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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대세는 남자다

EDITOR 한지혜

2020. 04. 24

최근 뷰티 브랜드 모델은 ‘예쁘고 잘생긴 오빠’가 대세다. 기초부터 색조, 향수를 아우르는 뷰티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인 남자 스타들. 바야흐로 남자 뷰티 모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피부가 장난 아닌데?” 배우 김재원이 축구 스타 안정환의 피부에 감탄하면 안정환은 단지 로션 하나만 바꿨을 뿐이라며 으쓱해하던 그 광고를 기억하는지? 한일 월드컵 열기로 가득하던 2002년. ‘꽃미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출연한 ‘꽃을 든 남자’ CF는 당시 20~30대 남성들의 미적 열망을 대변했다. 뷰티는 더 이상 여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남자도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이때부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워너비 여자 스타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뷰티 모델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화장품 광고에서 남자 모델을 보는 게 어색했지만, 현재는 남녀 구분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화장품 광고에 여성 모델만 나오는 시대는 지난 셈이다. 그렇다면 뷰티 브랜드들은 왜 남성 모델을 선호하는 것일까? 

먼저, 패션 뷰티 업계에 새롭게 불어오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 중립’을 뜻하는 젠더 뉴트럴은 여성과 남성을 엄격하게 구분 짓던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성별 구분 없이 오직 사람 자체로만 생각하려는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의 뮤즈로 남자 배우나 아이돌이 발탁되기도 하고, 아예 ‘젠더 뉴트럴’을 표방하는 브랜드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메이크업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는 젠더 뉴트럴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이번 시즌 모델로 발탁된 ‘골든 차일드’ 보민은 주로 여자 아이돌에게서 보였던 구도와 포즈, 메이크업을 제대로 소화했다. 색조 메이크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예쁜 이목구비와 소년다운 청량함을 모두 갖춘 보민이 릴리바이레드의 톡톡 튀는 콘셉트와 일치한 것. 

공효진이나 크리스탈처럼 워너비 스타와 함께해온 브랜드 ‘클리오’도 그룹 ‘엑스원’ 출신 김우석을 모델로 내세웠다. 과감한 코럴 컬러 립스틱을 바른 김우석은 클리오가 지향하는 도도하면서도 쿨한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과거에는 남자 스타의 인기나 영향력을 빌린 광고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에는 자신의 얼굴에 직접 화장품을 바르고 물들이는 모습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로 남자 스타를 발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팬덤’이다. 스타의 강력한 팬덤이 곧 브랜드의 팬덤으로 이어지기 때문.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팬들을 포함한 새로운 고객층에서도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점 때문에 남자 셀레브러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지방시뷰티의 김혜진 홍보 담당은 뷰티 브랜드에서 남자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방시뷰티의 모델 강다니엘은 현재 가장 열렬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 무대에서 보여주는 세련된 모습이 지방시 메이크업 라인의 다채로운 매력과 잘 부합되어 모델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실제로 강다니엘이 모델로 발탁된 이후 지방시뷰티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특히 신제품 ‘땡 꾸뛰르 쿠션’의 경우 연일 완판을 기록하는 등 많은 고객들에게 큰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스킨케어 브랜드 ‘티르티르’는 최근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 역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선정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브랜드이기에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인 만큼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박서준이 제격인 셈. 

실제로 굴지의 유명 뷰티 브랜드는 모델 효과가 크지 않다. 하지만 신생 코즈메틱 브랜드나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면 톱스타의 후광 효과가 절실하다. 국내외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 진주 추출물로 만든 코즈메틱 브랜드 ‘클라뷰’는 인기 그룹 ‘SF9’의 멤버 로운을 광고 모델로 정했다. 로운이 갖고 있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통해 클라뷰의 브랜드 가치인 ‘맑고 투명한 신념’을 재정립한 것이다. 

뷰티 브랜드가 남성 모델을 선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성 모델을 기용하면 여성 고객이 늘어날 수는 있어도 오직 ‘여자를 위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떨칠 수 없다. 하지만 남자 모델이라면 ‘팬덤’이라는 잠재적 고객은 물론, 메이크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남성 고객 모두를 안고 갈 수 있기 때문. 남녀 구분이 엄격했던 뷰티 업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이 영리한 선택은 앞으로도 몇 년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기획 최은초롱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라메르 릴리바이레드 바닐라코 지방시뷰티 클라뷰 클리오 티르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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