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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에디터 황경신의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리뷰, “무대 구석의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힐링 뮤지컬”

우먼동아일보

2013. 06. 10

오르던 막이 배우들의 다리 부분에서 잠시 멈춘다. 수십 쌍의 다리가 일사불란하게 스텝을 밟는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잠시 후 막이 오르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배우들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정체성을 알리는 상징적 오프닝이다.

에디터 황경신의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리뷰, “무대 구석의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힐링 뮤지컬”

수십 명의 배우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여럿이 하나가 되어 완성하는 퍼포먼스’란 요소가 작품의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꿈을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주인공 ‘페기 소여’가 극단의 말단 코러스로 시작해 주연급 스타로 도약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얼핏 운 좋은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페기의 인생 역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노력,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디터 황경신의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리뷰, “무대 구석의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힐링 뮤지컬”

이 뮤지컬의 시대적 배경은 극심한 경제 위기에 빠진 1930년대 미국.
트렌치 코트와 모자, 서류가방 같은 모던한 패션으로 치장한 신사 숙녀들은 겉으론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5명이 식당에 가 런치 세트 3개를 주문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코러스들은 잘 먹지 못해 허기진 상태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하지만 공연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주인공 도로시의 스폰서가 지닌 자본이다. 도로시 스폰서의 참견 때문에 남녀주인공은 애정의 절정에서 키스 대신 악수를 나눈다.
게다가 도로시가 부상을 당하자 ‘프리티 레이디’와 코러스들은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다.

시대의 어둠을 유쾌함으로 승화시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진가는 여기에 있다. 이 뮤지컬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유쾌함으로 승화시킨다.
위기 속에 인간미가 피어난다. 도로시를 다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페기가 주인공으로 발탁되도록 하는 일등공신은 페기의 코러스 친구들이다.



에디터 황경신의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리뷰, “무대 구석의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인 힐링 뮤지컬”

코러스 중 한 명인 애니는 주인공이 된 페기의 첫 무대를 응원하며 소리친다.
“좋은 무대를 보여 줘! 쫙 빼 입고 온 무대 밖의 관객들이 아니라 우리들 코러스를 위해서!”
수십 명의 코러스들이 선보이는 무대는 경이롭다. 멋진 군무에 ‘난 무대 위 먼지 같은 코러스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말하던 페기의 목소리가 겹친다.
막이 내릴 때가 되면, 무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코러스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나 보이는 현상을 경험한다. 그 사실만으로 ‘힐링’이 되는 뮤지컬이다.

공연 기간  ~2013.06.30
위치  디큐브아트센터
공연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1회 / 수 오후 3시 1회 / 토 오후 3시, 7시 / 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문의  02-3210-9693



글 • 황경신 <우먼 동아일보 http://thewoman.donga.com 인턴 에디터>
사진 • CJ E&M / 기사제보 wdcul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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