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팅과 맛집 투어를 결합한 이벤트 로맨틱 그랑서울에는 싱글 남녀 1백 쌍이 참가했다. 2 참가자들은 팔찌에 쓰여 있는 식당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시작한다.
로맨틱 그랑서울의 모티프가 된 일본의 ‘마치콘’은 거리나 지역을 뜻하는 ‘마치(マチ)’와 미팅을 뜻하는 ‘고콘(合コン)’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거리 미팅’이다. 일본에선 만혼화, 비혼화를 해소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4년 처음 마치콘을 열었으며 이제는 한번 개최될 때마다 수천 명의 솔로가 참가하는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마치콘에서 만난 후 나중에 따로 데이트를 즐긴 참가자가 40%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참여 방식은 간단하다. 거리의 식당을 돌며 식사를 하다가 관심 가는 이성에게 말을 걸거나, 스태프가 지정해주는 사람과 제한된 시간 동안 함께 식사를 하는 것. 그러다 또 다른 이성을 만나러 자리를 떠나면 그뿐이다. 한국판 마치콘 개최 소식에 로맨틱 그랑서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회자된 것도 부담 없는 쿨한 만남이라는 매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3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참가자들. 4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4곳의 음식점을 돌며 이성을 만났다. 5 짝을 찾지 못한 참가자들이 ‘러브 커넥트’ 게시판에 메모를 남기고 있다.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이 흐른 오후 2시 30분, 주관사로부터 신청자의 98%가 참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먼저 신청 부스에서 팔찌로 된 입장권을 받은 참가자들은 팔찌에 무작위로 쓰여 있는 식당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시작했다. 남성 참가자 두 명이 자리를 잡고 앉으면 스태프가 여성 참가자 두 명을 짝지어주거나 혹은 그 반대. 난생처음 보는 미팅 방식, 처음에는 서바이벌 경기에 나서기라도 한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한층 적극적인 자세로 이성을 찾아 나섰다.
한 식당에서 머무를 수 있는 45분이 지나자 네 명이 함께 다른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연락처를 주고받는 등 자연스럽게 인연을 찾아갔다. 물론 시간을 채우지 않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성들, 그들을 바라보는 남성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씁쓸함도 보였다. 더러는 자신의 이상형과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써서 ‘러브 커넥트’라는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총 1백 쌍의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4곳의 음식점을 돌며 평균 3~4명의 이성을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짝을 찾기보다 음식에 더 관심을 보이는 참가자들도 있었고,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잘못 온 것 같다’며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20대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벌써 분위기가 달아오른 커플도 있었다. 이날 얼마나 많은 커플이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연애 시작과 끝의 온도가 깐깐하고 차가울 뿐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든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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