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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몇 대 몇의 남자 한문철 변호사

글 두경아

입력 2020.07.07 10:30:01

‘한문철 변호사에게 물어보세요!’ 교통사고와 관련된 온라인 게시글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어느새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포청천’이 된 변호사 한문철을 만났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문철(59) 변호사 사무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 한창이었다. 한 변호사는 “오늘 안에 4개 케이스를 올려야 한다”면서, 이미 골라놓은 블랙박스 영상 3~4개를 차례로 클릭했다. 하나당 대개 20분 내외. 진행 방식은 이렇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두세 번 재생하고 영상에 대해 설명을 곁들인 뒤, 누가 더 잘못했는지 즉석에서 투표에 붙인다. 투표가 끝나면 결과를 발표하고, 한 변호사가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더해 어떤 차량의 잘못인지 가린다. 그 유명한 유튜브 ‘한문철 TV’ 속 코너 ‘몇 대 몇’의 촬영 현장이다. 

그의 채널은 명쾌하고도 유쾌하다. 속 시원한 해설은 기본, 노래를 부르거나 때로는 옆에 놓인 앵무새 인형을 이용해 같은 말을 몇 차례 반복하는 등 방송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퀴즈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또 교통안전 상식을 알려주는 교육 방송 같기도 하다. 사실 그의 인기는 ‘예능’과 ‘교육’ 2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 방송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교통사고와 운전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는데, 그의 시원시원하고 재밌는 해설은 방송에 빨려들게 만든다. 그의 채널에 하루 서너 케이스가 올라오며 한 번 실시간 방송에 몇 백 명에서 몇 천 명까지 접속하는 이유다. 

2019년 기준,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는 3천2백64만9천여 명. 대다수의 성인이 운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운전을 하지 않으면 상관없을까.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되니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1~20세까지 사망 원인 1위가 보행자로 교통사고(운수 사고)고, 20대 이상부터는 점점 순위가 낮아지나 전 연령대에서 5위 안에 꼽힌다. 이런 이유로 그는 “내 영상이 유치원이나 학교 등 기관에서 교육 자료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국내 최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불리며, 교통사고 후 억울한 판결이 날 때마다 피해자들의 희망이 돼주고 있다. SBS ‘맨인 블랙박스’와 SBS CN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몇 대 몇’ 등 방송에 출연했고, 논란이 되는 교통사고에 의견을 제시해 화제에 오르기도 헀다. 지난 3월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손해보험사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구상금 변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소개해 이슈화했다. 이 사건은 결국 손해보험사가 소송을 취하하고 사과하며 마무리됐다. 

지난 5월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해 여론과 상반된 견해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경주 스쿨존 사고는 한 SUV 차량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린이를 뒤에서 들이받은 사건인데, 피해자의 가족 측은 고의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한 변호사는 관련 CCTV를 본 뒤 “이번 사고는 운전자가 마음이 급해서 일어난 것 같다. 내가 봤을 때 (바퀴가) 확 돌았는데, 저 정도 섰으면 브레이크 밟은 거다. 안 밟았으면 더 갔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그에게 우선 경주 스쿨존 사고부터 물었다.




SUV가 자건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아 논란이 된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해 한 변호사는 “고의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다.

SUV가 자건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아 논란이 된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해 한 변호사는 “고의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다.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고의로 자전거를 들이받은 것 같지 않다”고 견해를 밝혀 논란이 됐어요.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그래요. 모든 사람들이 다 고의라고 해도 저는 제 생각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사고는 유독 사법부 판결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1만 건의 교통사고가 있다면, 재판부 판결을 받는 사건은 채 10건이 안 될 겁니다. 대부분 단순 판결이고, 제대로 된 판결은 항소심까지 가야 해요. 1심 판결 가운데는 진짜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이럴 때는 둘 중 하나예요. 판사들이 기록을 제대로 안 봤거나, 보험사에서 열심히 안 싸웠거나. 그렇지 않고는 그런 판결이 나올 수 없는 사건이 많아요. 여기서(한문철 TV 투표) 98%가 아니라고 한다면, 항소심까지 가야 해요. 

국민 정서와 현행 법에 차이가 있는 걸까요. 

블랙박스가 등장한 시점 이후로 과실 유무와 비율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는데, 법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죠. 

특히 바꾸고 싶은 법이 있나요. 

저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예요. 입법이나 교통정책에는 관심이 없어요. 다만 사고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걸어가다가 누군가를 쳐도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는데, 하물며 무겁고 빠르고 위험한 차로 사람을 다치게 해도 미안하다는 말없이 보험회사 부르고 끝내죠.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처벌을 안 한다니 말이 되나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안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그것만큼 나쁜 전방 주시 태만, 졸음운전 같은 잘못을 처벌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다른 나라에 비해 운전면허 취득이 쉽고, 교육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 아닐까요. 

중요한 건 마음 자세라고 생각해요. 운전은 앞을 잘 보고, 위험한 상황이면 속도 줄이고, 너무 빨리 가지 않고, 앞뒤 차량 거리 지키고, 신호 준수하고, 차선 바꿀 때 깜빡이 미리 켜고 뒤차 살피고,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 서행하고,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면 돼요. 면허 취득 과정을 복잡하고 길게 해도,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죠. 

유튜브 ‘한문철 TV’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어요. 비결이 뭔가요.

직원 중에 한 명이 “대표님께서 20년 동안 방송을 열심히 하셨던 덕분에 유튜브에 최적화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고, 보기만 하면 그걸 바로 해결할 수 있어요. 또 계속 좋은 영상이 올라오고 방송 경험이 많으니 유튜브를 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뉴스도 진행했고, 개인 코너도 있었고, 생방송도 해봤으니 그런 경험이 쌓여 1인 방송에 최적화 된 거죠. 제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가 논리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하게말한다고 하세요. 방송을 보면서 위로가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유튜브에 1년에 4천 편씩 총 3만 편을 올릴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인기 크리에이터가 목표인가요.

현재 채널 구독자가 62만 명인데, 10년 이내 3백만 구독자를 목표하고 있어요. 로그인을 안 하고 보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청자는 구독자의 2.5배라고 봐요. (구독자들이 매일 방송을 본다고 했을 때) 하루 1천만 명이 보는 거죠. 저는 모든 국민이, 운전자나 보행자로서 ‘한문철 TV’를 통해 건강과 안전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훗날 영향력을 가진 유튜버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이건 단순 흥미가 아닌,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니까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문철 TV’로 하루 몇 건의 교통사고 제보가 들어오나요.

하루 50~60건 정도의 블랙박스가 올라와요. 담당 PD가 20개 정도 뽑아서 올리면 제가 방송에 나갈 것, 부족한 것을 가려내요. PD가 뽑지 않고 버리려는 걸 제가 뽑는 경우도 있어요. 제보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요.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실시간 투표나 방송 중 올라오는 댓글 등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나요.

댓글은 안 보고, 실시간 채팅창은 중간 중간 봐요. 제가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가끔 시청자들이 제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요. 대형차나 중장비 차량과 같이 경험해보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요.

20여 년간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맡아온 한문철 변호사.

20여 년간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맡아온 한문철 변호사.

방송을 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제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됐을 때요. 방송 보시는 분들이 운전 스킬은 좋겠지만, 법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하는 ‘몇 대 몇’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또 제 설명을 듣고 “이런 순간 변호사님의 조언 덕분에 사고가 안 났습니다”라는 의견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 있죠. 저는 방송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다가 교통사고 전문으로 바꾼 이유가 궁금해요. 

형사사건을 2년 정도 해보니까 구치소 접견 다니는 게 싫더라고요. 억울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 빨리 풀어주세요” 하는 케이스니까요. 실질적으로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잘못했지만, 형량을 줄여달라는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더군요. 매일 만나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혐의를 받고 있으니까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돈은 쉽게 들어오는데 쉽게 쓰고 회의가 느껴지더군요.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전국버스공제조합에 간부로 계신 분이 “우리 것도 좀 도와줘”라고 해서 한 건, 두 건 하다가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때만 해도 교통사고는 브로커를 통해 해결하던 시절이었죠. 

처음 교통사고 사건을 맡았을 땐 모형 인형으로 사고 상황을 재연하며 연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무실에 대학 병원 출신 간호사가 8명이 있었어요. 대학 병원 간호사들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했어요. “여기 다친 거지? 그러면 어디가 아프겠지?” 하는 식으로 인체 골격을 갖다 놓고 분석했죠. 그걸 알아야 진단서를 읽을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대학 병원 의사보다 교통사고 후유장애를 더 잘 알게 됐어요. 쌓아둔 데이터가 많으니까요. 

변호사님은 운전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건가요. 

사고 영상을 보고 나면 그때뿐이지 아무것도 머릿속에 남지 않아요. 다만 여러 사례를 다루다 보니, 무서워서 운전하지 않아요. 제가 교통사고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한 변호사도 사고 냈다!”고 할 거 아니에요. “네가 사고 내고 뭐 잘했다고 변호사를 하냐”고 하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사방이 사람 튀어나올 곳들이에요. 걸어 다닐 때도 저 멀리 차가 오면 서고, 차가 나를 피해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피해요. 차가 멈출까 말까 하면 아예 뒤돌아서서 차가 먼저 가게 한 다음 지나가요. 

운전을 하지 않으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1km 정도 거리는 웬만하면 걸어 다녀요. 물론 운전기사와 차가 있지만, 차에 타면 자는 편이에요. 제게 차는 이동 수단이면서 휴식 공간이죠. 운전기사가 주 52시간 일하니 나머지 시간은 이동하기 불편하지만, 그럴 때는 대리 운전을 불러요. 사실 주말에도 어디 안 가고 일하는 편이라 자동차를 쓸 경우가 많지 않고요. 

가족들에게 운전에 관한 잔소리도 많이 할 듯합니다. 

밖에서 하도 많이 하니 집에 와서는 필요한 말만 하죠. 1남 1녀인데 자율에 맡겨요. 다만 항상 조심하라고 하죠. 술 마시러 갈 때는 차를 가져가지 말고, 혹시 가져가면 대리 기사를 부르라고 하고요. 아이들도 저를 의식해서 항상 조심하는 편이에요. 아내도 차를 사놓고 거의 운전을 안 해요. 1년에 2000km 타나? 혹시나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면 그것이 불가항력이라고 할지라도 제 가족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될 수 있거든요. 

가족들이 방송 모니터링도 하나요. 

다 봐요. 아내는 “참 잘하셨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요? 굳이 그런 말을 안 해도 되는데”라고 할 때가 있어요. 이번 경주 스쿨존 사고에 대해서도 “여보, 고의가 없다고 해도 이런 면에서 고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칼로 자르듯 말하는 것은 당신의 장점이지만 절반은 싫어할 수 있어요. 왜 그렇게 사람을 잃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는 그렇게 할게”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죠. 

여성 운전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성별에 따른 운전 특성은 전혀 없다고 봐요. 운전의 기본을 지키는지가 더 중요하죠. 결과적으로 보면 여성 운전자는 오히려 큰 사고는 안 내요. 여성들이 가벼운 접촉사고를 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과속을 안 하고 대부분 교통경찰이 있든 없든 법규를 잘 지키는 편이에요. 또 남성에 비해 직업 운전자가 적고, 운전 자체를 많이 안 하죠. 운전 거리도 짧으니 큰 사고가 나지 않고 속도도 빠르지 않아요. 음주운전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술을 덜 마시죠. 반면 남성 운전자들은 급하고, 직업 운전자가 많으니 장거리를 달리다 졸음운전도 할 수 있고, 빨리 가야 하니까 과속을 할 수도 있죠. 여성 운전자들은 굼뜨게 운전하고 한길만 가서 답답한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안전합니다. 운전은 스킬이 좋다고 잘하는 게 아니에요. 그것만 믿다간 언젠가 사고 내죠. 운전은 느리더라도 황소걸음으로 가고, 가능한 한 가운데 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여성동아 2020년 7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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