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명희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신세계 블랑앤에클레어 atti.K REX 제공
입력 2015.01.15 15:15:00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관심은 스타들이 착용하는 브랜드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젠 빅토리아 베컴의 영혼이 깃든 옷을 입고, 고현정이 디자인한 가방을 메고, 제시카가 만든 선글라스를 쓴다. 패션은 패션일 뿐이라고 말하지 마시길. 패션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는 스타 브랜드 이야기.
쇼핑 아이콘의 놀라운 변신, 빅토리아 베컴 She&Fashion 한때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최대 관심은 빅토리아 베컴(42)이 어느 명품 매장에서 얼마치의 물건을 사느냐였다. 인기 걸 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 출신이자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그는 쇼핑의 아이콘이었으며,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WAGS(Wives and Girlfriends·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의 아내와 여자친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섭렵하고 안목을 키운 그는 남이 만들어준 옷에 만족하지 않고 2004년 한 청바지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VB Rock’이라는 청바지를 출시하며 디자인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2008년에는 뉴욕패션위크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빅토리아 베컴’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의 브랜드에는 의상과 핸드백, 데님, 선글라스, 액세서리 등이 포함돼 있다. 디자인은 베컴의 평소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심플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이며, 컬러 역시 블랙, 화이트, 베이지 등 모노톤이 주조를 이룬다.

1 패션 사업가로 주목 받고 있는 빅토리아 베컴. 그녀의 브랜드 스토어에서. 2 6 데이비드 베컴과 안나 윈투어는 빅토리아 패션쇼 프런트 로 단골손님. 3 4 5 빅토리아 베컴의 2015 S/S 컬렉션.
에르메스 같은 최고급 지향, 애슐리&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
They&Fashion 쌍둥이인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트 올슨(29) 자매는 본업인 연기보다 디자이너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86년생인 이들은 생후 9개월 만에 미국 ABC 인기 시트콤 ‘풀하우스’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유명한 쌍둥이라는 점은 이들의 패션에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 메리 케이트 올슨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14세가 돼서야 비로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옷을 골라 입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늘 어른들이 골라주는 똑같은 옷을 입어야 했고,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패션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10대에 일찌감치 패션 워너비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20대에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감각을 키웠다.

1 2014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벌키한 스타일의 니트. 2 편안한 가운데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더 로우 부티크. 3 4 더 로우의 백과 트렌치코트. 5 올슨 자매가 디자인한 블랙 가죽 원피스를 입은 카메론 디아즈.
소녀에서 패션 전사로! 제시카
She&Fashion 지난해 9월 소녀시대를 탈퇴한 제시카(26)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블랑 앤 에클레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0월 중순 중국 상하이 레인크로포드 백화점 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마리끌레르’ 홍콩판 12월호 표지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중국 백화점 행사에는 남자 친구 타일러 권도 동행했다. 재미교포 금융인 출신인 타일러 권은 블랑 앤 에클레어의 중화권 백화점 입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제시카는 소녀시대 가운데 사복 패션 센스가 가장 뛰어난 멤버로 손꼽혔고, 종종 직접 스타일링한 공항 패션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디자이너 손정완은 한 인터뷰에서 그의 감각을 높게 평가하며 “무대나 방송에서는 여성스럽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공항 등 일상에서는 세련된 옷차림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맞춰 개성을 담아낸다”고 평했다. 덕분에 역시 패션 감각이 뛰어난 동생 f(x) 멤버 크리스탈과 함께 한국의 올슨 자매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패션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그가 소녀시대를 떠나 패션 비즈니스에 몸을 담은 건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마리끌레르’ 홍콩판 인터뷰에서 “내 몸 안에는 연예계의 피도 흐르지만 패션 사업가의 피도 흐른다. 나는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고, 목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일을 다 잘 해내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합리적인 품격, 고현정
She&Fashion 고현정(44)은 지난해 10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이 품격 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패션 브랜드 ‘atti.K’를 론칭했다. ‘atti’는 태도를 뜻하는 ‘attitude’라는 단어에서, ‘K’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에서 따왔다. 늘 타인의 주목을 받는 톱스타 그리고 재벌가 안주인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패션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atti.K’를 론칭한 후 한 인터뷰에서 “이혼한 뒤 자존감 회복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정말이지 연기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오죽하면 외국의 명망 있는 집에서 메이드라도 할까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atti.K’는 연기 못지않게 패션을 사랑하는 고현정이 자신의 감각을 펼쳐 보이는 출발선인 셈이다.

■ 디자인·김석임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월 6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