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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EMORIAL

故 신해철에게 보내는 아내의 안부 인사

그곳은 편안한가요?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상윤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2015. 12. 21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의료 사고로 생을 마감한 신해철. 그가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그와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어린 두 자녀와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아내 윤원희 씨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故 신해철에게 보내는 아내의 안부 인사
지난 10월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는 팬클럽 ‘철기군’과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한 고(故) 신해철 추모식(‘Here I stand for you’)이 거행됐다. 고인의 가족을 비롯해 5백 여 명의 팬과 남궁연, ‘백두산’의 김도균, ‘넥스트’ 멤버 김세황·정기송·김영석·이현섭 등 동료 음악인들이 가슴에 보라색 리본을 달고 참석해 그가 떠난 날을 추억했다. 보라색은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색이다. 추모식에 참석한 팬들 중에는 전세 버스를 이용해 함께 이동한 이들도 있었다. 추모식은 1,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송천오 신부가 집전해 천주교식 추모 미사로 진행됐으며, 넥스트 이현섭과 팬 이승우 씨가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현섭은 “형님은 여러 선후배에게 훌륭한 교본이다. (사망 원인과 관련해) 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저세상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골함을 야외 안치단으로 옮기는 봉안식이 진행됐다. 안치단은 유토피아 추모관 평화동산에 자리하고 있는데, 약 2m 높이로 신해철의 딸 지유 양이 그린 그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지유 양에 따르면 “(묘비에는)빛이 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아빠가 우리를 보고 지켜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모든 행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 ‘민물 장어의 꿈’을 함께 불렀다. 이미 알려졌듯이 고인이 생전에 “내 장례식장에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곡이다.

“갈수록 그리움 커지지만,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추모식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인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38) 씨는 행사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추모식에 참석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남편과 관련된 날에는 주로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 거라고 예상을 못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팬분들의 이런 정성이 없었다면 오늘 야외 안치식도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전에 남편은 팬들을 우리 식구들이라고 칭했어요. 남편 말대로 ‘우리 식구들’과 함께 추모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공개적으로 하게 됐는데, 잊지 않고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02년 신해철과 결혼한 윤씨는 열 살배기 딸, 여덟 살배기 아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다. 큰딸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고 막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다는 윤씨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져 몰래 눈물을 훔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빠가 같이 입학식에 참석해 아이 손을 잡고 입장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그는 천사 같은 두 아이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팬들의 애도와 격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1년은 지옥 같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온 가족이 힘을 내려고 애썼고, 남편을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묘비 제작을 준비하면서 딸에게 ‘아빠 묘비는 어떻게 만들면 좋겠어?’라고 물었더니 바로 종이와 펜을 가져와서 한 번에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사랑하는 딸이 디자인한 묘비인 만큼 남편도 기쁘게, 편안하게 쉴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너무 이른 이별을 고한 신해철. 이제 그는 자신의 노래로 가족과 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10월 말 1주기에 맞춰 LP판으로 제작된 유작 앨범 ‘웰컴 투 더 리얼 월드(Welcome to the Real World)’는 발매와 동시에 완판을 이뤘고, 조만간 CD로도 발매될 예정이다. 이 앨범에는 총 세 곡의 유작과 생전 팬들이 좋아한 곡 등이 담겼다. 또한 윤종신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신해철의 ‘고백’을 리메이크해 발표했고, 이 곡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유족에게 전달된다.  
한편 고인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가족은 지난해 10월 고인이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사망한 것과 관련해 S병원 K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고, 이후 2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법적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故 신해철에게 보내는 아내의 안부 인사

1 신해철의 딸 지유 양의 그림을 토대로 만든 야외 유골 안치단. 2 팬들이 추모관 로비에 전시한 신해철 공연 사진. 3 신해철의 아들과 딸이 아빠에게 띄운 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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