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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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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청춘 진중한 막내 성장하는 아이돌 BIA4 공찬

글 김지은

2020. 12. 30

보이 그룹 B1A4의 막내 공찬이 청춘 코믹 액션 ‘미스터 보스’를 통해 영화배우로 어엿한 신고식을 치렀다. 무대를 넘어 스크린까지 장악한 공찬이 털어놓는 속 깊은 이야기.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요? 사실 아직 연기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뭐가 다르다’ 이렇게 딱 꼬집어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지금은 그냥 배워가는 중이니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래도 욕심나는 건, 팬들이나 시청자들이 저를 볼 때마다 ‘공찬이 지난번보다 나아졌네. 더 괜찮아졌네’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정말 잘한다’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무척 좋겠지만 그건 큰 욕심이고요.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죠.” 

B1A4의 막내이자 서브 보컬 공찬(28)이 ‘미스터 보스’(2020년 12월 30일 개봉)에서 소심한 의리남 현준 역을 맡아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와의 인터뷰는 꽤나 느리게 진행됐다. 가끔씩, 정말 아이처럼 크게 소리 내어 웃는 천진함마저 없었다면 미소년처럼 해맑은 겉모습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속을 지녔다고 오해할 뻔했다. 공찬에게는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가벼이 입을 여는 법이 없는 진중함이 소복하게 배어 있었다. 


2011년 앨범 ‘Let’s Fly’로 데뷔한 B1A4(Be the one, All for one, 5명이 하나가 되어 최고가 되자)는 뛰어난 가창력과 작사·작곡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는 아티스트 그룹으로도 인정받아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잘자요 굿나잇’ ‘Lonely’ 등의 히트 곡을 내며 공찬, 신우, 산들, 진영, 바로 등 다섯 멤버 모두 고루 사랑받았다. 2018년 6월 30일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만료 후 신우·산들·공찬은 소속사와 재계약했으나, 진영과 바로는 다른 회사와 계약했다. 

멤버들 중 최연소이자 서브 보컬인 공찬은 팀 안에서 ‘균형 잡힌’ 막내로 통한다. 함께 어울리거나 장난을 칠 때면 세월이 무색할 만큼 개구진 모습이지만, 의외로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산들과 신우를 따라다니며 챙기는 모습에선 어른스러운 장남 티가 팍팍 난다는 후문이다.

‘찐 우정’으로 똘똘 뭉친 촬영 현장

영화 ‘미스터 보스’

영화 ‘미스터 보스’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공찬은 출연진 중 막내 서열 3위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진원 역으로 출연한 프로듀스 101 출신의 홍은기와 종욱 역의 안종욱을 제외하고는 또래 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공찬보다 나이가 많았다. 



“영화 출연은 처음인 데다 주연까지 맡아 엄청 떨리고 막막했어요. 그런데 워낙 형, 누나들이 잘 챙겨줘서 큰 어려움 없이 적응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광상고로 전학 온 현준(공찬)이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의리 넘치는 진원(홍은기)과 똘끼 가득한 병연(최동구), 속 깊은 학교 짱 영수(이승현) 등 세 명의 친구를 만나면서 우정을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코믹 발랄하게 그려낸다. 2009년 배우 정우와 황정음, 손호준 등이 출연해 호평을 받았던 청춘 영화 ‘바람’의 제작진이 10년 만에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그간의 필모그래피만 따지면 공찬을 신인 연기자라 부르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다. 2015년 네이버 TV 웹드라마 ‘맛있는 연애’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여행에서 로맨스를 만날 확률 시즌1.5’ ‘나의 이름에게’ 등 다수의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MBC every1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 출연해 연기 호평을 받았다. 

스크린 데뷔작을 주연으로 시작하는 건 좋은 기회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100분가량 되는 긴 시간을 끌고 가야 하는 주인공의 무게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많은 공찬에게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해본 역할보다는 안 해본 역할, 도전해보지 못한 분야가 훨씬 더 많았던 그에게 데뷔작 주연은 어쩌면 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자리기도 했다. 먼저 손을 내민 건 그런 공찬의 속내를 간파한 성격 좋은 동료 연기자들이었다. 

“사실 처음엔 낯가림 심한 성격 탓에 먼저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형과 누나들이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내내 붙어 지냈지요. 학창 시절 친구들이랑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있었던 것처럼요. 저희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쿵짝이 잘 맞는 사이가 됐더라고요. 덕분에 촬영을 시작할 무렵엔 이미 많이 친해져 호흡도 잘 맞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아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난생처음 도전하는 눈물 연기에 난감해하고 있을 때는 잠깐의 단역으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배우들까지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줬다.

운동 좋아하는 태권도 3단 집돌이

“촬영 현장이 워낙 사람도 많고 어수선하다 보니 슬픈 감정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엄청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눈물 연기를 하려니 생각대로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났지요. 그때 형사 역할로 출연한 선배님께서 저를 앞에 두고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감정을 살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일이라 생각하고 너였으면 어떤 감정이었을지, 어떻게 행동했을지 천천히 마음을 집중해봐’라고 조언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몰입이 됐어요. 너무 감사했죠.” 

공찬이 공들인 또 한 가지는 난생처음 도전하는 액션 신이었다. 처음에는 주먹을 내미는 것조차 어설펐던 영화 속 소심한 현준이 좌충우돌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맞붙게 되는 장면은, 액션 신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했던 그가 자연스레 액션 신에 적응해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촬영 준비를 하면서 한 달 반 정도 액션스쿨을 다녔어요. 운동을 좋아하긴 해도 평소엔 거의 집돌이로 지냈던 터라 걱정이 많았거든요. 예상대로 첫날에는 관장님께서 제 몸동작을 보시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고요. 많이 어설퍼 보였던 거겠죠. 그러다 발 차기를 시켜보시고는 그나마 괜찮았는지 ‘액션 신을 전부 발차기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하셨어요. 원래는 액션 신도 상반신 위주 촬영이 많았던 터라 많이 난감했었죠.” 

사실 그는 운동 마니아에 학창 시절 태권도 3단까지 땄을 정도로 격투기 실력도 뛰어나다. 액션스쿨 첫날 테스트에서는 처음 하는 액션 신에, 오랜 세월 격투기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져 몸이 영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촬영 내내 자칫 자신의 실수로 다른 출연진과 스태프에게까지 폐를 끼치진 않을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말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나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건지 조금씩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어느새 자연스럽게 주먹이 뻗어나가고 몸이 민첩하게 반응하니까 자신감도 생겼고요. 다행히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아서, 다친 사람 한 명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현실 같았던 영화, 영화 같았던 학창 시절

공찬에게 ‘미스터 보스’는 영화 데뷔작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 외에도 학창시절의 수만 가지 추억을 한꺼번에 소환해내는 타임캡슐 같은 작품이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인연이 되어 연예계 캐스팅 제의를 받고 서울로 상경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만큼 친구들과 얽힌 이야기도 무수하다. 

“처음 ‘청춘 코믹 액션’이란 장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게 뭐지?’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영화 속 친구들의 우정은 실제 제 친구들과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요. 제 원래 성격도 영화 속 현준이처럼 소심한 면이 있고요. 실제로 학기 초에 낯을 많이 가려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았는데, 영화에서 현준에게 다가와준 영수처럼 먼저 말을 걸어준 친구가 있어 힘이 됐어요. 처음 영수와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그 친구가 유독 많이 생각났었죠. 그래서 촬영 때문에 순천에 내려갔을 때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어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번에 내려가 보니 결과가 좋아 이직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군요.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어찌나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하던지, 친구의 용기와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연예인이 되고 나면 어쩔 수 없는 일상의 괴리 때문에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찬에게 학창 시절의 친구들은 그저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 있는 과거형이 아니다. 친구들은 그가 살아보지 못한 숱한 인생을 대신 체험하고 일깨워주는 스승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친구들에게 제가 살아가는 세계가 낯설고 신기한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어요. 저는 친구들처럼 일반인으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경험치가 많이 부족하잖아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많은 것을 배워요. 서로 ‘너는 뭐가 힘드냐. 뭐가 재밌냐’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 재밌어요. 그런 간접 체험들이 연기할 때도 큰 도움이 되고요.”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난 우정과 감동, 웃음과 설렘은 바쁜 일정에 쫓기느라 한참을 잊어버리고 지냈던 학창 시절의 감정들을 진득하게 녹여내주었다. 

“가장 가슴 뭉클했던 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친구들이 다 같이 웃으면서 함께 걸어가는 모습인데, 그땐 정말 고향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연예계 데뷔를 위해 서울로 전학 가기로 결정했을 때, 친구들 열댓 명과 사진관에 모여 기념 촬영을 했었어요.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예요. 내게 이런 멋진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었죠.” 

고마운 이들은 또 있다.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그룹 B1A4의 멤버 산들과 신우는 공찬에게 친형제와 다름없는 무게를 지닌 사람들이 되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일종의 관용어처럼 느닷없이 소환되곤 했던 팬클럽 ‘바나(BANA)’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영화처럼, B1A4라서 행복해

“어느 날 촬영하고 있는데 서포트 차(간식 차량)가 왔다더라고요. 바나에서 보내주었나 생각하면서 신이 나 내려갔는데 신우 형이랑 산들 형이 직접 준비를 해주신 거더라고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평소에도 바나들 덕분에 어깨가 으쓱할 때가 많았는데 그날은 정말 최고였죠.” 

2020년 10월 B1A4는 네 번째 정규 앨범 ‘영화처럼’을 발표했다. 타이틀 곡 ‘영화처럼’은 신우가 군 복무 중 B1A4 완전체를 기다리는 팬들을 떠올리며 쓴 곡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마침 우연인 듯 공찬의 첫 번째 영화가 개봉하는 겹경사를 맞았으니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020년의 기억들이 이들의 활동 재개와 함께 행운으로 변모하는 순간인가 싶기도 하다. 10여 년 전 멤버들과 처음 무대에 선 순간이 꿈의 완성이 아닌, 새로운 꿈의 시작이었음을 공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형들이랑 하는 건 뭐든 다 좋아요. 무엇을 하든 호흡이 잘 맞고, 셋이서는 콩 하나만 던져줘도 잘 놀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연기나 예능을 혼자서 하면 엄청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형들이 나를 이만큼 생각해주고 챙겨주는데, 실수하거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저도 사랑받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챙겨주고 보답하고 싶어요.” 

공찬은 요즘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팬클럽 바나와 소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의 삶이 그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쩌면 10대 시절의 어린 공찬에게 팬들은 낯선 타지 생활을 견디게 해준 가장 원초적인 힘이자, 그립고 아쉬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대신해온 수호신 같은 존재일 것이다. 가수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홀로서기,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이유를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날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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