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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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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행복 발전소 김소영

EDITOR_FASHION 정세영 기자 EDITOR_FEATURE 정혜연 기자

2020. 12. 24

프리랜스 아나운서, 사업가, 유튜버, 아내이자 엄마. 방송국을 나온 뒤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김소영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너 터틀넥 갸즈드랑. 블라우스 르미아. 
레더 팬츠 리얼민아더미. 이어링 스튜디오레브.

이너 터틀넥 갸즈드랑. 블라우스 르미아. 레더 팬츠 리얼민아더미. 이어링 스튜디오레브.

 점프수트 갸즈드랑. 실크 스카프 블라우스 포츠1961. 스웨터 분더캄머. 이어링 주얼카운티. 앵클부츠 르미아.

점프수트 갸즈드랑. 실크 스카프 블라우스 포츠1961. 스웨터 분더캄머. 이어링 주얼카운티. 앵클부츠 르미아.

처음엔 단아하고 차분한, 전형적인 아나운서라고만 생각했다. 2013년 MBC ‘뉴스데스크’의 주말 앵커에서 평일 앵커로 자리를 옮겨 3년간 진행을 맡았을 땐 중저음이 돋보이는 진중한 매력의 아나운서로 달리 보였다. 한창 활동을 이어갈 입사 5년 차에 돌연 사표를 냈을 땐 여느 아나운서들처럼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방송국을 넘나들며 일할 거라 예상했지만 김소영(34) 아나운서의 선택은 사뭇 달랐다. 

책이 좋아서, 책이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특별한 서점 ‘당인리 책발전소’를 열었다. 지금은 ‘책발전소 광교’ ‘책발전소 위례’까지 세 곳의 지점을 운영하는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그사이 같은 방송국 선배였던 오상진 아나운서와 2년 연애 후 2017년 결혼했고, 2년 뒤 딸을 낳았다.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오픈한 유튜브 채널 ‘김소영의 띵그리TV’도 1월이면 2년 차를 맞는다. 

그렇게 지난 8년이란 시간 동안 김 아나운서의 삶은 꽤 달라졌다. 아내이자 엄마이기 이전에 청년 창업가로 사업을 일궈나가며 방송인으로서의 역할도 소화해내고 있는 김소영 아나운서.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열정적인 워킹 우먼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니트 톱 가브리엘리. 스커트, 벨트 모두 퍼블리카. 이어링 스튜디오레브. 부츠 포츠1961.

니트 톱 가브리엘리. 스커트, 벨트 모두 퍼블리카. 이어링 스튜디오레브. 부츠 포츠1961.

표지 모델 촬영은 처음인 걸로 알고 있어요. 오늘 촬영 어땠나요. 

책을 파는 사람이다 보니 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웃음). 표지 모델을 하기로 결정한 뒤 설레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긴장했죠. 화보 촬영은 몇 차례 해봤는데 늘 아나운서라는 틀 안에서 단아한 이미지로 일관했어요. 오늘은 여태껏 해본 적 없는 콘셉트로 촬영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제겐 도전이었어요. 



현재 프리랜스 방송인, 책발전소 CEO, 유튜버, 아내,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데 비율로 보자면 어디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은 어쨌든 CEO로 보내는 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요. 물론 다른 역할도 소중하지만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로 ‘책발전소’가 4년 차 브랜드가 됐어요. 전력 질주해야 하는 시기라고 보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운영에 투자하고 있어요. 사업하면서 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조직의 의사 결정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죠. 방송 일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더욱 소중하단 걸 깨달아 힘을 내서 하게 됐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겪어보지 못한 제 모습을 발견하게 돼 참 신기해요. 원래 전 혼자 열심히 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이 키우는 일은 나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남편과 호흡을 맞춰야 하고, 같이 가야 하는 일이라 매일이 새로워요. 

대학 졸업 이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2012년 MBC 아나운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 어요. 당시에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나요. 

스물다섯 살이었는데, 당시엔 얼떨떨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척 감사한 일이었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밀물처럼 기회나 운이 따를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런 운이 있었던 듯해요. 신나게 즐기기보다는 나이가 어린데 여러 기회가 주어지니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주변에 폐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아슬아슬하게 보냈죠. 돌이켜보면 당시 ‘내게 주어진 기회가 정말 컸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아요. 

2013년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죠.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일이었을 텐데요. 

젖살도 안 빠졌던 시기라 어린 티가 많이 났어요. 그게 신경 쓰여서 무척이나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고요. 당시에는 어깨에 큰 짐이 올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어요. 오히려 지금 30대가 되고, 아이도 낳으니 장난꾸러기처럼 용기 있게 사는 사람이 됐어요. 요즘 들어 ‘그때 조금 더 밝게, 패기 있게 지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원피스, 와이드 팬츠 모두 퍼블리카. 
레더 스카프 르미아. 펌프스 미슈.

원피스, 와이드 팬츠 모두 퍼블리카. 레더 스카프 르미아. 펌프스 미슈.

퇴사 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나요. 

입사 5년 차에 퇴사를 했어요.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 등에서 한창 활약할 시기인데 어린 나이에 다 내려놓는 듯 보였는지 선배들이 많이 말렸어요. 그땐 참 용감했죠. 하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워요. 어떤 성과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방향대로 이끌어가고 있으니까요. 하루하루를 1초도 남김없이 꽉 채워 보내려고 해요. 

오상진 아나운서와의 결혼 생활은 어떤지 궁금해요. 

연애를 2년 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후 남편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정말 가정에 헌신적이고, 또 저를 인생의 동료로 받아주는 느낌이에요. 아이가 태어나서도 헌신적으로 보살펴줘 계속해서 새로운 고마움을 안겨요. 

요즘 사업 영역을 넓혔어요. 북클럽을 론칭했고, 온라인 커머스 운영과 비대면 강연 개최 등 다각화 중인데 김소영 아나운서에게 사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발전소는 ‘서점을 가까이’라는 모토로 만들었어요. 변해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최소한의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출발했죠.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앞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북 토크를 비대면 강연으로 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지내는 독자를 위해 책발전소 북클럽도 시작했죠. 다행히 반응이 좋아 이 시대에 필요했던 서비스구나 하는 걸 느껴요. 온라인 커머스 사업도 큐레이션 집단이 일상에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부지런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집에선 남편보다 더 늦게 일어나요(웃음). 잠이 많은 편인데 주변에서 열심히 한다고 봐주시는 이유는 일하고 싶을 때 집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너 톱, 와이드팬츠 모두 웃시옹. 재킷 옥토버31. 네클리스 주얼카운티.

이너 톱, 와이드팬츠 모두 웃시옹. 재킷 옥토버31. 네클리스 주얼카운티.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도 클 듯해요.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고, 뭔가를 뺏기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특히 사업이 한창일 때 에너지를 나눠줘야 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우려했죠.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제가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전보다 남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어요. 

최근 유튜브에서 팔로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송을 시작했더라고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어요. 뭔가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닌데 괜한 말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냥 재미있게 하자 싶어 웃기게 ‘누가 고민 소리를 내었어?’라고 제목을 달고 시작했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저 역시 솔직하게 친구에게 얘기하듯 “나의 경우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해요. 고민 상담을 통해 새롭게 저를 알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전엔 약간 얄미운 캐릭터였다면 지금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요(웃음). 가끔 아프면 못 할 때도 있고, 애기가 안 자면 못 하기도 해요. 그래도 구독자분들은 “얇고 길게 해달라”고 말해요. 일주일 중에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에요. 

결혼 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김소영 아나운서는 롤 모델인데요.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안온한 회사를 나와보니까 예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저와 비슷한 상황의 여성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서로가 상황은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서로 엄마이자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많아요. 저 역시 그런 정도의 위안을 주고 또 받고 싶어요.

사진 김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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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이재황(에이바이봄) 메이크업 박장연(에이바이봄) 스타일리스트 이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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