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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사용 설명서

‘러브세트’- 이경미감독,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임필성감독, ‘키스가 죄’- 전고운감독, ‘밤을 걷다’- 김종관감독

EDITOR 김지은

입력 2019.05.09 17:00:01

영화감독들의 눈으로 관찰한 가수 아이유 혹은 배우 이지은, 아니 인간 이지은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유 사용 설명서
데뷔 11년 차. 겉보기엔 여전히 앳된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린 이미지지만 이지은(26·예명 아이유)은 가수에서 배우로, 만능 엔터테이너로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꾀하며 성장해온 무서운 프로페셔널이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데뷔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릴 당시에도 며칠씩 잠을 자지 않고 버티며 스케줄을 소화해낼 만큼 독한 구석을 갖고 있기도 하다. 2009년 ‘마쉬멜로우’와 2010년 ‘좋은 날’이 잇따라 히트했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오늘은 몇 시에 잤냐’는 질문에 ‘몇 시요? 오늘은 일어난 적이 없는데…’라고 답할 정도로 눈 한 번 붙일 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대중에 비친 그의 이미지에는 ‘귀엽다’와 ‘차갑다’가 꾸준히 공존해왔다.


#스스로의 페르소나가 되다

영화 ‘페르소나’ 제작 발표회.

영화 ‘페르소나’ 제작 발표회.

4월 11일 공개된 ‘페르소나’는 그가 출연한 단편영화 모음의 제목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작품으로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네 명의 감독이 참여했다. ‘페르소나’는 본래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개인의 모습 또는 감독의 세계관을 대변하는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배우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들의 눈에 비친 가수 아이유 또는 배우 이지은, 그 안에 감춰졌던 인간 이지은의 모습을 그린다. 이지은이라는 존재 자체가 감독들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이자 즐거운 상상의 원천이 된 것이다. 

“낯을 가리는 편인데도 첫 미팅 자리에서부터 편하게 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합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분의 감독님이 저를 다각도로 해석해서 네 가지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는데, 단기간에 네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도전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작업이었어요.” 

작업 과정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이지은은 “이번 프로젝트가 제작발표회까지 가질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큰 작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도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흥행에 대한 부담 없이 ‘단편영화 네 편을 찍는다’ ‘좋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또한 개봉관을 잡기 쉽지 않아 널리 알려지기 어려운 단편영화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만나 대중에게 오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로 남게 된 점 역시 큰 행운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집요한 집착의 화신, ‘러브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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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은 각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지은을 작품에 담았다. 페르소나의 첫 번째 트랙 ‘러브세트’의 연출을 맡은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 ‘미쓰 홍당무’ 등의 작품으로 여성에 대한 섬세하고 탁월한 시각을 견지해왔다. 이 감독을 사로잡은 것은 승부욕으로 가득 찬 이지은의 당돌하고 강단 있는 눈빛이다. 아빠의 애인이 되어버린 영어 선생님과 치열한 테니스 경기를 펼치는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는 감독이 원했던 ‘못된 소녀’의 모습이 통통거리며 튀어나온다. 이지은은 “처음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테니스를 배우는 것이 힘들었다”며 “데뷔 후 11년간 숱한 도전을 해오면서 ‘힘들어도 하면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일해왔는데 처음으로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좋은 자극을 준 이는 영어 선생님 역을 맡은 배두나였다. 배두나가 테니스 연습을 하는 모습에 매료됐다는 그는 “그 후 꾸준히 훈련한 덕분에 지금은 꽤 잘 치게 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섬뜩한 팜파탈, ‘썩지 않게 아주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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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 ‘헨젤과 그레텔’ ‘인류 멸망 보고서’ 등 장르영화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임필성 감독은 이지은의 음악 속 도발적인 가사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했다. 임 감독은 이지은에 대해 “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의 밸런스가 좋은 배우다. 어려운 감정 연기를 할 때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을 내려놓고 진공 상태가 된다”며 “그 순간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칭찬했다. 임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트랙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이지은이 가진 차갑고 정제된 면, 감성적이고 세심한 면 등 아티스트로서의 무한 매력이 ‘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된다. 이 작품에 대해 이지은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지은’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실 네 작품 중 가장 어려웠어요. 아주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제가 만나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나 책을 통해서도 접하지 못한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은’에게 반한 남자 역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해수가 맡았다.


#천진난만한 사춘기 소녀, ‘키스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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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키스 마크 좀 생긴 게 죄인가요?’ 이 당돌한 대사의 주인공은 세 번째 트랙 ‘키스가 죄’의 타이틀 롤 한나다. 키스 마크를 달고 왔다는 이유로 아빠에게 심하게 혼이 난 친구를 위해 복수를 계획하는 한나의 모습은 귀여움 속에 올곧고 강한 정신을 가진 이지은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작품은 지난해 ‘소공녀’로 각종 영화제를 휩쓴 전고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 감독은 작품의 키워드를 ‘가부장제 박살내기’라고 했다. 그리고 신인 감독인 자신을 믿고 따라준 이지은에게 누가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핵심 포인트였다고도 밝혔다. 

이지은은 “전고운 감독님과의 작업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고 회상했다.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촬영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지은은 함께 출연한 배우 심달기와 독특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본을 보고 읽는 리딩 연습보다 상대와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말을 해라, 상대의 상태를 읽어내라 등등의 훈련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달기 씨와 단번에 훅 가까워진 거 같아요. 연기를 그렇게 이끌어내신다는 게 정말 놀라웠죠. 편안함 속에서 진짜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었어요.”


#이별과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밤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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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트랙 ‘밤을 걷다’는 이지은이 부르던 쓸쓸한 듯 감미로운 사랑 노래와 닮았다. 이지은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의 감성을 녹여낸 한 편의 단편소설’ 같은 작품이다. “네 편 중 가장 먼저 촬영에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고, 대본도 가장 먼저 받았어요. 대본이라기보다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글이었죠. 원래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제 안에도 그런 감성이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촬영한 날도 드물게 습기가 전혀 없고 쾌적한 여름밤이어서 꿈을 꾸듯 새벽을 거닐며 촬영한 기억이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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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다’는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에서 일상의 미학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김종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애 이야기지만 ‘연애 감정’보다는 이지은의 가족, 친구, 오래된 팬들이 보면 위로가 되고 즐거울 만한 이야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지은의 첫인상에 대해 “차분하고 나른한, 뭔가 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쓸쓸함 같은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은근히 녹여낸 것이다.

네 편의 작품 속 어느 캐릭터도 지금까지 알던 익숙한 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네 명은 모두 이지은과 똑 닮은, 여전한 이지은이다.


‘페르소나’ 제작자는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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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감독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배우를 물색하는 데 반해 ‘페르소나’는 기획자인 윤종신이 배우를 먼저 고르고 나서 감독들을 섭외했다. 

3월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종신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6~7년간 운영했고 음반 기획과 프로듀싱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답 없는 고민을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일하기 시작하면 답을 구할 수 없을뿐더러 ‘사람들이 좋아할 확률이 높은 안전한 것만 찾는 업자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부턴가 ‘에이, 이거 안 돼. 사람들이 안 좋아해’ 같은 말을 회사의 금기어로 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날 감독님들의 단편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15~20분이 훌쩍 가더군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런 작품을 본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들의 창의력,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단편영화를 찍을 때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이번 작품도 스스로가 금지시킨 ‘되겠어?’라는 고민을 걷어낸 덕에 탄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일도 극히 드문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데는 ‘사람들의 재미’보다 ‘내가 재밌으니까 해보고 싶다’가 더 컸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페르소나로 할 것인가’였다. 윤종신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당시만 해도 이지은은 아예 물망에도 없던 배우였다”고 했다. 이지은을 생각해낸 사람은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조영철 대표였다. 조 대표가 과거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본 가수 아이유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떠올렸을 때 윤종신은 비로소 고민을 내려놓았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잃어버릴 것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깼을 때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지은은 참신한 시도를 제안해볼 만한 아이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견고한 틀을 가진 가요계에서 아이유는 드물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넷플릭스




여성동아 2019년 5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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