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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평정한 파워우먼

펑리위안부터 레티시아 왕비까지

글·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4.08.18 10:38:00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해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꼽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인물들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패셔니스타라는 점!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그들의 패션 전쟁을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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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완판녀 | 펑리위안

패션계 평정한 파워우먼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52). 연예인 출신의 퍼스트레이디지만 그의 인기는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 더욱 높아졌다. 시진핑 주석의 최고 조력자이자 외교활동에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그의 부인, 펑리위안이기 때문이다.

그의 인기는 중국 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펑리위안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은 해외 언론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 그는 시 주석의 해외 방문 대부분에 동행하며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펼침으로써 긴장 일변도로 흐를 수 있는 정치·외교 관계를 호의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수완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정치 스타일이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뀐 것도 있지만 여기엔 펑리위안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의 연예 잡지 ‘배너티 페어’가 뽑은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그의 패션 감각은 중국의 이미지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격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길에 선보였던 의상과 가방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중국 패션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모스크바 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짙은 네이비 컬러의 트렌치코트에 온화한 파스텔 블루 컬러의 스카프를 매치해 블루 넥타이를 코디한 시 주석과 멋진 커플 룩을 연출했다. 이틀 후인 아프리카 방문 때는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개량한 화이트 투피스에 화이트 핸드백, 그리고 반짝이는 골드 샌들로 포인트를 주어 주목받았다.



올해 3월, 또 한 명의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미셸 오바마가 중국을 방문하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셸 오바마와 펑리위안의 스타일, 누가 더 나은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펑리위안의 승리! 세계 여성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미셸 오바마를 가볍게 누른 비결은 무엇일까.

패션의 완성은 애티튜드

펑리위안의 패션 감각이 특히 칭송받는 이유는 옷과 액세서리들이 자신의 지위와 신분, 캐릭터를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잊지 않는 애티튜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러시아 순방 기간 동안 고아원을 방문한 그는 따스한 캐멀 컬러의 여성스러운 허리 라인이 돋보이는 슈트를 입어 따스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함께했다.

한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난 7월 3일 시 주석과 함께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도착한 그는 자연스럽고 기품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린 계열의 그러데이션 블라우스와 블랙 H라인 스커트, 그리고 짧은 볼레로 재킷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심플한 블랙 클러치백과 힐, 진주 귀고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품위 있는 퍼스트레이디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포인트로 활용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크림 베이지 컬러의 볼레로.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짧은 길이와 둥근 어깨선, 넉넉한 소매 디자인은 중국을 대표해 한국을 방문하는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예의를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는 단아한 화이트 원피스 재킷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떠올리게 하는 원피스에는 특유의 차이니스칼라와 자잘한 단추들을 달아 세련된 디테일을 표현했고, 여기에 짙은 그린 계열의 코르사주로 장식해 심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를 자아냈다. 백의민족인 한국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와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한국 방문 일정 동안 펑리위안이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중국의 내셔널 브랜드라고 한다.

그의 완판녀 타이틀은 패션 아이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을 방문한 펑리위안이 동대문의 쇼핑몰 롯데피트인 매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그곳을 찾아 펑리위안이 구입했다는 찹쌀 약과와 곡물 과자, 나전칠기 머리핀, 전통 고추장 등을 너도나도 구매해갔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구매했다는 자개 공예품 전문점 ‘나빌레라’의 자개 머리핀은 일찌감치 품절 사태를 맞았다.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내면까지도 속속들이 닮고 싶어지는 펑리위안. 가히 중국 최고의 트렌드세터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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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특급 신데렐라 | 케이트 미들턴

극성스런 파파라치들의 카메라 셔터 세례로 곤혹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32). 군살 없이 늘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 그 어떤 아이템도 멋지게 소화해내는 뛰어난 패션 센스까지 외모와 스타일만으로도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질시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것.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2001년 세인트앤드루스대 재학 중 윌리엄 왕세손과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에까지 이른 현대판 신데렐라의 전형이다.

케이트는 알렉산더 맥퀸, 제니 팩햄 같은 고가의 디자이너 의상뿐 아니라 자라와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옷도 즐겨 입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조지 왕자를 출산하면서 입었던 임부복은 물론 조지 왕자가 착용한 유아복, 그리고 육아용품으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그가 입은 임부복들은 ‘임부복은 여성미를 고려하지 않은 펑퍼짐한 디자인’이라는 편견을 깬,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연일 화제에 올랐다.

그는 평소 레드와 그린, 옐로, 영국 왕실의 상징인 로열 블루 등 원색의 군더더기 없이 시크한 원피스를 즐겨 입는 편이다. 블랙이나 그레이, 화이트 등의 차분한 컬러 의상이나 과감한 프린트의 아이템들도 자신만의 기품 있는 스타일로 완성해낸다. 특히 액세서리와 소품 등을 이용해 같은 옷도 색다르게 소화해낼 줄 아는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는 것이 패션 전문가들의 평가다. 심지어 의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아이템들도 그가 착용하면 그대로 히트 상품 반열에 등극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뉴질랜드 방문 시 어린 소녀로부터 선물받아 착용했던 어린이용 룸 밴드. 그의 빨간 원피스 소매 끝에 살짝 드러난 룸 밴드는 순식간에 품절 사태를 맞으며 제조업체인 허비크래프에 331% 매출 급증이라는 놀라운 이익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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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의 뉴 아이콘 | 레티시아 오르티스

지난 6월 19일, 펠리페 6세가 스페인 국왕에 즉위하면서 그의 부인인 레티시아 오르티스(41) 왕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3년, 스페인의 펠리페 왕자가 약혼을 발표하던 날 예비신부인 레티시아는 왕실 여인들의 교복이라 불리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레이디라이크룩 대신 화이트 컬러의 헐렁한 슬랙스와 재킷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옷이 스페인의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의 제품이었다는 것!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디자인에 반영해 1~2주 간격으로 신상품을 선보이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왕실의 약혼녀가 공식석상에 입고 나왔다는 것은 보수적인 유럽 왕실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수려한 외모에 종군기자 출신의 독특한 경력, 지성과 미모를 모두 갖춘 신세대 왕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티시아는 ‘일상이 곧 패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범한 듯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평범하고 꾸밈없는 생활방식으로 스페인 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어냈다. 스페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는 현지 일간지 ABC와 에페통신사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한 번의 이혼 전력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의 존재는 하향세를 걷고 있던 스페인 왕실의 인기를 다시금 일으켜세운 주역이자 케이트 미들턴에 견줄 만한 유럽 왕실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다.

지난 6월, 스페인의 한 패션 시상식에 참석한 레티시아는 스페인 디자이너들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면서 “디자인은 스페인이라는 상표를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국가관과 패션 철학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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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넘치는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 | 미셸 오바마

퍼스트레이디는 권위와 품위가 넘쳐야 한다? 미셸 오바마(50)의 패션 스타일과 행적은 정치계의 뜨거운 감자다. 영국 BBC는 지난 7월 10일(현지 시간) 자 보도를 통해 미국의 보수 웹사이트 ‘휴먼 이벤츠’가 6월에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재클린 케네디와 미셸 오바마의 비교 사진을 게재했고, 이는 2만5천 건의 공유와 7천 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논란의 핵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제모도 하지 않고, 외모에도 신경 쓰지 않는 여자”라고 미셸을 폄훼하고 있지만 그는 이미 ‘보그’와 ‘글래머’ 등 세계적인 패션지의 표지를 장식할 만큼 인증된 패셔니스타다. 심지어 패션계에선 건강하고 자유로운 그의 모습을 폄훼하고 순종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과 흑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을 정도.

미셸 표 패션 스타일의 핵심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자신감 넘치는 표현 방식에 있다. 180cm의 훤칠한 키와 역동적인 몸매는 과감한 컬러의 선택과 화려한 패턴의 믹스 매치, 그리고 중저가 브랜드도 고급스럽게 표현해내는 그만의 애티튜드와 어우러져 진취적인 여성상을 자연스럽게 대변하고 있다.

그는 제이슨 우, 이자벨 톨레도 같은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의상은 물론 제이크루와 같은 미국의 대중적인 브랜드 의상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TV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도 10만원 미만의 저가 내셔널 브랜드 의상을 자신이 가진 액세서리와 매치해 센스 있는 스타일을 완성해내곤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미셸 오바마의 패션이 미친 경제적 파급 효과는 27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의 패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여성동아 2014년 8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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