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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병헌, 사생활 논란 후 첫 인터뷰

우먼동아일보

2015. 12. 16

이병헌, 사생활 논란 후 첫 인터뷰

지난해 ‘50억 협박 사건’으로 그간 쌓아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배우 이병헌이 ‘연기 승부’라는 정공법을 택해 관객들 앞에 섰다. 언론과의 만남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우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아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지난 11월 19일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이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이병헌(45)의 연기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매우 우호적이다. 이로써 지난해 20대 여성 두 명이 음담패설 동영상을 빌미로 50억원을 요구한 협박 사건이 공개되며 배우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던 이병헌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협녀, 칼의 기억’ 등의 개봉을 앞두고도 홍보 활동을 삼가왔던 이병헌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11월 초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질문에는 입술을 깨물며 오랫동안 고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와 관련해서는 신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정성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미생’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내부자들’은 사회 깊숙한 곳까지 뿌리박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패와 비리를 내부자들을 통해 날카롭게 해부한 영화. 정·재계와 언론 간 유착으로 이루어진 기득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와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중심축이다. 안상구는 몰래 빼낸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준비하다 발각되고, 이 일로 손목이 잘려 폐인이 된다. 그런 그에게 “복수할 기회”라며 접근한 우장훈.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듯 같은 목적으로 부패의 중심부를 강타한다. 극 중 이병헌은 전라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고, 의수를 착용한 채 처절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을 그려낸다. 원래의 캐릭터에 코믹을 더하기로 한 건 이병헌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사건 위주로 긴박하게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 중간 관객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안상구가 담당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지질하면서도 코믹한 모습들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안상구는 정치 깡패지만 낭만도 알고, 정도 많은 캐릭터예요. 영화 편집본에서는 삭제됐는데, 엄청난 영화광이에요. 연예기획사를 운영했다는 배경은 그가 영화 마니아라서 택한 직업이었다는 걸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어요. 시간 관계상 캐릭터들의 잔재미들이 잘려 나가서 아쉽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땐 이것이 최적의 편집이라고 생각해요.”




이병헌, 사생활 논란 후 첫 인터뷰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극 중 의수를 착용하고 나오는 이병헌은 촬영 중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오른쪽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면 안 되는 상황이라 장갑 안에 이를 고정시켜놓는 장치까지 넣었다고 한다. 기름기 흐르는 장발 헤어는 우민호 감독의 요청으로 탄생했다. 우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병헌에게 영화 ‘케이프 피어’ 로버트 드니로의 사진을 보여주며 똑같은 스타일을 주문했다고 한다. 또한 이병헌은 “손목이 잘리고 폐인으로 사는 안상구의 센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살도 빼고, 얼굴이 퀭해 보이도록 분장도 했다”고 말했다.

안상구와 우장훈이 펼치는 복수극은 일견 버디 무비 같다. 이병헌과 조승우 모두 믿고 보는 배우들인 만큼 이들의 투 샷만으로도 극장으로 달려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은 대부분이 ‘애드리브’로 탄생했다고 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해 웃음을 안기는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한잔하자”는 대사도 이병헌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

“조승우란 친구는 보통이 아니에요. 연기를 정말 잘해서 저도 긴장을 많이 했어요(웃음). 지금껏 이렇게까지 애드리브를 한 적이 있나 싶을 만큼 현장에서 바로 탄생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승우 씨 공이 커요. 상구를 ‘깡패야’라고 부른 것도 승우 씨 생각이었어요. 한 번 해서 반응이 좋으니까 시나리오에는 없는데도 저를 자꾸 ‘깡패야’라고 부르더라고요(웃음). 이번 작품으로 조승우라는 좋은 친구를 얻게 돼 기뻐요.”

‘내부자들’은 이병헌이 ‘50억 협박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법적 공방을 벌일 때 촬영한 작품이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으로 인해 제작진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더욱 열심히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2013년, 탤런트 이민정과 결혼한 이병헌은 지난 3월 첫아들을 얻었다. 그는 아빠가 된 소감에 대해 “가슴속 뭔가 하나가 생긴 것 같다. 어떨 때는 나를 닮은 것 같다가 어떨 때는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영화 속 대사를 빌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한참을 뜸들이던 그는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누구보다 잘 알 테다. 20년간 성실히 쌓아온 공든 탑을 지키는 것도,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도 결국 ‘연기’뿐이라는 걸. 그가 ‘내부자들’로 다시금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김수정 TV리포트 기자 | 사진 ·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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