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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5시간, 에르메스 5시간 30분… 오픈런, 퇴근런 해도 입장조차 힘든 명품 매장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4.08 10:59:56

샤넬 5시간, 에르메스 5시간 30분. 금요일 낮 명품 매장 입장을 위해 기다린 시간이다. 오픈런은 물론 퇴근런까지 해도 구입은커녕 매장 입장조차 어렵다는 초고가 명품 시장의 분위기를 취재했다.
“오늘은 입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4월 초, 직장인 A씨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샤넬 매장에서 대기 번호를 발급하는 직원에게 “대략 몇 시간 정도 걸리냐”고 물었다가 실망하고 돌아섰다. 연초부터 큰 맘 먹고 구입하려고 벼르던 8백만원 대 클래식 플랩백을 사기 위해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3시쯤 매장을 방문한 터였다. 그녀는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 가격인상을 했고, 오는 4월 중순 또 가격을 올릴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 평일 오픈런은 어려운 상황이라 짬을 내 퇴근 시간 전에 방문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지난해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을 예고하자 새벽부터 대기하는 ‘오픈런’ 현상이 빚어져 화제가 됐다. 당시 샤넬은 스테디셀러 라인인 클래식 핸드백 가격을 일제히 2.1%씩 인상했고 이에 따라 라지 사이즈는 9백93만원에서 1천14만원으로 1천만원을 넘어섰다. 인기 모델인 보이샤넬 플랩백 미디엄은 6백71만원, 스몰은 6백14만원으로 인상됐다. 에르메스 역시 지난 1월 초 인기 핸드백과 스카프 등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이 높아질수록 명품 매장의 입장 대기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4월 초 확인 차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샤넬과 에르메스 매장을 찾았다. 금요일 낮 12시쯤 이미 샤넬 매장 앞에 대여섯 팀이 줄 서 있었고, 10여분 대기한 끝에 전화번호 입력 후 2백50번대 번호를 받았다. 직원에게 예상 대기시간을 묻자 “알 수 없다. 입장 문자를 받고 10분 내로 오지 않으면 번호가 소멸돼 다시 대기해야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르메스는 기다리지 않고 대기를 걸 수 있었는데 다행히 1백50번대였다. 직원은 “3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며 “백화점을 최대한 천천히 돌아보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몇 번까지 점심시간 전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묻자 “오전 10시 30분 오픈하고 3번까지는 바로 입장, 10번까지는 1시간 내로 입장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샤넬은 5시간, 에르메스는 5시간 30분 뒤에 입장 가능 알림이 왔다. 

주말에는 통상 대기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평일 퇴근 후 매장을 찾는 ‘퇴근런’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퇴근 시간 대에는 비교적 쉽게 입장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한 명품 정보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지금 퇴근런을 하면 백화점 마감 시간 전 입장이 가능한가’를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게시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점심에 매장을 방문해 대기해놓고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해 다시 매장을 찾는 이들도 생겨났다.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매장을 두 번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백화점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 이렇게 한 끝에 원하던 클러치를 살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올 2월 백화점 명품 매출, 지난해 대비 45.7% 증가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여행 등 레저 및 취미 생활이 어려워지자 ‘보복소비’ 열풍이 거세졌으며, 특히 명품에 소비가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9%, 2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7% 증가했다. 또 지난 4월 2~4일 서울 사내 주요 백화점의 첫 세일 기간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현대백화점 121.5%, 신세계백화점 62.5%, 롯데백화점 74% 성장률을 기록했다. 

돈을 싸들고 가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다른 구매 루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국내 홈페이지에는 인기 핸드백을 찾기 어려운 대신 독일과 프랑스 홈페이지에는 간간이 인기 품목이 떠 직구를 하는 이도 있다. 약 20%인 관부가세를 추가로 지불해야해 매장 가격보다 다소 비싸고, 배송대행 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불안함이 있지만 ‘매장에서 대기할 필요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홈페이지 구매가 불가능한 샤넬의 경우 해외구매를 대신해주는 셀러를 통해 사기도 한다. 그런데 구하기 어려운 핸드백에는 여지없이 프리미엄이 붙어 한국 매장가보다 많게는 수십만원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프리미엄을 주고 셀러를 통해 코코핸들 백을 구입한 직장인 C씨는 “오픈런, 퇴근런을 해서 매장에 들어가도 원하는 가방을 사기 어렵다. 오죽하면 ‘샤넬은 가방의 선택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말이 생겼겠나. 프리미엄은 대기하는 수고를 더는 값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샤넬 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처



여성동아 2021년 4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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