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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아 마땅한 공효진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10.29 17:00:01

로코 흥행 불패를 이어가고 있는 공블리, 공효진에게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사랑받아 마땅한 공효진
배우에게는 저마다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 소시민의 얼굴 송강호, 힘쓰는 건 마동석, 걸 크러시 김혜수 이런 식으로. 공효진(39)의 이름 앞에는 자연스럽게 ‘공블리’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서 철진(류승범)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버스 안내양 조연실부터 ‘예, 셰프’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파스타’의 서유경, ‘최고의 사랑’에서 톱스타 독고진(차승원)을 사로잡은 한물간 걸 그룹 멤버 구애정, 귀신 보는 능력으로 츤데레 사장 주중원(소지섭)을 사로잡는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스킨십 강박증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정신과 의사 지해수, ‘질투의 화신’의 짠내 나는 기상캐스터 표나리까지 공효진은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맡아 마치 주변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현실감 넘치는 인물로 그려내며 공감을 샀다. 

멜로 연기라면 눈감고도 할 그녀이기에 이번에는 난도를 높여 같은 시기, 다른 캐릭터에 도전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고구마를 1백 개쯤 먹은 듯한 세상 답답하지만 착한 싱글맘 동백이와, 전 남친들에게 번번이 뒤통수를 맞은 탓에 연애에 대한 환상이 없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선영. 공효진은 로코 불패 신화를 입증이라도 하듯,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열렬히 응원하고 싶은 연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내며 작품의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에 대해 혹자는 “우주의 기운이 공효진에게 모이고 있다”고 평했고 그녀 자신도 “친구들이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더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번 완벽했던 남자 주인공들과의 호흡도 여전했다.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황용식 역)은 동백을 향한 돌직구 사랑 표현으로 인생작을 만났다는 호평을 받고 있고, 공효진과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난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래원(이재훈 역)은 술김에 헤어진 여친에게 ‘자니?’ ‘뭐 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이불킥을 하는 현실 남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동안의 성장을 증명해냈다. 

요즘 공효진은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드라마 촬영과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밤새 포항에서 촬영하고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에 왔다고 했다. “메이크업도 못 했다”며 털털하게 웃는데, 그러잖아도 작은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기다란 테이블을 두고 10명 남짓한 기자들과 마주 앉은 그녀는 직접 준비한 앙증맞은 빨간색 마이크를 꺼냈다. “두 작품 모두 반응이 좋아 너무 행복하다. 노래를 부르라면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어 마이크를 준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랑받아 마땅한 공효진
연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님께 기사 링크를 보내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나한테도 링크를 보내놨다. 우울할 때 보면 힘이 될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기가 막히게 잘한 게 아닌데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이 응원하고 싶은 성향이 있어서, 그 덕을 보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은 착해서 잘됐으면 하고 힘을 주고 싶은 캐릭터고 ‘가장 보통의 연애’는 작은 예산으로 톡 튀는 영화가 오랜만에 나와서 관객들이 기를 북돋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옹산 최고 미인으로 나온다.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도 동료 여직원들이 모두 질투하는 미모다. 실제로 예뻐졌다는 평이 많은데, 비결은.
 
두 작품 모두 반사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촬영감독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웃음). 그리고 배우들은 입금 전과 입금 후가 다르다. 작품 할 때가 되면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정신을 차리면서 준비되는 느낌이다. 배우 친구들은 다 공감하더라. 일종의 직업 정신 아닐까. 

영화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오랜만인데, ‘가장 보통의 연애’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예쁘고 미화된 연애가 아니라, 흑역사만 나열한 것 같은 얘기여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자긴 그런 적 없다고 하겠지만, 평생에 한 번은 있을 법한 얘기다. 다들 헤어진 애인에게 ‘자니?’ ‘뭐 해?’라는 연락을 해본 적 있지 않나(웃음). 번번이 전 남친에게 뒤통수를 맞는 선영이 캐릭터도 친구 중에 있을 법한 인물이다. 그녀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가는지, 설령 치유가 안 되더라도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공효진 씨도 헤어진 남친에게 ‘자니?’ ‘뭐 해?’ 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단 말인가. 

받아보기도 했고, 보내기도 했고, 상대방이 나를 수신 차단한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궁금해서 검색도 해봤다. 그런 문자를 보내는 건 자기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사랑을 잃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도 있을 거고. 그래도 헤어진 연인에게 그런 문자는 안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웃음). 

남자 배우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여배우로 첫손에 꼽히는데. 

다들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 같다. 어쩌다 보니 ‘공블리’라는 감사한 수식어를 얻게 됐는데, 한번 쓰이고 여러 번 불리다 보니 ‘공블리, 공블리’ 하는 것처럼 남자 배우들이 같이 하고 싶어하는 배우라는 것도 한 명이 말하고 그게 이어지다 보니 하게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근데 이번에 김래원 씨 인터뷰를 보니 나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 좀 놀라기는 했다. ‘더 잘해줄 걸 그랬나’ 싶다(웃음). 

김래원과는 드라마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호흡이 어땠나. 

둘 다 너무 어릴 때 만났기 때문에 그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진지하게 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래원 씨가 워낙 잘하니까 허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 영화는 남녀가 서로 위로하고 그런 게 아니라 날이 선 느낌으로 끌고 가는 거라 서로 더 긴장하고 예민했던 거 같다. 덕분에 텐션 있어 보이고 케미가 잘 나온 것 같다. 

김래원이 얼마 전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최고의 파트너로 박신혜를 꼽았다. 공효진 씨가 꼽는 최고의 파트너는 누구인가. 

강하늘? 여자들에게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하하하. 용식이 역할 자체가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고 직진남이라 (동백이가) 긴장을 많이 안 해도 된다. ‘잘 보여야지’ 이런 느낌보다 그냥 편안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는 편한 사람이 좋다. 

영화에 남녀의 성기를 언급하는 19금 대사도 있었는데, 연기할 때 부담스럽지 않았나. 

대본을 봤을 때는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거기에 언급된 단어들이 초등학생 이후로는 쓰지도 읽지도 않는 것들이다. 왜 어릴 때 빈 벽만 보면 그런 단어를 써놓곤 했던 기억 다들 있지 않나. 관객들도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풉’ 하고 웃고 지나가지 않을까. 선영이 그런 유치한 단어를 쓰는 건 일부러 재훈을 당황하게 만들려는, 폭탄 같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재훈에게 취해서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는 술이 무기라면 선영의 무기는 그 남자가 들으면 당황할 언어들을 구사하는 거다. 


사랑받아 마땅한 공효진
동백이와 선영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혼란스러웠을 법도 한데. 

선영이 할 말 다 하는 시원한 성격이라면 동백이는 좀 답답하다. 동백이 인물 설정을 보면 정글의 맹수처럼 한 방이 있다는데, 언제 각성을 할지 나도 궁금하다. 동백이가 답답하신 분들은 극장에서 선영이를 보시길 추천드린다(웃음). 개인적으론 캐릭터에 빠져서 힘들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감독님의 ‘커트’ 소리와 함께 바로 빠져나오는 타입이라 힘들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을 오가는 게 재미있었다. 

공효진의 로코가 계속 성공하는 비결은 뭘까. 

대본을 잘 고른 게 이유인 거 같다. 작품을 하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게 없었다. 내가 이 작품을 망치겠구나, 이걸 어떻게 연기하지 하면서 고민한 적은 많다. 그리고 자기 일을 안 하면서 사랑에만 울고불고 하는 캐릭터가 없었다. 여자든 남자든 본업을 잘해야 예쁘게 보이는 것 같다. 좋은 대본과 자존감 있는 인물을 선택한 덕분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데뷔 초에는 캐릭터를 많이 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글(시나리오)이란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전체적인 내용 안에서 내가 어떻게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본다. 근데 결국은 취향인 거 같다.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선택이 나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무서운 것이 전작과 똑같다, 어떻게 연기할지 그려진다는 말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건 갈수록 더 고민스러워질 것 같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일단 돈이 아주 많은 부자 역할을 해보고 싶고, 정말 못돼먹은 사람도 해보고 싶다. 

올해가 데뷔 20년이다. 배우 생활을 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직장 생활도 20년을 하면 희로애락이 있지 않나. 배우도 마찬가지다. 내게도 정체기가 있었는데 2017년이 그랬다. 내 직업과 일에 대한 감정이 루틴하게 느껴졌고, 그럼에도 결과물이 잘 나오는 걸 보면서 더 무뎌진 거 같다. 촬영한 작품들 개봉만 기다리면서 1년 동안 일을 쉬기도 했고,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도 했다. 연극 ‘리타 길들이기’를 하면서 다시 살 떨리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정체기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지우고 싶은 과거가 아니라 나를 다시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다행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이루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 할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힘을 빼고 욕심 없이 순수하게 내공을 쌓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시작한 작품이 ‘도어락’이고, 이번에 주특기 장르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최종 스코어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잘했다는 것만 믿고 이 쫄깃한 순간을 즐기려 한다. 운명의 여신이 이번에도 나를 향해 웃어주면 좋겠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NEW




여성동아 2019년 1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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