기간도 기존 분기 단위에서 3~5년으로 확대된 상태입니다. 내년 고정가 역시 올해보다 높은 수준이 예상됩니다. 둘째, 오픈AI 관련 수요 불확실성인데, 이 문제는 2030년 이후를 가정한 중장기 시나리오에 가깝기 때문에 당분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셋째, ‘터보퀀트’ 등 기술 변화로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효율 개선 측면에서 오히려 전체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중동 정세로 인한 헬륨 공급 차질 우려입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이미 재고 확보와 재활용 기술 도입으로 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최근에 부각됐던 악재들은 ‘주가 하락의 명분’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며,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반도체 업황은 내년까지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고, 주가 역시 중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합니다.
3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30조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금 확보’, 즉 수익 실현이죠. 투자자들은 시장이 부담스러워지면 그동안 많이 오른 자산부터 먼저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관련 업종에 대한 여러 ‘매도 명분’이 함께 부각되며 자금 이탈이 나타난 측면이 있습니다. 매도 규모가 크긴 하지만, 시장 전체 규모가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비중 측면에서는 별로 높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물량을 받아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확대되는 계기로 볼 수 있거든요. 시장은 결국 매도와 매수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누군가 팔았기 때문에 누군가 샀고, 향후에는 다시 매수 주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현재 국내는 대기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재진입 시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저평가 종목들이 많은데, 이와 관련해 해외 자금이 ‘행동주의 투자’ 방식으로 저평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겁니다.
“커버드콜은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
행동주의 펀드라면, 지주사에 주목하는 게 좋을까요.최근 제도 변화와 맞물리면서 지주사나 저평가 가치주가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의무 소각해야 하고, 또 이른바 ‘PBR 정상화’를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BR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은 기업은 상속 과정에서 불리한 세제 적용을 받을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생깁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PBR이 0.2~0.5배 수준에 머무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기업들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저평가된 기업, 다른 하나는 실제로 사업 경쟁력이 약해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기업입니다.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면서도 저평가된 기업이라면, 향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재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많은 분배금을 주는 커버드콜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커버드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커버드콜은 기본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해당 주식을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매도해 ‘프리미엄’을 받는 전략입니다. 이 때문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수익이 제한되고, 반대로 하락 시에는 초반에는 프리미엄 덕분에 방어가 되지만 하락 폭이 커지면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입니다. 이 전략은 ‘박스권’, 즉 횡보장에서는 유리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크게 상승하거나 급락하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일부 상품이 높은 분배금을 강조하며 마치 고금리 상품처럼 홍보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은퇴 자금처럼 안정성이 중요한 자산을 투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커버드콜보다 배당 중심 전략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배당주가 오히려 변동성 방어 측면에서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사모펀드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리스크가 있는 건 분명하고, 관련 자산에 투자한 경우 손실 가능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또한 그동안 비교적 느슨하게 유지되던 신용 환경이 일부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이번 사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당시 위기의 핵심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였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들에게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이 과도하게 팽창했습니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 잘 나오는데요.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을 여러 개 묶어 고등급 상품처럼 포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까지 만들어지면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실제로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는 약 3000억~1조 달러(약 440조~1470조 원) 수준이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은 약 62조 달러(약 9경1800조 원)까지 확대됐습니다. 당시 미국 GDP의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였죠. 이런 구조적 과잉이 붕괴하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린 것입니다. 반면 현재 문제가 되는 사모펀드 및 신용 시장 규모는 약 1조7000억 달러(약 2500조 원) 수준으로, 미국 명목 GDP 대비 약 5%에 불과합니다.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입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언제, 어떤 섹터에 들어가는 게 좋을까요.
코스피200과 같은 시장 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의 50~70%를 구성하고, 점진적으로 개별 종목이나 업종별 ETF를 추가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종목 선택이 어렵다면 테마형 ETF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반도체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사업군 ETF 분산 투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섹터는 첫째, 반도체입니다. AI 산업 성장과 맞물려 구조적인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여전히 핵심 투자처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정책 변수와 무관하게 중장기 성장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셋째, 방위산업입니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국방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납기, 가격 경쟁력,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수출 확대가 기대됩니다. 실제로 유럽 등에서 한국산 무기 도입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투자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더 싸지면 사겠다”고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투자자들이 많거든요. 제가 추천하는 건 일정 금액을 정해 꾸준히 투자하는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 전략입니다. 매수할 때 주식 수량 기준이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때 더 많은 수량을 자동으로 매수할 수 있어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정 금액 꾸준히 투자하는 전략 추천”
익절과 손절의 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익절·손절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현금 비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공격적인 투자 시에는 약 10%, 상황에 따라서는 30~40%까지 현금을 보유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조정장에서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10% 하락 후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하락 구간에서 추가 매수해야 반등 시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또 많은 투자자가 익절과 손절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목표주가를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목표 기준이 없다면 익절·손절 원칙 자체도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별 종목 타이밍에 집착하기보다 지수 중심 투자와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로 대응하는 게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투자 심리입니다. 주변에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따라 들어가고 싶거든요. 그러다가 레버리지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정장에서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면 레버리지 투자는 피하시길 권합니다.
오랜 기간 시장을 경험하면서 얻은 투자의 원칙이 있다면요.
첫 번째 ‘초심자의 행운’을 경계해야 합니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보듯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어요. 투자자들은 보통 시장이 활황일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고점에 가까울수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저점일 때는 불안감 때문에 투자 비중을 줄이게 됩니다. 결국 많은 투자자가 고점에서 비중을 늘리고, 조정장에서 손실을 겪는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입니다. 어떤 투자자들은 목표 수익이나 은퇴 계획에 맞춰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 가정하고 투자하는데, 이런 접근은 대부분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특히 한쪽으로 강하게 확신을 갖고 시장을 해석하는 의견은 주의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보유한 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런 의견이야말로 리스크를 점검하고 큰 손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더 많이 찾아보고,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시길 바랍니다.
#송재경 #반도체전망 #트럼프주식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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