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료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라우라 디질리오 박사.
“의대 졸업 후 민간 제약회사에서 일했는데 근무 여건도 만족스럽고 보람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여기엔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아버지 역시 내과 의사였는데,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셨거든요.”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로서의 소명이 몸에 밴 그는 ‘이머전시(Emergency)’라는 기구 소속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이머전시는 이탈리아 내 의료봉사 단체로,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유럽으로 오는 난민 구호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으며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발생 지역에 의료진을 파견하기도 했다.
“한 해 수십만 명의 아프리카 난민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어요. 작은 배에 선장도 없이 많은 인원이 탑승했다가 파도를 만나 배가 난파되거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아요. 그 가운데는 어린이, 임신한 여성, 고령자들도 포함돼 있죠. 내전과 질병, 기아 등으로 고통받으며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 더 안타까웠어요. 그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의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IVI에 지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IVI는 한국이 세계에 주는 선물, 한국인들은 자부심 갖길
IVI는 저가 경구용 백신을 개발, 개발도상국에 보급해 콜레라로부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백신 연구 전문가나 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IVI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거리에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물어본다면 글쎄요?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공공 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니만큼 IVI가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특히 한국인들은 IVI 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한국전쟁 당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이제는 IVI를 통해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거잖아요. IVI는 한국이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IVI로 옮기기에 앞서 한국을 찾은 것이 첫 한국방문이었다는 디질리오 박사는 가족을 중시하고 인정이 많은 점 등 한국인과 이탈리아 사람들은 닮은 부분이 많다며 웃었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열린 자세가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듯했다.
국제백신연구소&후원 방법
백신의 개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금인데,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질병인 장티푸스 및 콜레라 백신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IVI는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백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이 이 백신을 도입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의료봉사 기구인 국경없는의사회, 파트너스인헬스(PIH) 등은 IVI가 개발한 백신을 재난 지역 등 전 세계의 필요한 지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IVI 기부 릴레이 프로그램인 기빙백(GIVING VAC) 캠페인, IVI 한국후원회(www.ivisupport.or.kr)의 기념일 후원, 병원 후원, 멀리건 후원 등을 통해 IVI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
■ 디자인·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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