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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딸? 한그루의 ‘불편한’ 진실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뉴스1

2015. 10. 28

스타의 입장에서 유명세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묻어둔 가정사가 드러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 11월 결혼을 앞둔 한그루도 그 ‘불편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엄친딸? 한그루의 ‘불편한’ 진실
지난 10월 7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배우 한그루는 제 친동생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한그루의 의붓언니라고 밝힌 그녀는 “한그루 기사에서 접한 감독 아버지, 이대와 서울대 출신 언니들, 고대생 오빠 언론 플레이에 어안이 벙벙했다”면서, “한그루는 소위 명문대 오빠, 언니들과 혈연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2011년 가수로 데뷔한 한그루(23 · 본명 민한그루)는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tvN ‘연애 말고 결혼’,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2’(여군특집3)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와 방송인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른 나이에 9세 연상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그녀의 집안 배경과 엄친딸 이미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것이 일생일대의 경사스러운 일을 앞두고 가족사가 공개되는 계기가 됐다.

문제의 시작은 한그루의 데뷔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로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연기자로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채널CGV ‘소녀K’, MBC ‘오늘만 같아라’ 등으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든 후에도 역시 자신을 알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그녀를 돋보이게 한 것은 바로 ‘엄친딸’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녀는 데뷔 초 여러 인터뷰를 통해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귀여운 막내딸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그루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그녀는 어릴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조기 유학을 떠나 여러 무용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15세 때 중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베이징 국제예술학교를 다닌 특별한 전력이 있다. 아버지는 CF 감독과 영화 제작자로 활동 중이며, 언니들과 오빠는 서울대와 이화여대, 고려대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런 한그루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단지 오빠, 언니들과 친남매가 아닐 뿐이다. 한그루의 새아버지는 2000년 전처와 이혼하고 이후 한그루의 엄마와 재혼했다. 그녀의 소속사 측에서는 “과거에 같이 살았고, 호적에도 함께 있기 때문에 한그루 입장에서는 가족을 숨긴다는 게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얼핏 보면 한그루가 재혼 가정의 자녀이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그녀가 자신의 가족사 중 자랑하고 싶은 부분만 ‘편집’해서 알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그루에게는 친오빠가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언급은 빼놓은 채 명문대 출신 의붓남매들만 거론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그루는 인터넷에 글을 올린 의붓언니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경솔하고 생각이 짧았다”면서, “재혼 가정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엄마의 인생이 포함된 부분이라 얘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언니가 새아빠로 인해 겪은 일들을, 나 또한 꽤 오랜 시간 새아빠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잘 알 것 같다”면서, “제게도 많은 상처를 주신 분이지만, 그래도 그냥 용서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그루의 사과는 더 큰 분노를 불렀다. 의붓언니는 한층 격앙된 톤으로 “우리를 이용할 조금의 마음도 없었다고 신 앞에 맹세할 수 있나? 새아빠의 손에서 힘들었나? 염치도 없다. 친자식 버리고 당신을 ‘제2의 보아’로 만들어주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준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대응했다.

예비 남편, “진짜 괜찮다”

그녀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의 입장은 어떨까? 그는 10월 8일 자신의 SNS에 “난 진짜 괜찮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었던 적 없었다”며 한그루를 향한 변치 않은 신뢰를 보여줬다. 그다음 날에는 한그루의 고모라고 밝힌 이가 인터넷에 “한창 부모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절을 보낸 우리 조카들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부모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마치 한그루의 잘못인 양 비치는 것 또한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당시 어린 한그루에게는 한때라도 같이했던 언니 오빠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마음 한쪽에 남아 있을 수도…. 오빠, 언니들을 단지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거론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헤아렸다.

연예인들은 싫든 좋든 한번 구축된 이미지는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계속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것이 족쇄가 되기도 한다. 한그루 역시 집안 배경으로 만들어진 ‘엄친딸’ 이미지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올해 3월 발행된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엄친딸’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더라.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막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힘들게 산 부분이 많다”고 고백한 바 있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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