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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매력 이시후

EDITOR 두경아

2020. 06. 09

반전 심리 드라마 ‘라이어 게임’에서 ‘꽃미남 해커’로,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에서 봉선달로 얼굴을 알려온 배우 이시후가 교도소 범죄 영화 ‘범털’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내레이션까지 맡아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미뤄졌던 영화들이 하나, 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교도소 범죄 영화 ‘범털’도 그중 하나로 지난 5월 14일 개봉했다. 

‘범털’은 거물급 재소자를 가리키는 교도소 은어다. 영화는 우발적 폭력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된 ‘만희’가 범털이 기거하는 방에 입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교도소 내 서열 싸움을 중심으로 우정, 동료애, 배신 등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범털’은 만희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이며, 그의 잔잔한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만희 역을 맡은 이시후(28)는 범죄나 교도소, 폭력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곱상한 외모의 소유자다. 거칠고 폭력적인 상남자들 사이에서 유난히 여릿여릿한 몸의 그는 아이돌 그룹 멤버처럼 보이지만 사실 꾸준히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동안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 상업 광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만희는 건물주가 동원한 폭력배에 맞는 아버지를 구하다가 교도소에 들어온 인물이에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사람들과 섞여 있지?’ 하는 억울함에 사로잡혀 있는데,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같은 방 죄수들과 어울리는 설정으로 나와요.” 

언뜻 보면 거친 운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이시후는 의외로 다부진 몸매를 갖고 있다. 7년간 태권도, 4년간 무용을 배워왔던 터라 몸을 쓰는 일에 익숙하다고. 



“지난해 10월, 2주 동안 전남 장흥에서 촬영했어요. 선배들은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하셨고, 서로 의기투합해 영화를 찍었죠. 영화 속 분위기와는 달리 촬영장은 늘 화기애애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보다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거친 이야기 같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많고요.” 

영화 속 화자인 이시후는 대사 없이 내레이션만으로 출연했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는 거칠고 폭력적인 영화 분위기를 달래며 진행되는 사건을 묘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은 제가 준비한 것보다 좀 더 드라이하게 내레이션하길 바라셨어요.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할 때는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해 어려웠지만,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죠.” 

특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교도소 재소자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때문에 관련 서적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혀 모르는 세계지만, 책을 읽고 영화를 찍으면서 ‘교도소도 사람 사는 곳이고, 어디서든 사람은 익숙해지기 마련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물론 죄를 지은 나쁜 사람들이지만, 최대한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연기란 매 순간 필사적으로 진심을 전달하는 행위

중학교 시절 드라마 ‘왕과 나’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시후는 계원예술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차근차근 연기 수업을 받았다. 이후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떴다! 패밀리’, KBS 드라마 ‘파도야 파도야’와 ‘왼손잡이 아내’,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 영화 ‘스토커’와 ‘애타는 마음’ 등에 출연했다. 특히 총상금 1백억원이라는 돈 앞에 놓인 다양한 군상을 담은 반전 심리 드라마 ‘라이어 게임’에서 ‘꽃미남 해커 최성준’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열다섯 살 무렵부터 연기 학원에 다녔어요. 처음에는 무작정 멋있어 보여서 배우가 하고 싶었는데, ‘왕과 나’에 출연한 이후에는 제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후 차분히 정석대로 연기를 배웠어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환경에 많이 휘둘렸던 것 같아요. 생각도 많았고, 스스로 깨지던 시기도 겪었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약한 마음도 들었고요.” 

이시후는 또래 연기자들이 한창 활동할 시기인 20대 중반에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 후에는 더욱 단단해진 마음과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 이때 출연한 작품이 긴 호흡의 아침드라마 ‘파도야 파도야’,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 등이다. 시대극이었던 ‘파도야 파도야’에서는 장애가 있는 순박한 막둥이 오정우 역을, ‘왼손잡이 아내’에서는 정보원부터 추격, 잠복, 변장까지 일당백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 봉선달 역을 맡았다. 

“일일드라마와 아침드라마를 통해 훌륭한 선배 연기자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대 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고, ‘이 기회에 착실하게 배워보자’는 생각에 열심히 임했죠. 다행히 함께했던 분들이 너무 좋아서 6개월 동안 행복했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촬영장에서 주눅이 들곤 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런 것들이 현장의 재미구나, 맛이구나’ 느끼며 신나게 촬영했죠.” 

이시후의 예전 수식어는 ‘리틀 유아인’이다. 유아인과 닮은 외모로 한때 그를 롤 모델로 꼽을 정도였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인터뷰 때마다 ‘20대 유아인, 30대 조인성, 40대 박신양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어요. 모든 선배들은 제 롤 모델이고, 다들 훌륭하시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것’을 찾아가고 싶어요. 지금은 ‘이시후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만들어야 하는 시기인 듯해요. 다행히 제 외모가 의상과 설정에 따라 확확 달라지는 편이라, 어떤 역할을 해도 거리감이 없을 것 같아요. 사극이나 트렌디한 드라마, 청춘드라마, 코미디까지 두루 도전하고 싶어요.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세계를 구축해가고 싶습니다.”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을 묻자 “부모님과 친구들”이라고 답한다. 

“어느 순간 연기자는 저만이 아닌 가족의 꿈이 됐어요. 처음 제가 연기자를 꿈꿀 때 부모님은 평범하게 살길 바라셨지만, 이왕 결심했다면 제대로 하라며 격려하고 밀어주셨죠. 군대 가기 전 촬영 현장에서 긴장하고 주눅이 들 때, 연기를 포기하려고 한 적이 있어요. 당시 부모님과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고,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부모님은 제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이에요.” 

그는 “연기란 매 순간 필사적으로 진심을 전달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밥을 먹든, 거리를 걷든, 어떤 역할이나 행동을 하든 순간적으로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라 믿고 그렇게 연기하고자 노력한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틈나는 대로 떠오르는 글을 적어요. 최근에는 ‘어떤 위치든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자만하지 말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어차피 인기도 한 순간이니 자만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적었어요. 조급해지지 않으려 해요. 준비가 잘돼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그때 주어진 걸 잘하면 되니까요.” 

13년간 한 단계 한 단계 차분히 밟아가며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진 배우로 성장한 이시후의 더욱 반짝일 앞날을 기대해본다.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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