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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착한 예능, 인간의 조건2 황토집 습격기

“궁핍함 속에 피어난 우정과 절약정신”

글·김유림 기자 | 사진·KBS 제공

입력 2015.03.17 10:30:00

문명의 이기를 ‘독’으로 변질시키지 않으려면 인간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물질적 궁핍 속에서도 누구보다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KBS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2’ 여섯 멤버들을 찾아 경기도 파주 ‘황토집’을 방문했다.
가난하지만 착한 예능, 인간의 조건2 황토집 습격기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백석리. 도심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데도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공기부터 다르다. 나지막한 뒷동산을 바라보며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풍경의 황토집이 나온다. 하루 5천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간의 조건 2’ 멤버 윤상현, 은지원, 허태희, 봉태규, 현우, 김재영이 ‘5無 라이프(물·전기·휴대전화·쓰레기·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것)’를 실천하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인간의 조건’ 시즌1이 일상 속 실험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조건을 찾았다면, 시즌2는 그 조건들을 모두 섞어놓은 ‘종합판’이자 생활에 직접 적용해보는 ‘실전판’이다. 멤버들을 도심이 아닌 시골에 몰아넣은 것도 이 때문. 실제로 멤버들은 입주 첫날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채워가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급자족하며 인간의 조건을 찾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던 차, 여섯 멤버들이 기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손님 대접을 위해 이들이 준비한 건 뜨끈한 군고구마와 삶은 달걀, 커피. 특히 커피는 친환경 생활 실천이란 모토에 따라 일회용 종이컵이 아닌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텀블러에 따라 줬다. 마당을 둘러본 뒤 들어간 황토집은 차가운 바깥 기온 때문인지 생각보다 따뜻했다. 사람들의 인기척에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 나오던 강아지 ‘똑순이’는 한참동안 바닥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등 재롱을 피웠다. 하루 5천원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느냐를 두고 멤버들끼리 논쟁이 있었지만 이웃 주민이 무상으로 사료를 줘 해결을 봤다. 거실 가운데는 윤상현의 재봉틀이 놓여 있고, 벽에는 멤버들이 직접 그린 물 절약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현우와 김재영이 주워 온 소파 겸 침대도 깨끗하게 빨아놓은 상태였으며 집에서 직접 키워 먹기로 해서 심은 대파 미진이, 여진이, 병수, 동철이는 조금 시들한 모습으로 창가에 줄지어 있었다. 주방에는 재활용센터에서 1만원에 구입한 업소용 냉장고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침실에서는 뽁뽁이 뭉치와 종이 영수증, 비닐봉투를 넣어 만든 베개가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취재진을 맞은 이들은 촬영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매우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은지원은 “주인의식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촬영 횟수만 따지면 10번도 안되지만 체감상으로는 1년 넘게 함께한 것 같다”며 멤버들 간의 친목을 자랑했다. (격주로) 일주일에 3일이나 쉬지 않고 촬영하는 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스럽긴 해도 그 덕에 여섯 멤버 모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개그맨 출신 연기자 허태희도 “자기 전에도 수다를 정말 많이 떠는데, 다 ‘비방용’이라 아쉽다”며 허허 웃었고, 넷째 봉태규 역시 ‘서로 친하다’는 평에 적극 동의했다.

“저는 그냥 여기 오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제작진에게 일주일간 촬영하면 좋겠다고 했어요(웃음).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멤버들끼리 가까워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남자들이 이렇게 쉽게 가슴속에 있는 얘기까지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그래서 프로그램에 더 애정이 가요.”

가난하지만 착한 예능, 인간의 조건2 황토집 습격기

1 황토집을 방문한 기자들을 위해 군고구마를 직접 구워준 여섯 멤버. 2 지난 3월 13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인간의 조건 2’ 촬영 현장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황토집에서 친환경생활을 실천하는 여섯 멤버들의 실체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3 ‘인간의 조건 2’ 여섯 멤버. 왼쪽부터 윤상현, 은지원, 봉태규, 허태희, 현우, 김재영.

꽃미남 멤버들 적극 도와주는 마을 어르신들



그렇다면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생활 방식에는 얼마나 적응이 됐을까. 이날 멤버 모두가 노란색 트레이닝복으로 맞춰 입은 이유는 ‘옷 없이 살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각자 걸친 아우터는 재활용센터에서 1천원에 득템한 것들이라고 한다.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 어느 것 하나 넉넉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들은 불편함에 앞서 ‘깨달음’을 하나씩 얻고 있는 듯 보였다.

막내 라인의 다섯째, 가수 겸 연기자 현우는 “그동안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방송을 본 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우리들이 아주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물을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는 모습 등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 연기자 김재영 역시 물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로는 샤워할 때 뜨거운 물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화장실 변기에 페트병도 집어 넣는 등 실생활에서 절약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새신랑이 된 윤상현은 맏형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똑순이를 위해 강아지 집을 짓고 놀이용 네트와 밥상까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며 진정한 ‘DIY맨’으로 거듭난 것. 입주 첫날 집주인이 방치해놓은 군고구마 통을 실내로 옮긴 뒤 연통을 연결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최근에는 재봉틀 사용법까지 배우고 있는 중. 조만간 이사 계획이 있다는 윤상현은 “아내(메이비)를 위해 암막 커튼을 예쁘게 만들어 새집에 달아줄 계획”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신혼임에도 일주일에 3일이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이 괴로운 듯 윤상현은 “아 미치겠다. 여기서 내가 뭐하고 있나 싶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멤버들이 황토집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건 인근 주민들의 도움. 첫날 아무것도 없던 멤버들에게 따뜻한 돗자리를 내어주기도 했고, 허태희가 실수로 우물에 물 뜨는 바가지를 빠뜨렸을 때 갈퀴를 챙겨 온 사람도 마을 어르신이었다. 정미영 PD는 “처음엔 민폐가 될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들 멤버들을 귀여워해주시고 뭐 하나라도 챙겨주시려고 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똑순이의 등장과 멤버들끼리 게임하며 노는 모습 때문에 항간에는 “‘인간의 조건’이 ‘삼시세끼’와 ‘1박 2일’을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 키우면 다 ‘삼시세끼’야? 게임하면 다 ‘1박 2일’이고?”라는 은지원의 말처럼, 100% 청정 무공해 삶은 분명 ‘인간의 조건’에서만 가능한 포맷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이지은

여성동아 2015년 3월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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