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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소길댁’ 이효리의 소소한 일상

글·구희언 기자 | 사진·이효리 블로그 캡처

2014. 07. 15

지난해 가수 이상순과 결혼해 제주도에 신혼집을 꾸린 이효리가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가 공개하는 소소한 일상은 우리와 다르지 않게 사는 그가 얼마나 특별한지 보여준다.

‘소길댁’ 이효리의 소소한 일상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 숲을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

가수 이효리(35)가 6월 11일 자신의 블로그에 ‘모순’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그는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 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에는 3천여 개의 응원과 공감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 9월 가수 이상순(40)과 결혼한 이효리는 제주도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5월 28일 블로그를 개설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블로그는 개설 3주 만에 방문자 수 2백80만 명을 넘기며 식지 않는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6월 10일 쓴 ‘롱다리’라는 글에는 자기 그림자를 찍은 사진과 함께 연예계 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를 적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짧은 내 다리가 싫었다. 특히 연예계에서 생활하며 주변에 늘씬한 긴 다리들이 부러웠다. 다리만 좀 더 길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바지에 낡은 단화를 신고 여리여리 돌아다니고도 싶었다. 사람들이 눈치챌까 조마조마했고, 눈치챈 사람들의 댓글에 마음은 따끔따끔했다. 얼굴이 예뻐…, 허리가 예뻐…, 이런 말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다 갖고 싶었다.’

그는 그 아래 검은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적었다. ‘쯧쯧 인간아 그 정도면 됐구먼 뭘 그렇게 바라냥~ 니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고, 맘껏 뛸 수도 있으며, 흥 날 땐 개다리 춤도 출 수 있으면서 건강한 다리가 있음에 감사하기도 모자란 시간이다냥~~ 나 봐라 짧아도 사는 데 지장 없다냥~~.’



단순히 일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다는 점이 그의 블로그의 인기 비결. 블로그에서는 이외에도 부부의 소박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산딸기를 따서 디저트로 먹고, 순심이의 털을 직접 밀어주고, 선배 가수 장필순의 집에 갔다가 막걸리 한 사발에 뻗어버린 이효리의 모습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문에 쪼그려 앉아 기력이 없어 날지 못하는 꿀벌에게 설탕물을 떠먹이는 덩치 큰 이상순의 모습은 순박함 그 자체다.

‘소길댁’ 이효리의 소소한 일상
뭘 해도 워너비, 이효리

최근 이효리는 자수에도 재미를 붙였다. 낡은 남편의 운동화와 일할 때 쓰는 목장갑, 심지어 마당의 동백꽃 나뭇잎까지도 캔버스 삼아 자수를 연습한다. ‘바보 상순’과 인어공주, 미니 쿠션까지 서툴지만 정감 가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블로그의 ‘소길밥상’은 주부 이효리의 레시피를 엿볼 수 있는 메뉴다. 빵과 달걀, 사과에 ‘세계 5대 식품’이라는 렌틸콩을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차린 건강 밥상은 블로그에 올라오자마자 검색 순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였다. 하지만 흑미밥은 안 불려서 생쌀 느낌, 고사리는 태우고, 옥돔은 겉은 태우고 속은 안 익고, 찌개용 두부 대신 연두부를 사는 바람에 순두부 된장찌개가 되어버린 저녁 밥상은 영락없는 초보 주부의 그것. 그는 ‘결국 어머님이 주신 밑반찬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며 ‘아…, 세상의 모든 주부님들 존경합니다’라고 적었다.

이효리는 전성기 때도 늘 많은 여자들의 워너비로 꼽혔다. 그런 그가 결혼 후에는 중년 여성팬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블로그에 댓글을 단 사람들 중에는 주부들의 비중도 상당하다. 한 네티즌이 그의 ‘망한 저녁밥상’ 포스팅에 올린 댓글이 인상적이다.

‘괜히 잘하는 척 안 해줘서 고마워요. 뭐든 잘하면 진짜 거리감 느껴져서 싫었는데 나이 사십 중반에 갑자기 이효리 씨가 좋게 느껴지네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구름 위의 스타 같던 이효리는 그렇게 대중과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길댁’ 이효리의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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