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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출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가족이 모여 자주 저녁 식사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여성가족부 제공

입력 2014.12.17 15:39:00

지난 7월 여성가족부의 수장을 맡은 김희정 장관. 2004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의원 임기 중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한 ‘워킹맘’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가사의 고충을 피부로 느낀다는 그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출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최근 ‘일밤-아빠! 어디가?’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 육아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마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육아의 경계가 무너지는 세태를 반영해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다. 이른바 ‘워킹맘’이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7월 ‘일과 가정 양립’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새 수장이 된 김희정(43·새누리당 국회의원) 장관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장관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 자신도 6세 된 딸과 3세 아들을 둔 워킹맘인지라 정책 수요자이자 공급자로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중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서 만삭의 몸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995년 정치에 발을 들인 후 그의 이름 앞에는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33세로 전국에서 최연소로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고, 2009년에는 초대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취임해 최연소 정부 산하 기관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서도 최연소이자 홍일점 장관으로 남다른 주목을 끌어온 그를 11월 4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집무실에서 만났다.

유산 후 경험한 임신과 출산의 기쁨 말로 다 표현 못해

▼ 노령 맘 기준이 만 35세인데 두 아이 모두 35세 이후에 낳았습니다. 노산이라 고생이 여간 아니었겠습니다.



다 엄마의 힘으로 버텼지요(웃음). 노산은 검사받아야 하는 것이 많은데 첫아이를 39세에 낳았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병원에서 산모수첩에 노산 위험성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항목을 적어줬는데 그중 장점이 하나 있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서 아기로 인한 가정불화가 덜하다는 거요. 이거 하나로 노령 맘을 위로해주려나 보다 생각했어요. 늦깎이 엄마로 드리는 말씀인데, 나이 많다고 위축되지 말고 자신 있게 아이를 낳으십시오.

▼ 17,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임신, 출산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실은 17대 임기 중 결혼도 하고 첫 임신도 했는데 아주 초기에 유산됐어요. 주변 사람들에겐 알리지 않았지만 친정어머니와 아버지, 시어머니는 알고 계셨어요. 18대 총선에서 떨어지고 겸임교수를 하고 있을 때 큰아이를 임신했는데 또 그런 일이 있을까 봐 가족에게 그 사실을 바로 알리기가 꺼려졌어요. 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주변 사람들은 임신한 줄도 몰랐어요. 한 아이는 5월생, 다른 아이는 6월생이라서 두꺼운 외투를 입는 겨울까지는 표가 안 났어요. 대신 한겨울에 온 종일 서서 김장 김치 담그는 봉사를 할 때마다 입덧 때문에 남모르게 고생 좀 했죠(웃음).

▼ 입덧이 심했나요.

구역질을 안 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머리가 빙빙 돌고 속이 메스꺼워 꼭 뱃멀미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평소 정말 좋아하는 밥 냄새도 싫어졌지요. 입덧을 억제하려고 사탕을 봉지째 갖고 다니면서 입에 계속 달고 살았죠.

▼ 유산의 충격이 컸겠네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친 게 마음 편치 않았어요. 임신 초기에는 착상이 잘못돼 유산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초기에 그런 일을 겪고 났더니 출산의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어르신들은 아이가 배 안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하는데 저는 출산 후 아이가 눈에 보이니까 안심이 되고 더 좋았어요.

▼ 출산 직전까지 일을 했나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강의만 해서 시간적으로 좀 여유가 있었어요. 지구당 위원장을 겸할 때지만 ‘나인 투 식스(9 to 6)’ 근무가 아니라서 임신 중에는 편안했는데 출산 직전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돼 산후가 좀 힘들었어요. 원래 출범 날짜가 한 달쯤 남았었는데 갑자기 언론사와 백악관 홈페이지까지 마비시킨 7·7디도스 사건이 터져서 그 일을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었거든요. 산후조리원에서 업무를 하느라 노트북을 끌어안고 살다시피 했죠(웃음).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할 겨를이 있더냐고 질문을 던지자 특유의 유머 감각이 발동한다.

“좀 붓지 않았습니까? 이 모습이 후유증입니다. 하하하.”

국회 직장어린이집과 아이 돌봄 서비스로 육아 걱정 덜어

장관과 국회의원을 겸직 중인 그에게도 여성가족부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만은 않을 터. 무엇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 매여 있는 워킹맘의 가장 큰 고충은 육아다. 김 장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직장어린이집 신세를 지고 있다.

“국회에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잘돼 있어요. 정부서울청사에도 어린이집이 있는데, 어린이집을 옮기면 아이들이 새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어서 지금도 다니던 곳에 계속 다니고 있어요. 겸직하기 전부터 아침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국회로 출근해 직장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그게 여의치 않을 때도 있어서 등·하원 도와주는 분을 구했어요.”

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출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아이들이 집에 오면 엄마를 찾지 않나요.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아이들이 더 어릴 때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교대로 육아를 도와주셨어요. 둘째 때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종일제 ‘아이 돌봄 서비스’를 12개월 동안 이용했어요. 이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그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낀 문제점들을 지적해 개선하게 했어요. 한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꾸준히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 12개월은 너무 짧으니 서비스 기간을 24개월로 확대하자고 했죠.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할 경우 어린이의 집으로 아이 돌봄 선생님을 파견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기간이 올해부터 12개월에서 24개월로 늘어난 데다, 정부가 인증한 아이 돌봄 선생님에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고 90시간 동안 아이 돌봄 서비스 교육을 받은 여성에게 아이 돌봄 선생님 자격을 부여할 뿐 아니라 4대 보험과 퇴직급여를 지급하고 시간당 수당을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다. 김 장관은 “아이를 돌보는 데 무리가 없는 여성은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아이 돌봄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며 “아이 돌봄 선생님이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과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가사와 육아로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해소할 순 없다. 남편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 김 장관의 남편은 어떨까.

“마인드 세팅은 잘돼 있는 사람이에요. 가사나 육아를 남편이 할 수도 있고, 아내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문제는 둘 다 야근을 하니까 가사나 육아에 힘쓸 절대 시간 자체가 부족한 거예요. 가사나 육아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어도 몸이 안 받쳐주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집에서는 소파에 몸이 붙어 있어요. 정신은 깨어 있는데 몸이 잠드는 거죠.”

▼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안이 있습니까.

직장에 다니는 기혼 남녀에게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주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고 하는 거예요. 야근을 해야 소화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업무를 일부 떼어서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 창출을 해야 합니다. 가사나 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돼 처음부터 업무에 완전히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은 시간제 일자리로 워밍업을 하게 한 다음 아이들이 크고 나서 전일제로 바꿀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조성돼야 해요. 예전에는 여성가족부에서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여성단체와 협업을 주로 했는데 요즘은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을 활발하게 추진해요. 이것도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예요.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와 ‘가족사랑의 날’을 만든 이유죠.

정책이 어느 한쪽 성별에 기울지 않아야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는 직장어린이집을 갖추고 있으며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일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심사를 통해 인증한 후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김 장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기관을 모두 합쳐 9백56곳이 인증을 받았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는 ‘가족사랑의 날’ 캠페인을 매주 수요일에 실시해왔다. 최근 영화나 공연, 전시 등을 ‘가족사랑의 날’과 연계해 할인이벤트를 벌이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가 부쩍 늘어난 이유다.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 내에 여성 인력 테스크포스팀을 두고 기업 경영이나 인사를 맡는 실무진과 수차례 미팅을 거쳐 근로 문화의 변화를 유도한다”며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강연이나 간담회에서도 모기업뿐 아니라 자회사나 협력사까지 가족 친화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하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은 워킹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주요 타깃은 워킹대디”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출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1 11월 1일 제9회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포상식에 참석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2 11월 13일 대웅제약 별관 베어홀에서 열린 ‘오! 마이 베이비 토크 콘서트’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설명하는 김희정 장관. 3 김 장관은 11월 12일 성폭력 추방 주간 기념 행사가 열린 부산 어린이대공원을 찾아 여성·아동 안심 비상벨 개통을 시연했다.



“아빠의 자리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아빠의 일과 가정 양립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아빠가 일만을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니 가정에서 자기 자리를 잃어버린 겁니다. 여성만 여성가족부의 정책 대상이 아니에요. 우리 부처의 모법도 여성가정기본법에서 올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어요. 성별 평가를 통해 남자나 여자, 어느 한쪽 성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찾아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도 여성가족부의 주 업무 중 하나예요. 여성가족부의 정책도 그런 흐름 속에서 양성 평등을 이뤄가고 있죠.”

취임 후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일 가운데 신선한 정책이 여럿 눈에 띈다. 지난해 3월 자신이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을 해당 부처의 장관이 돼 실행 중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이라든지 남녀 모두 다운로드만 하면 임신·출산·육아기·학령기 등 생애 주기별로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과 정보를 볼 수 있는 ‘일·가정톡톡 모바일 앱’, 성인 인증 후 주소를 검색하면 주변 성범죄자 정보가 뜨는 ‘성범죄알림e 모바일 앱’이 그것. 13세 이상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상담 전화도 있다. ‘1388’이라는 콜 센터다.

“1388은 13세 이상 남녀노소를 팔팔하게 돌보겠단 의미예요. 자살과 왕따 문제, 학업에 관해서도 상담할 수 있고 심지어 노무 상담까지 가능해요. 상담뿐 아니라 치유까지 받고 싶다면 전국 시도에 있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찾으면 돼요. 상담 후 치료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어요. 어른이 아닌 또래와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에겐 또래 상담가를 만나게 해줘요. 효과가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가 또래 상담이에요. 시간은 미리 잡아야 하지만 별도의 상담비는 들지 않아요.”

국회의원 임기 중 결혼과 출산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남편과 싸우면 늘 판정패로 싱겁게 끝나

김 장관은 사전에 질의서를 받지 않고도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는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다. 일에 대한 책임감도 남달라 보였다. 정계에 발을 들인 후 일에 몰두하며 바쁘게 살아온 이 여자, 대체 연애할 겨를이나 있었을지 의문이 생겼다. 김 장관에게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 달라”고 부탁하자 그가 멋쩍게 웃으며 옛일을 떠올렸다.

“오래된 이야기라서 새삼스럽네요(웃음). 남편과 2003년 이른바 007팅으로 만났어요. 어머니의 친구가 시어머니를 알게 돼서 전화번호를 양쪽에 각각 주셨거든요. 남편은 LG전자에 다니는 회사원이에요.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2년간 연애하다 2005년 결혼했죠.”

▼ 성격이 잘 맞나요.

잘 맞아요. 저는 매사에 엄격한 편인데 남편은 따뜻하고 자상한 성격이라서 제게 부족한 면을 채워준다고나 할까요.

▼ 서로 다투기도 합니까.

세상에 부부싸움을 안 하는 부부도 있나요? 저희라고 왜 안 하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쏘아대도 남편이 공격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으니까 나중에 제 꼴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사과도 결국 제가 먼저 해요. 그러면서 이런 부분은 내가 잘못했지만 이런 부분은 당신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면 남편도 순순히 수긍해요. 싸움이 진전되지 않아요. 싱겁게 끝나죠. 하하하.

여성가족부의 모든 직원들이 집 밖에서든, 안에서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족사랑의 날’인 매주 수요일이면 “다른 데로 새지들 말고 가족과 함께하라”며 칼퇴근을 독려하는 김희정 장관. 현직 장관 중 최연소지만 통 큰 리더십으로 다른 부처와의 협업에도 능한 그가 여성가족부의 수장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가족이 모여 자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매주 수요일에는 놀이공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 할인카드나 제휴카드 없이도 혜택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녔거든요. 그 혜택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면 좋겠어요. 가화만사성입니다(웃음).”

여성동아 2014년 12월 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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