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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故 박예슬 못다 핀 꿈 이뤄지던 날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4.07.29 10:25:00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박예슬 양.
소녀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예슬 양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마련했다.
단원고 故 박예슬 못다 핀 꿈 이뤄지던 날
지난 7월 4일,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디자이너를 꿈꿨던 단원고 박예슬 양을 위한 전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갤러리는 정식 오픈 한 시간 전 특별한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주인공은 예슬 양 가족이었다. 서촌갤러리는 정식 오픈에 앞서 이들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딸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 씨는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시회가 있기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시회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먹먹해졌다”면서 “막상 이렇게 보니 정말 좋다. 잘 구성된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내가 꿈꾸는 집, 남자친구와 입고 싶은 옷

서촌갤러리 작은 공간에는 예슬 양이 유치원 때 그린 가족 그림부터 사고 이틀 전 그린 정물화까지 4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딸의 재능을 눈여겨본 아버지가 “나중에 전시회라도 열어주기 위해서” 모은 작품들이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이 소망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날 화제를 모은 작품 중 하나는 박예슬 양이 스케치한 구두였다. 예슬 양의 스케치는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 씨의 손을 통해 실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제작된 예슬 양 구두는 아름다웠다. 구두 사이즈는 예슬 양 어머니의 발에 맞췄다. 전시회 진행을 도운 한 자원봉사자는 “예슬 양의 어머니가 구두를 여러 번 신어봤다. 정말 꼭 맞는다고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예슬 양이 남자친구와 입고 싶다며 스케치한 커플 룩도 김숙경 씨의 손을 거쳐 실물로 제작됐다. 소녀의 설렘이 담뿍 담긴 옷이다. 전시회가 끝나면 남자 옷은 원래 주인인 남자친구에게로, 여자 옷은 예슬 양의 여동생에게 건네질 예정이다.



예슬 양이 살고 싶은 집도 현실화됐다. 예슬 양이 살고 싶은 집을 그린 도면을 바탕으로 전시장 공간 배치를 했다. ‘도트 무늬가 어울리는 커튼’ ‘따로 사지 않아도 되는 오븐’ ‘심심함을 채워주는 스티커’ ‘대리석으로 된 화이트 싱크대’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주방 도면도 있었다.

이날만큼은, 슬퍼하지 말자

이 자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허진호 감독 등의 모습도 보였다. 문 의원은 “예슬 양의 꿈이 이루어진 날이니 이날만큼은 슬퍼하지 말고 가족들에게 축하를 건네자”고 했다. 예슬 양과 미술학원을 함께 다닌 친구도 안산에서 찾아왔다. 예슬 양의 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그 친구는 “예슬이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 엉엉 울었다. 토론토에서 온 관람객도 있었다.

SNS에 ‘(세월호 사건에 관련한) 잔혹한 예언’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고,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던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도 이 자리에 참석해 눈시울을 붉혔다. 최 교수는 “TV에 나오는 사건들은 타자화하기 쉽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슬 양의 전시를 통해 이 사건을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은 예슬 양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전시회는 예슬이가 아버지에게 남긴 마지막 생일 선물이 됐다. 전시 종료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와 주말 오전 11시~오후 6시, 입장료는 무료다.

단원고 故 박예슬 못다 핀 꿈 이뤄지던 날


여성동아 2014년 8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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