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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terior

동백동 숲 집

EDITOR 고윤지

2020. 05. 04

쏟아지는 햇살과 눈앞에 펼쳐지는 사계절 풍경. 숨 가쁜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내려두고 한숨 돌리며 쉴 수 있는 세 가족의 일상 쉼표, 동백동 숲 집을 소개한다.

동백동 숲 집의 외관. 경사지였던 땅에 벽돌과 나무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ㅅ’자 지붕이 돋보이는 독립된 집을 지었다.

동백동 숲 집의 외관. 경사지였던 땅에 벽돌과 나무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ㅅ’자 지붕이 돋보이는 독립된 집을 지었다.

꿈을 짓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액자처럼 차경한 2층의 거실 전경. ‘ㅅ’자 모양의 박공지붕 디자인과 어울려 공간 내 아트홀 이상의 효과를 연출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액자처럼 차경한 2층의 거실 전경. ‘ㅅ’자 모양의 박공지붕 디자인과 어울려 공간 내 아트홀 이상의 효과를 연출한다.

시끌벅적한 경기도 용인 도심을 지나 차로 2, 3분 내달리면 한적한 길 끝에 홀로 다른 모양을 한 소담한 집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다. 3백여 가구가 모여 사는 향린동산 숲 경사지에 ‘ㅅ’자 지붕 집이 들어선 건 지난해 6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예준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다. 어릴 때부터 집을 짓는 게 꿈이었던 아빠 이용주 씨는 결혼 후 7년 동안 5번의 이사 끝에 오랜 꿈을 이뤘다. 유년 시절 다세대 주택의 단칸방, 공장 한켠, 좁은 아파트에서 보냈던 그는 아이에게만큼은 집이라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가 마음껏 웃고 뛰놀 수 있는 집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집 말이에요.” 

그의 바람을 실현해줄 여러 건축가를 찾아다니다 김창균 소장이 운영하는 유타건축을 만났다. 견적 위주로 상담하던 이전 건축사무소들과는 달리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바라는 삶의 모습을 자세히 물은 김창균 소장은 수십 차례 수정을 거쳐 예준이 가족이 머물 동백동 숲 집을 디자인했다. 


1층의 주차장. 여름에는 넓은 그늘막으로 변신하는 전이 공간이다.

1층의 주차장. 여름에는 넓은 그늘막으로 변신하는 전이 공간이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가족 구성원의 이용에 따라 가변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집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김창균 소장은 1층부터 3층까지 창의 높이와 크기, 방향을 다르게 배치해 풍경을 액자로 담았다. 창을 지날 때마다 수없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풍경을 시시각각 즐길 수 있게 차경을 디자인 요소로 들여 단조롭지 않은 공간을 만든 것. 또 거실, 침실 등 공간이 단절되고 분리된 아파트 생활에 지친 부부를 위해 넓은 그늘막이 되는 주차장, 수영장이 되는 테라스 등 사용하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이 공간’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해 실제보다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이라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배로 넓어질 수 있어요.” 

덕분에 예준이 가족은 볕 드는 창가, 빨래를 널고 걷는 테라스, 출퇴근길 주차장에서의 짧은 시간조차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우리’다운 집

2층 전경. 주방과 거실, 아내의 서재 등이 한 공간에 입체적으로 녹아 있다.

2층 전경. 주방과 거실, 아내의 서재 등이 한 공간에 입체적으로 녹아 있다.

살고 있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소한 습관부터 고집스러운 취향까지, 집 안 곳곳에 그 사람의 흔적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집을 꿈꿔온 이용주 씨는 가족의 삶과 취향이 잘 묻어나는 ‘우리’다운 집이 되기를 원했다. 손님 초대와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 이윤숙 씨를 위한 넓은 주방, 영화 보기와 수집이 취미인 그를 위한 홈시어터와 수납장, 활동량이 많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예준이를 위한 다락과 놀이 공간 등이 있는 집을 꿈꾼 그는 핀터레스트, 잡지 같은 콘텐츠에서 그동안 모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김창균 소장에게 보여준 뒤 실현 가능한 소재와 디테일 등을 조율했다. 김창균 소장은 감각이 좋은 건축주를 만나면 서로 합이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용주·이윤숙 씨의 집도 바로 그 케이스. 공간의 구조와 디자인 같은 큰 그림은 김창균 소장이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소품과 가구 등의 세심한 디테일은 부부가 더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높은 층고를 활용해 층과 층 사이를 나누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배치한 예준이 방. 아이의 꿈과 행복이 자라는 공간이다(왼쪽).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의 데드 스페이스에는 아내만을 위한 독립된 서재 공간이 자리한다. 가구 공방에서 직접 오더 메이드한 가구들로 서재에 있으면 마치 작은 숲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층고를 활용해 층과 층 사이를 나누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배치한 예준이 방. 아이의 꿈과 행복이 자라는 공간이다(왼쪽).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의 데드 스페이스에는 아내만을 위한 독립된 서재 공간이 자리한다. 가구 공방에서 직접 오더 메이드한 가구들로 서재에 있으면 마치 작은 숲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층 거실 한쪽 벽은 홈시어터와 빔 프로젝터를 배치해 주말마다 가족 영화관이 열린다(왼쪽).  2층 욕실. 숲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2층 거실 한쪽 벽은 홈시어터와 빔 프로젝터를 배치해 주말마다 가족 영화관이 열린다(왼쪽). 2층 욕실. 숲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특히 2층의 거실과 3층 예준이 방은 부부와 건축가가 꼽은 최고의 하이라이트. 김창균 소장은 건폐율이 낮아 주차장이 있는 1층 대신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디자인 장점이 충분히 드러난 2층 공간을 주방이자 거실, 작은 놀이 공간으로 배치했다. 또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책상과 책꽂이를 놓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아내의 개인 서재를 만들어 제한적인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3층에 위치한 예준이 방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층과 층 사이를 나누는 스킵플로어 형식을 빌려 1층은 벙커 침대와 책상, 2층은 놀이 공간, 3층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덕분에 예준이 가족은 커다란 아일랜드 주방에서 아내는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고, 주말이면 거실에서 커다란 홈시어터와 빔 프로젝터를 통해 마음껏 소리 지르며 영화를 보는 삶이 일상이 되었다. 집을 짓고 꾸미며 ‘나’다운 것과 ‘우리’다운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이용주·이윤숙 씨 부부. 이들이 아이와 함께 만들어갈 추억으로 가득 채워질 ‘우리’다운 공간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기획 최은초롱 기자 디자인 박경옥
디자인&시공 유타건축 사진제공 유타건축(박영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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