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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잠 못 드는 한 백작을 위해 탄생한~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3.01.10 16:48:17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잠 못 드는 한 백작을 위해 탄생한~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 좌)골드베르크 변주곡 표지, 우)바흐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오고, 잠이 안 들다보니 걱정거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밤잠 설치는 사람들. 요즘도 많지만, 수백 년 전 바흐 시대에도 있었나 봅니다.
바흐가 궁정음악가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준 카이저링크 백작이 그 주인공입니다. 백작은 매일 밤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다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자신의 전속 하프시코드(건반악기) 연주자인 골드베르크에게 연주를 부탁했지만 불면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잠을 청할 수 있는 곡을 바흐에게 의뢰했다고 해요. 바흐는 이전에 자신이 써놓았던 곡을 비롯해 당시 유행했던 민요 선율을 활용해 변주곡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명상적인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를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구성을 지니고 있어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어요. 또, 각각의 변주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선율은 물론이고, 독보적인 개성으로 바흐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죠.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잠 못 드는 한 백작을 위해 탄생한~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 좌)바흐 시대 건반악기 ‘하프시코드’, 우)얀 베르메르 ‘버지널 앞에 서 있는 여인’(영국에서는 하프시코드를 버지널로 부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악기 작품 중 연주시간이 1시간에 이를 정도로 유례없이 길고, 각각의 짧은 악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습니다. 카이저링크 백작이 밤에 이 곡을 들으면서 잠을 잘 수 있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긴 시간 이 곡을 들으면서 마음이 잔잔해졌을 것 같습니다.
한편 생각해보면 바흐시대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는 현을 ‘챙챙’ 울리는 예리한 음색을 갖고 있고, 강약조절이 안 되는지라 잠이 오게 만드는 악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우리는 밤에 잠이 안 와도 전속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없으니 연주를 부탁할 데도 없지만, 쉽게 잠들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세상에서 나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찾는다면 어딘가 기댈 곳을 마련한 듯 마음 한켠이 든든하지 않을까요?

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여성동아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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