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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ecrets and Lies

윤은혜의 표절 논란과 중국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글 · 김명희 기자

입력 2015.10.19 17:47:00

새로움이 곧 생명력인 패션 생태계에서 표절은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해 행위다. 중국 패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윤은혜의 표절 논란 이면에는 디자인 베끼기를 넘어선,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
윤은혜의 표절 논란과 중국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중국 동방위성TV의 ‘여신의 패션(女神的新衣)’은 5명의 스타가 디자이너와 손잡고 경쟁을 펼치는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매회 스타와 디자이너가 미션에 따라 의상을 만들어 런웨이 무대를 선보이면 6명의 바이어가 이들이 완성한 옷에 베팅을 한다. 5개 팀 중 최고가를 베팅받은 의상은 해당 바이어의 브랜드에서 제작돼 판매된다. 지난해에 시즌 1이 방영됐으며, 윤은혜(31)는 궈비팅, 잉얼, 류윈, 저우웨이 등 중화권 미녀 스타들과 8월 8일부터 방영된 시즌 2에 합류했다. 윤은혜는 과거에 출연했던 드라마 ‘궁’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이 중국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면서 얼굴을 알렸고, ‘여신의 패션’에 출연한 뒤에는 못하는 것이 없는 연예인이라는 의미의 ‘전능예인(全能예人)’이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그런 윤은혜의 베끼기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9월 5일 아르케 윤춘호 디자이너의 SNS를 통해서였다. 그는 윤은혜 팀이 ‘여신의 패션’ 4회(8월 29일 방송)에서 우승을 차지한 의상(낙찰가 49억원)이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람들이 비교해볼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 두 의상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두 의상은 오버사이즈 핏의 화이트 코트를 베이스로 한 점, 프릴의 형태, 소매에 프릴이 부착된 위치 등 디자인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유사했다. 윤은혜는 싱글 브레스트 코트, 윤춘호 디자이너의 옷은 더블 브레스트 코트라는 게 유일하게 다른 부분이었다. 해당 의상은 윤 디자이너가 지난 3월 아르케 2015 F/W 컬렉션, 그것도 피날레에 선보일 만큼 공을 들인 작품이다.

문제의 의상은 윤은혜와 A씨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지우, 이연희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세를 탄 A씨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핸드백 브랜드를 론칭했다. 윤춘호 디자이너는 표절을 확신한 정황으로 윤은혜가 2014 S/S 시즌부터 2015 S/S 시즌까지 아르케의 의상을 협찬받은 점, A씨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8월 2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아르케의 2015 F/W 컬렉션 의상을 빌려간 점 등을 들었다. 윤 디자이너는 SNS에 공론화하기 전, A씨 측에 먼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그녀로부터 “나는 아르케의 옷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이걸 만들자고 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후 언론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윤은혜 측은 표절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또한 코트의 특징적 요소인 프릴은 트렌드를 참고한 것이라며, 빅터앤롤프, 이자벨마랑, 랑방, 드리스반노튼 등 자신이 레퍼런스 삼았다는 여러 브랜드의 컬렉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윤은혜의 의상은 그 어떤 해외 컬렉션 의상보다 윤춘호 의상과 가장 흡사해 오히려 반감을 불러왔다.

‘여신의 패션’과 중국 패션 비즈니스

사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윤춘호 의상이 논란이 되면서 그녀가 ‘여신의 패션’에서 디자인한 옷들이 다시금 불려나왔고 1회, 3회에 내놓은 의상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일었다. 3회에서 A씨와 작업한, 아이들의 낙서 같은 장난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풍성한 실루엣의 실크 스커트는 돌체앤가바나의 2015 S/S 컬렉션 의상을 연상케 한다. 3회에 선보인 또 다른 의상인, 흰색 바탕에 ‘Today is Family day’라는 문구가 쓰인 원피스 역시 돌체앤가바나 원피스의 데자뷔 같다. ‘여신의 패션’ 3회 미션이 ‘엄마와 가족’, 돌체앤가바나 2015 S/S컬렉션의 메인 테마가 ‘엄마에게 경의를(Viva la Mama)’이라는 점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윤은혜의 표절 논란 파트너는 A씨뿐이 아니다. 윤은혜는 1회에서 디자이너 B씨와 호흡을 맞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에게 영감을 받은 블랙 · 화이트 시폰 드레스를 출품했는데, 이는 미국 BCBG 막스 아즈리아가 지난해 내놓은 칵테일 드레스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B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운영하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다.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그의 회사 측은 B씨가 해외 컬렉션 참가차 외국에 머물고 있어 즉각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여신의 패션’은 뷰티와 패션 산업이 고도로 성장 중인 중국에서, 방송과 패션업계가 환상의 호흡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잘 짜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여신의 패션’에서 선보인 제품은 그다음 주에 바로 시장에 나온다. 제작 공정이 패스트 패션 저리 가라, 하는 수준이다. 윤은혜의 의상들이 판매되고 있는 밍싱이추(www.hichao.com)는 회원이 6천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쇼핑몰이다. 여기서 화이트 코트는 50% 세일해 2백85위안(약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의 명품 편집 매장인 I.T에서 판매 중인 아르케 코트에는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 밍싱이추에서 낙서 그림 스커트는 3백29위안(약 6만원), 그래피티 원피스는 3백69위안(약 6만7천원), 오드리 헵번 원피스는 6백99위안(약 1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가운데 돌체앤가바나 스타일의 낙서 스커트는 7천 벌 가까이 팔려나갔다.

중국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됐지만 한국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사실 중국은 짝퉁의 나라라고 할 만큼, 베끼기가 만연해 있다. 온라인 패션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옷 거의 대부분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현지 반응 탓인지, 표절 논란에 대해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은혜의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9월 13일 자신의 웨이보에는 ‘사실 한 번 1등 한 것뿐인데 마치 내가 늘 1등 한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히히’라는 글을 남겨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윤은혜는 ‘여신의 패션’ 촬영을 모두 마치고 9월 18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같은 날 ‘여신의 패션’ 측은 윤은혜의 귀국에 맞춰 공식 웨이보를 통해 “윤은혜 씨는 프로 정신이 강하다. 손 부상 속에서도 패션 디자인을 끝내는 사람이며, 매번 프로그램을 잘 해내려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일가친척도 없는 이곳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디자인에 관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 여신은 계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표절 논란을 의식한 듯 ‘윤은혜 씨 파이팅! 영원히 지지합니다’라는 응원 글을 남겼다.

윤춘호 디자이너는 이번 표절 사건이 정의롭고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소송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표절이라는 것의 기준이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유행이 지나가면 소송에 이겨도 별 실익이 없다.

10월 15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16 S/S 서울 패션 위크가 열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옷이 컬렉션 무대에 올려지고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순간을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면서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한땀 한땀 바느질을 이어갈 것이다. 표절 논란에 대한 윤은혜와 ‘여신의 패션’ 측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대응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윤은혜의 표절 논란과 중국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1 윤은혜가 ‘여신의 패션’ 4회에서 출품해 우승을 차지한 의상과 윤춘호 디자이너의 컬렉션 사진. 여밈 부분을 비롯한 거의 모든 디자인적 요소가 유사하다. 2 윤은혜가 1회에 내놓은 의상은 BCBG 막스 아즈리아의 칵테일 드레스를 떠올리게 한다. 3 4 윤은혜가 내놓은 장난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스커트와 드레스 vs. 돌체앤가바나의 2015 S/S 컬렉션 의상들.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BCBG 막스 아즈리아 밍싱이추 캡처, REX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0월 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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